천지인(天地人)의 하나 됨을 회복하는 메세지
‘삼태극’ 과 ‘삼위일체’
중국인들이 음양사상을 중심으로 한 태극을 강조한 반면 한민족은 빨강, 파랑, 노랑의 세 가지 색을 가진 삼태극(三太極)을 강조했다. 이 삼태극은 분리와 깨어짐을 회복하는 삼위일체 하나님과 천지인의 하나 됨이라는 사상을 품고 있다.
한민족의 상징 삼태극 문양
중국을 중심으로 대부분 음양사상을 중심으로 한 태극문양이 널리 퍼져 있는 반면에, 우리 한민족은 삼태극(三太極) 문양을 강조하고 있다. 그래서 삼태극 문양은 우리 한민족이 살고 있는 한반도에서 주로 볼 수 있다.
▲ 삼태극 문양(파란, 빨강, 노란색의 둥근모양)이 그러져 있는 관음사 내의 천정벽화인 '천상주악상(제작시기 1740년)' 이다. 좌- 삼태극 문양이 나온 부분을 확대한 것. 우- 천상주악상의 한 부분.
예를 들자면 다음과 같다. 먼저 관음사 내의 천정벽화인 ‘천상주악상’ 에는 삼태극 문양이 선명하게 그려져 있다. 1395년 태조 이성계에 의해 만들어진 종묘에서도 영녕전 태실 문설주, 종묘 정전의 대문 문설주, 정전 계단 등에도 다양한 삼태극 문양이 새겨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경주 미추왕릉 지구 신라고분(계림로 14호분)에서 발굴된 금과 온갖 보석으로 꾸며진 보검 장식에도 삼태극 무늬가 발견된다. 이 보검의 다채색기법(多彩色技法)은 훈족의 이탈리아 제국에서 크게 유행했으며, 독일에서부터 서시베리아까지 널리 분포하고 있다. 더불어 카자흐스탄 지역에서는 거의 같은 모양의 보검이 상당수 발굴된 일이 많을 정도로, 그 모양이 서역 계통의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 1395년 태조 이성계에 의해 만들어진 종묘에서도 영녕전 태실 문설주, 종묘 정전의 대문 문설주, 정전 계단 등에도 다양한 삼태극 문양이 새겨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한민족의 삼태극 문양이나 사상이 멀리 중앙아시아와도 연결돼 있다는 것을 추정할 수 있다. 대영박물관에 소장된 마태복음서의 표지그림에도 삼태극 무늬가 서로 연결돼 생동감 있게 장식돼 있는 것을 볼 때에, 이런 추정을 일부나마 뒷받침해준다. 이밖에도 삼태극 무늬는 조선시대의 건축, 석조물, 민화, 도석화, 무속화, 가구의 장식이나 자수, 장신구 등에서도 자주 사용되었다.
하늘과 땅, 음과 양의 태극
「주역」에서는 하늘과 땅을 비롯해, 천지만물은 모두 음과 양으로 성립했다고 말한다. 천지만물의 모든 현상과 모든 사물이 음과 양의 화합으로 이루어졌고, 이를 통해 모든 것이 변화, 생성되고 새롭게 발전된다는 것이다. 이런 인식에서 비롯된 상징이 바로 태극이다. 태극은 음(陰)과 양(陽)이 화합하여 완전한 원형을 이루며, 먼저와 나중의 구별 없이 꼬리를 물고 계속되는 불변의 무한성을 나타낸다.
▲ 태극(太極)은 중국의 고대 사상 중 음양 사상과 결합하여 만물을 생성시키는 우주의 근원으로서 중시된 개념으로, 주역에서 처음 언급됐다. 태극 문양은 현재 대한민국의 국기인 태극기에 쓰이고 있고, 이밖에 몽골과 티베트의 국기에도 들어가 있다
태극에서 하늘과 땅을 둘로 분할하는 선이 곡선인 것은 상보(相補)와 상생(相生)의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이란다. 이는 곧 조화를 뜻하고 조화란 서로의 성질과 기운을 잃지 않으면서 잘 어울려 하나 됨을 말한다. 이러한 양태극은 중국에서 중심적으로 쓰고 있다.
반면에 한국은 이것을 삼태극(三太極)의 형태로 지켜오고 있다. 이 삼태극 에서는 하늘과 땅 이외에 또 다른 한 부분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인간을 의미한다. 우리 선조들은 하늘과 땅의 기운이 서로 조화를 이루고, 나아가 하늘과 땅과 사람의 기운(氣運)이 조화롭게 상생(相生)하는 것이 바로 자연의 이치라고 여겼던 것이다. 이를 ‘천지인 삼재(天地人 三才)사상’ 이라고 한다. 하늘과 땅과 그리고 사람이 하나로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는 하늘의 진리를 삼태극의 문양 속에 담았다는 것이다.
하늘과 땅과 사람의 하나됨
여기서 삼태극 밖의 둥근 원은 세상(世上)을 나타내고 그 안에서 긴 꼬리를 서로 물고 물리면서 돌고 있는 세 개의 원은 어느 것이 더 중요하다거나 또 높고 낮음이 없이 영원하게 그 조화를 유지하며 돌아가는 진리를 절묘하게 그려놓은 것이다. 원 속에서 돌고 있는 세 개의 원은 각각 붉은색과 푸른색 그리고 누런색이거나 혹은 검정색, 하얀색, 회색 등으로 구별하여 그 하나하나가 하늘과 땅 그리고 사람을 상징한다. 그래서 「천부경」에는 삼태극에 대해 ‘하늘(天)과 땅(地)과 사람(人)은 하나이며, 그 가치 또한 동등하다’ 면서, ‘사람은 하늘과 땅의 하나에 맞추어 삼재가 되나니, 사람이 능히 그 본심의 하나를 잃지 않으면, 천지만물의 근본이 나와 일체가 된다’ 고 설명한다.
▲ 둥근 원 안에 세 개의 빨강, 파랑, 노란 색의 꼬리가 있는 원이 모여 있어, 하늘(天)과 땅(地)과 사람(人)이 조화를 이루며 하나가 되는 것을 의미하는 삼태극 문양이다
조선 세종 때 만들어진 훈민정음의 언어체계에서 모음 역시 천지인, 삼재를 상징하는 · (天), ㅡ(地), ㅣ(人) 3개의 기본 원리에 의해서 조합된다. 한글 하나하나의 글자가 초성(天), 중성(人), 종성(地)이 합쳐서 하나의 낱글자로 완성되는 것도 삼재론에 입각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삼위일체 메시지 품은 삼태극
이렇듯 한민족은 천지인이 조화되고 하나 되는 세상을 꿈꾸며 살아왔다. 모든 고분과 많은 생활용품 등에 천지인을 뜻하는 삼태극이 새겨진 것은 바로 이런 이유였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 삼태극이 궁극적으로 의미하는 것은 무엇인가. 그 의미를 성경에서 한번 찾아보자. 성경에는 성부, 성자, 성령의 삼위일체 되신 하나님이 보이는 하나님, 곧 예수 그리스도로 이 땅에 오셨을 때, 허다한 천군천사들이 다음과 같이 찬송하는 내용을 볼 수 있다. “지극히 높은 곳(天)에서는 하나님께 영광이요, 땅(地)에서는 기뻐하심을 입은 사람(人)들 중에 평화로다”(눅2:14). 곧 하늘엔 영광, 땅엔 평화. 사람들 가운데는 기쁨이라는 천지인의 조화의 하나 됨을 회복하는 메시지다.
▲ 조선시대의 생활용품중 삼태극 문양이 새겨진 실첩, 연적, 상자, 베겟보의 양 옆의 면이다. 이렇게 옛 선조들은 생활용품에 삼태극 문양을 새김으로 천지인이 조화되고 하나가 되는 세상을 염원하는 마음을 담았다.
이는 하나님의 창조의 세계가 천지인 사이에 분리가 없는 조화와 평화의 세계였다는 것을 보여준다. 마치 성부, 성자, 성령 삼위 하나님께서 각각의 인격을 지니셨지만, 그 사이에 조금도 분리와 간격이 없으신 것과도 같다. 하지만 인간의 범죄와 타락으로 하늘(하나님)과 땅, 하늘(하나님)과 사람, 땅과 사람 사이에도 분리가 생겨나고, 질서가 깨진 것이다.
이 분리를 회복하기 위해, 곧 하늘에 있는 것이나 땅에 있는 것이 다 통일되게 하기 위해 이 땅에 오신 분이 바로 예수 그리스도시다(엡1:10). 그리고 이것을 찬양한 것이 바로 천지인의 하나 됨을 내용으로 한 천사들의 찬양이었던 것이다.
정리하면 한민족의 삼태극은 천지인의 조화와 하나 됨을 나타내며, 깨어지고 분리된 세계를 삼위일체 되신 하나님 안에서 통일되게 한다는 메시지를 품고 있는 것이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