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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새재사랑산악회 원문보기 글쓴이: 호산아 오상수
[새재사랑산악회-158차 산행] 금남정맥 <장군봉> 산행 (1)
2015년 11월 15일 일요일
♣ [산행 코스] 구수리 마을(전라북도 완주군 동상면)→ 계곡 삼거리(회귀지점)→ 오름길→ 안부→ 가파른 오름길→ 바위→ 가파른 오름길→ 바위→ <금남정맥> 장군봉 정상(점심식사)→ (하산길) 절벽 내림길→ 안부→ 오름길 암봉(725고지)→ 절벽 내림길→ 726고지→ 능선 흙길→ <금남정맥> 삼거리 갈림길→ 능선 하산→ 가파른 내림길→ 산죽군락지→ 계곡→ 삼거리 출발점 회귀(回歸)
♣ [프롤로그] — 만추의 서정, 가을비 내리고 아름다운 산하
☆… 가을이 깊어가고 있다. 만추(晩秋), 추수를 끝낸 빈 들판의 풍경이 허허롭지 않은 것은 풍성한 결실의 여운의 아직도 생생하기 때문이다. 계절 속으로 들어가는 길목엔 물이 곱게 든 나뭇잎들이 아름다운 풍경을 보여 주고 있다. 깊은 가을의 정취가 우리의 마음을 그윽하게 한다. 한결 차가워진 바람결에 낙엽이 날리기 시작하면서 곳곳에 수북하게 낙엽이 쌓이고 있다. 바람은 세월의 한 자락이다. 계절마다 이마에 와 닿는 바람의 감촉이 다르기 때문이다. 우리의 가슴에 스며드는 찬 바람에, 우리는 스스로 따뜻한 마음을 풀어 옷깃을 여민다. 바쁜 일상 속에서 문득 지는 잎을 보며 가을의 서정에 젖기도 한다.
☆… 비가 내렸다. 주말의 이틀 동안 추적추적 가을비가 내렸다. 참으로 목마르게 기다리던 반가운 단비가 내린 것이다. 가을비는 그리 넉넉하지 않았다. 강우량의 지역적인 편차가 심하기도 하지만, 전국적으로 완전히 해갈이 되기에는 태부족이다. 그래도 그 동안 그나마 메마르고 팍팍한 가슴을 적실 수 있으니 여간 다행한 게 아니다. 하늘과 대지의 조화가 모든 만물을 생육하는 근본이니 그 천지를 소통하는 것이 바로 물이 아닌가. 바다에 출렁이는 물의 정령(精靈)들이 대기를 타고 끊임없이 하늘에 오르고, 그것이 구름이 되어 바람을 타고 몰려다니다가 한껏 부풀어 제 무게를 이기지 못하면 세찬 빗줄기가가 되어 지상에 내린다. 지상에 내린 빗물은 골골이 깊은 산(山)이 머금고, 그것이 서서히 그리고 유장하게 온 대지(大地)를 적시며 흐른다. 흐르고 흘러서 너와 나의 가슴을 적시고, 수많은 목숨들을 살리며 바다를 향하여 긴 여정을 이어간다. 그래서 노자(老子)는 상선약수(上善若水)라 하여 물을 참다운 인생의 표상으로 삼았다. 하늘과 땅 사이에서 물과 대기의 순환은 잠시도 멈추지 않는다. 이렇게 천지자연은 막힘이 없다. 때로 그것이 막히게 되면 그것이 바로 천재지변이다. 그래서 잠시라도 막힘이 있으면 그것은 모든 생명들에게 치명적인 아픔이 되고, 극심하면 가뭄이나 홍수와 같이 지상의 인간을 비롯하여 천하 만물에게는 엄청난 재앙이 되기도 한다. 때로는 가차 없이 만물을 죽음으로 몰아가기도 한다. 그래서 노자가 다시 천지불인(天地不仁)이라고 했다.
한반도의 한강수계의 모든 물이 합류한 팔당호의 가을 풍경 … 수도권 2천 5백만 명 생명의 젖줄, 상수원이다
♣ [오늘의 산행지] — 금남정맥(錦南正脈)의 숨은 보석 ‘장군봉’
☆… 금남정맥(錦南正脈)은 한반도 13정맥의 하나로, 백두대간 영취산에서 갈라져 나온 전라북도 장수군 장안산(長安山)에서 시작하는 금남호남정맥(錦南湖南正脈)이 끝나는 진안의 주화산(珠華山, 600m) 조약봉에서 시작하여 북쪽으로 뻗어가는 산맥으로, 진안·완주의 경계의 연석산(917m)과 운장산 서봉(1,110m)을 거쳐, 안부 피암목재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북상, 장군봉(將軍峰, 787m), 왕사봉을 경유하여, 금산의 대둔산(大屯山, 877.7m), 천호봉을 지나 공주의 계룡산(鷄龍山)에서 서진(西進)하여 부여의 부소산(扶蘇山)에서 끝나는 산줄기로 그 길이가 약 118km이다. 금남정맥이 시작되는 주화산에서 남쪽으로 연결되는 산맥이 호남정맥인데, 이 금남정맥과 호남정맥은 전라북도의 동쪽 산간지방과 서쪽 해안의 호남평야를 경계 짓고 있다.
☆… 위의 지도에서 보듯이, 금남호남정맥은 전북 장수와 경남 함양의 경계에 있는 백두대간 영취산에서 갈라져 나온 산맥이 장안산을 거쳐 팔공산, 마이산, 주화산에 이르는 구간이요, 그 주화산에서 남으로 만석산, 내장산, 강천산, 무등산, 사자산, 조계산, 광양 백운산으로 전라남북도의 중심을 감아도는 산줄기가 호남정맥이요, 주화산에서 북으로 연석산, 운장산, 장군봉, 충청남도의 대둔산, 계룡산으로 뻗어가는 것이 금남정맥이다. 이 금남정맥(錦南正脈)은 행정 구역상으로는 진안군 부귀면·주천면과 완주군 소양면·동상면·운주면의 경계를 이룬다. 또한 금남 정맥을 분수계(分水界)로 하여 동쪽의 진안군 쪽은 금강(錦江) 수계이고, 서쪽의 완주군 쪽은 만경강(萬頃江) 수계이다. 그러므로 금남정맥은 금강과 만경강을 나누는 산줄기인 것이다.
☆… 금강(錦江)은 전라북도 장수군 장수읍 수분리 신무산(897m) 정상 북쪽 아래의 뜬봉샘에서 발원하여 장수군·무주군의 각 하천과 진안군의 계곡(용담댐)에서 시작되는 하천을 합하여, 충청북도와 대전광역시를 거쳐 충청남도와 전라북도의 경계를 이루면서 전라북도 군산시 앞바다로 흐르는 강이다. 길이 401㎞로, 낙동강과 한강 다음으로 긴 강이다. 만경강(萬頃江)은 완주군과 진안군의 경계에 위치한 금남정맥 운장산(雲長山, 1,126m)-장군봉 서쪽의 완주군 동상면 사봉리의 남서쪽 계곡에서 발원하는 대아저수지의 고산천(高山川)과 호남정맥 만덕산(萬德山, 763m)에서 발원하는 소양천(所陽川)이 완주군 삼례읍 동쪽에서 합류한다. 그리고 전주 시가를 관류하는 전주천과 전주시 서부의 삼천(三川)이 삼례읍 동남쪽에서 이에 합류하여 만경강의 본류가 된다. 삼례에서 서쪽으로 흘러 이리시 남쪽을 통과한 뒤, 군산시 대야면에서 탑천(塔川)과 합류하고, 군산시와 김제시 사이의 넓은 간석지의 하구로 흘러든다. 그 길이는 74㎞이다.
♣[완주군과 진안군의 경계] 우뚝 솟은 바위봉우리 장군봉
☆… 장군봉(738m)은 운장산 서봉의 북쪽 자락에서 뻗어 나와 산줄기에 솟은 큰 암봉이다. 전라북도 완주군 동상면과 진안군 주천면 경계를 이루고 있는 산줄기(금남정맥)에 자리하고 있는 한 산봉이다. 서쪽의 동상면 구수리 마을에서 바라보면 깎아지른 산세를 형성하며, 산의 능선은 암릉으로 이어져 있다. 예전에 동상과 주천을 잇는 도로가 개설되기 전에는 사람의 발길이 닿기 어려운 산이었다. 지금은 도로가 열리고 등산로가 잘 정비되어 있고, 위험한 암릉 구간에 아주 튼튼한 쇠로프와 발판등을 설치해 놓아 많은 등산객이 찾고 있다.
♣[산으로 가는 길]— 남으로 달리는 고속도로, 정겨운 산우들
☆… 이른 아침 오전 7시 50분, 서울의 군자역을 출발했다. 오늘 신정관광 분홍버스에는 30여 명의 대원이 동행했다. 장병국 회장, 김의락·장태임 총무를 비롯하여, 호산아 고문, 김준섭·남정균 부회장이 참석하였고, 박선옥·한영옥 부회장과 문승배·김재철 대원은 부부동반으로 자리를 잡았다. 통통 박은배 부회장은 오늘도 절친 몇 분을 대동하고 나왔다. 전진국·김재훈 두 친구 사이의 스스럼없는 우정이 한결같다. 그리고 무엇보다 안전한 산행을 위해 늘 헌신하는 민창우 산행대장·김화영 산행위원, 유형상·허향순 부대장의 면모가 정겹고 든든하다. 늘 산행을 함께하는 산우들의 면면이 반갑기 그지없다. 특히 오늘은 장병국 회장의 지인 세 분과 조인규 대원과 민창우 대장의 지인 두 분도 참석하여 처음 인사를 나누었다.
☆… 서울에는 어제까지 제법 많은 비가 내렸다. 출발할 당시의 아침 날씨는 비는 그치고 구름이 잔뜩 끼어있었으나, 우리의 버스가 경부선를 경유하여 천안-논산선 고속도로를 타고 호남고속도에 진입하는 동안 구름이 서서히 걷혀갔다. 전북 익산 I.C에서 799번 지방도로 내려와 봉동에서 17번 국도(전주-대전)를 이용하여, 고산면 읍내리까지 들어가는 사이, 날씨는 가을의 맑은 하늘을 회복하여 화사한 햇살이 내리고 있었다. 가을 특유의 청명하고 맑은 기운이 들판의 풍경을 따뜻하게 했다. 고산면 읍내리 사거리에서 우회전한 버스는 732번 지방도를 타고 대아저수지-동상지(池)의 호반 길을 따라 달려 나갔다. 길가의 가로수가 고운 단풍물이 들어 아주 아름다웠다. 아쉬운 것은 깊이 내려간 저수지의 부족한 물이었다. 이곳도 가뭄이 극심했는지 거대한 저수지가 거의 바닥에만 물이 고여 있었다. 굽이굽이 돌아나가는 산간도로를 따라가는 풍경이 참 아름다웠다. 버스는 다시 진안군 주천면 방향으로 가는 55번 국도를 타고 달리다가 신월리 용연마을을 지나 좌측으로 다리를 건너 들어가, 오늘의 산행 기점(起點)인 구수리 마을에 도착했다.
♣ [달리는 버스 안에서]— 장병국 회장의 ‘아름다운 이별’, 그리고 김의락 총무
☆… 서울을 출발하여 고속도로를 달리는 버스 안에서 장병국 회장이 마이크를 잡았다. 화제는 가을날의 낙엽(落葉)이었다. 지난여름 가뭄과 비바람 속에서도 그 무성한 나뭇잎으로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고 나서, 이제 한 생애를 마무리하는 낙엽을 떠올리며 ‘아름다운 이별’을 이야기했다. 낙엽, 그것은 우리 인간의 숭고한 한 생애의 표상이었다. 장병국 회장님은 한 달 전 모친을 여읜 애틋한 마음을 그렇게 표현한 것이다. 이 가을 어머니의 눈물겹고 아름다운 생애를 말하지 않을 수 없었다. … 그리고 곁들여 올 12월로 회장의 임기를 마감하는 입장에서 인사말도 곁들였다. 지난 4년간의 우리들과 함께한 시간을 회고하면서 그 동안 협조해 주신 대원들에게 깊이 감사했다. 특히 가족적인 분위기로 더욱 견고해진 우리 산악회가 더울 발전하기를 기원했다. 그리고 느닷없이 호산아 고문에게 덕담을 부탁했다. … 마이크를 잡은 호산아 고문은 ‘산을 오르는 것은 단순한 유락(遊樂)이 아니라 순수 그 자체인 산을 통하여 우리의 몸과 마음을 정화하는 일이며, 새로운 생명력을 회복하는 수양의 여정’임을 말하면서 '더불어 동행하는 우리들이 산을 통하여 더욱 건강하고 참된 생활인으로 되살아나기를 바란다'고 했다. … 이어서 올 12월로 장장 14년의 총무의 소임을 마감하는 김의락 총무가 인사를 했다.
☆… 우리 <새재사랑산악회>는 2002년 3월 10일 문경새재에서 첫 산행을 하면서 창립되었다. 김의락 총무는 창립 당시부터 지난 14년 동안 줄곧 총무의 일을 맡아왔다. 어려움 속에서도 한결같이 우리 산악회를 위하여 봉사해온 고난의 여정이었다. 오늘까지 158차 산행을 하는 동안 알뜰하게 회무를 꾸려왔고 산행의 제반 업무를 원만하게 수행해 온, 그야말로 김 총무님은 ‘우리 산악회의 살아있는 실록(實錄)’이라고 할 수 있다. 그 동안 초대 권기범 회장부터 박운식, 유영철 등의 전임 회장을 비롯하여 지금의 장병국 회장에 이르는 동안 헌신적으로 우리 산악회를 위해 봉사해 왔다. 김 총무님은 조용히 지난날을 회고하면서 겸허하게 인사를 했다. 그 노고를 깊이 감사드리지 않을 수 없다! 회원들도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 이어서 장태임 총무도 인사를 했다. 새재사랑산악회에 나오는 그 세월 동안 ‘아들 잘 키우고 산악회 덕분에 장가까지 보냈다’고 하면서 명랑하게 인사를 했다. 회장님을 비롯하여 실무를 맡은 두 총무님의 노고에 뜨거운 감사를 드린다. 이제 올 ‘12월 송년 산행’에서는 <2015년 정기총회>를 통하여 새로운 회장을 추대하여 선출하게 될 것이다.
♣ [완주군 동상면 구수리마을] — 가을이 익어가고 있는
☆… 오전 11시 20분, 마을 주차장에 도착했다. 오늘 산행(山行)이 시작되는 <구수리 마을>에는 조용히 가을이 익어가고 있었다. 몇 집 되지 않은 산골마을에 인적이 거의 없어 조용하다 못해 적막감이 감돌았다. 금남정맥과 호남정맥이 포진하고 있는 진안고원의 첩첩 산군들이 포진하고 있는 이곳은, 도로가 나기 전에는 천하의 오지(奧地) 마을이었다. 곳곳의 밭둑에 서 있는 감나무에는, 진홍색의 감이 주렁주렁 매달려서 맑은 햇살을 받고 있고, 어느 길가의 집 정원에는 장대한 은행나무 가지마다 촘촘하게 알 박힌 은행알이 맑은 바람을 맞고 있었다. 만경강의 발원지인 장군봉의 청정한 계곡물이 마을 한 가운데를 흘러내리고 있었다.
♣ [산행의 시작] — 첫 오름길에서부터 솟아오르는 땀방울
☆… 오전 11시 50분, 산행이 시작되었다. 하늘이 열리고 맑은 햇살이 쏟아지고 있는 날이다. 어제까지 비가 왔는데, 햇살이 든 오늘 날씨는 무척 푸근하다. 김화영 대장이 파카를 벗었다. 소매 없는 티셔츠 차림이었다. 날렵하고 강인한 산악인의 분위기를 그대로 보여주는 모습이었다. 오늘도 김화영 대장이 선두에 서고 민창우 대장이 후미를 수습하고 가운데에서는 유형상 부대장이 대원들을 살피기로 했다. 계곡의 징검다리 물을 건너자마다 오름길이 시작되었다. 처음부터 오르막을 치게 되면 누구나 힘들기 마련이다. 금방 땀이 솟아오른다. 그러나 공기가 맑아서 이마에 와 닿은 감촉이 아주 시원하다. 금방 선두와 후미의 간격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산기슭의 활엽수들은 모두 잎을 내리고 겨울을 맞고 있었다. 군데군데 소나무가 아직도 싱싱한 여름빛이다. 산길은 마른 낙엽이 수북이 쌓여 발걸음마다 푸석거렸다.
☆… 한 차례 오르막을 오르고 나니 작은 봉우리가 나타났다. 선두의 김화영 대장과 대원들이 땀을 식히고 기다리고 있었다. 거기에서 동쪽을 올려다보니 오늘의 등정(登頂) 포인트인 장군봉이 아득하게 올려다 보였다. 담소를 나누며 후미가 올 때까지 휴식을 취하였다. 한참을 쉰 후, 다시 산행을 계속했다. 얼마간의 평탄한 산길을 걷다가 다시 오르막길이다. 이제 본격적으로 올라가는 길이다. 한참 동안 고도를 높여가며 산을 올랐다. ‘훈련장’으로 가는 갈림길이 나왔다. 장군봉은 산이 험하고 오지에 위치하여 ‘특전사’의 유격훈련장으로 활용되는 곳이다. 훈련 기간에는 민간인의 출입을 통제한다고 했다. 이정표를 지나 어느 지점에 올라 돌아보니 나무 사이로 구수리 마을의 골짜기가 아득하게 내려다보였다.
♣ [경사의 슬라브]— 쇠줄을 잡고 오르는 바윗길
☆… 다시 가파른 길을 돌아 오르니 경사진 너럭바위가 앞을 가렸다. 아주 심하게 경사가 지지는 않았으나 약 20m 가량의 긴 쇠줄을 설치해 놓아서 안전하게 오를 수 있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가파른 산길, 팍팍한 오름길이다. 우뚝 솟은 암봉을 향해 올라가는 길이 계속되었다. 바위의 좁은 틈 사이로 오르는 바윗길, 거기에도 쇠줄이 설치되어 있었다. 바위가 많은 산의 능선을 오르는 길은 가파르게 이어졌다. 숨이 가쁘고 다리가 팍팍하지만, 싱그러운 소나무와 바위가 어울려 신선한 산길이다. 여린 솔바람 소리가 더운 가슴을 쓸어준다. 그렇게 계속 오르는 바윗길, 군데마다 쇠줄을 설치해 놓았다.
☆… 가파른 절벽의 옆구리를 돌아 오르니 시야가 확 열리는 절벽 위의 암반이 나타났다. 우리가 올라온 골짜기의 마을이 환하게 내려다보인다. 남쪽으로 금남정맥의 연석산과 운장산 서봉-동봉의 산줄기가 거대한 산체를 드러내고 있었다. 그리고 첩첩히 이어지는 산군들, 진안의 주화산에서 이곳 북쪽으로 뻗어온 금남정맥과 남쪽으로 질주하는 호남정맥의 산군이 그렇게 파도치듯 이어져 나가고 있는 것이다. 소나무로 둘러싸인 너럭바위에서 대원들의 포즈를 카메라에 담았다.
♣ [암릉을 타고 오르는 산길]— 바위와 푸른 소나무가 어우러진 풍경
☆… 그리고 이어지는 암릉 길, 쇠줄을 잡고 올라오는 대원의 모습이 아주 강건해 보인다. 어느 지점에 올라서니 이제 정상의 암봉이 아득하게 시야에 들어왔다. 이미 산봉에 오른 김화영 대장이 두 팔을 벌리고 서 있었다. 창공에 솟은 우뚝한 암봉이 위엄을 차린 장군의 모습이다. 산은 전체가 완전한 바위 봉우리어서 오르는 길은 아주 위태로운 바위들의 연속이었다. 도처에 쇠막대에 안전자일을 설치하거나 바위에 볼트를 박아 쇠줄을 고정시켜 놓았다. 흔들바위가 아래서 일군의 사람들이 음료수와 간식을 먹고 있었다. 산에서 안전시설 공사를 하는 인부들이었다. 지금도 바위에 볼트를 박거나 철판 발받침을 시설하고 있는 중이었다.
♣ [막바지 경사진 슬라브] — 이마 위에 열리는 하늘
☆… 암봉이 바로 올려다 보이는 막바지 오름길 앞에 섰다. 아주 가파르고 위험한 바윗길이다. 경사진 바위에 쇠막대를 박고 이중으로 자일을 고정시켜 놓았다. 아찔하고 힘이 들지만 아주 재미있고 스릴이 넘치는 구간이었다. 발판이 박힌 막바지 직벽을 타고 오르니, 바로 장군봉 정상이었다. 만세! 하얀 구름이 흐르고 있는 하늘이 높고 맑았다. 오후 1시였다. 정상에 올라서니 하늘도 환하게 열리고 따스한 햇살이 이마에 내려앉는다.
<계 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