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국내 소프트웨어(SW)업체들의 텃밭으로 여겨져 왔던 중소·중견기업(SMB)시장에 다국적 SW업체들의 공세가 거세지면서 국내 SW업체들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이들 다국적 기업은 올해 전체 매출에서 적게는 10%에서 많게는 50% 이상을 SMB시장에서 올린다는 계획 아래 데이터베이스(DB)나 전사적자원관리(ERP)·보안 등 전 분야에서 전면전을 전개키로 해 다국적 SW업체들의 자존심과 국내 업체들의 생존을 건 한판승부가 불가피하다.
SMB 시장에 대한 다국적 기업들의 총공세는 주 수요층인 대기업 시장이 포화 상태에 달한 데다 최대 경쟁업체인 마이크로소프트가 대기업 시장을 공략하기 시작하면서 시장경쟁이 격화되고 있는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국내 업체 관계자들은 이들 다국적 기업의 SMB 전략의 핵심이 복합 상품을 내세운 가격 파괴로 이어질 것이 분명해 시장질서의 혼란과 이에 따른 출혈경쟁에 우려감마저 보이고 있다.
한국IBM은 중기업 대상의 ERP·공급망관리(SCM) 등의 업무혁신 솔루션을 ASP로 제공하고 SMB용 ‘IBM 익스프레스 포트폴리오’ 확산에 나서 지난해 전체 매출의 20% 수준에 머물던 SMB 매출을 올해 30%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또 지난해 SMB 용 스탠더드 버전을 출시한 한국오라클도 오는 6월 새로운 2005년도 회계 연도부터 매출 1000억원 미만의 상위 5000대 기업을 핵심영업 목표로 세워 올해 이 시장에서만 최소 300억원의 실적을 올릴 방침이다.
SAP코리아도 SMB시장에서 순수 SW 라이선스 매출만 전년대비 30% 이상 늘려잡았으며, 한국CA는 매출액 1000억원 이하의 SMB시장 비중을 높인다는 전략을 세우고 전체 매출에서 10%정도인 50억원을 SMB에서 올린다는 계획을 세웠다.
또 고성능 방화벽 시장의 1인자인 넷스크린코리아도 100만원 이하 가격의 통합보안 제품을 국내에서 출시, 전체 매출의 50% 가량을 SMB시장에서 거둬들인다는 목표를 세우는 등 데이터베이스에서 보안에 이르기까지 SW 전 분야에 걸쳐 다국적 기업들의 SMB시장에 대한 공세가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국내 ERP 전문업체인 영림원의 권영범 사장은 “최근 다국적 기업들이 국산 솔루션보다 더 싼 가격을 제시하며 공세적으로 영업을 전개하고 있다”며 “가격경쟁으로 비화될 경우 국내 SW들은 좁아질 대로 좁아진 현재의 기반마저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우려감을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