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의 미니밴 코란투리스모 9인승을 시승했다. 로디우스 후속 모델로 데뷔해 신차효과를 톡톡히 보았다. 이어서 9인승 모델을 추가해 라인업을 확대하면서 신차효과를 지속시키고자 한 것이 포인트다. 네바퀴 굴림방식 미니밴이라는 독자적인 패키징으로 틈새 시장을 노리는 코란투리스모 9인승의 시승 느낌을 적는다.
글 /
채영석 (
글로벌오토뉴스국장)
사진 /
원선웅 (
글로벌오토뉴스 기자)
아무리 다목적차라고 해도 11인승에 속도 제한 110km/h는 좀 그렇지 않을까? 게다가 11인승 모델은 2종 보통면허로 운행을 할 수 없지 않은가? 이런 장르의 모델을 사용해 보지 않은 사람들의 공통된 의견이 아닐까 싶다. 특히 크로스오버의 전성 시대에 사는 사람들에게 로디우스나 코란투리스모 정도의 차체 크기에 4열 시트를 설계한다는 것은 상상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피플 무버 개념의 영업용 차를 원한다면 아예 미니버스를 선택하는 것이 더 좋다고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런 통상적인 상식을 뒤짚기라도 하듯이 코란투리스모는 2013년 2월 출시되어 연말까지 내수 1만 289대, 수출 5,154대, 합계 1만 5,443대가 팔렸다. 선대 모델인 로디우스가 모델 말기이긴 했지만 2011년 4,045대, 2012년 2,110대와 비교하면 성공적인 런칭이라고 할만하다.
그런 수요를 이끌어 낸 것은 다인승이라는 점과 4WD다. 미니밴이라고 하면 네바퀴 굴림방식에 대한 기대는 없는 것이 보통이다. 4WD는 SUV의 전유물로 여겨지고 있는 것이다. 코란투리스모는 그런 틈새시장을 보고 투입해 일단은 앞으로의 전망을 밝게 했다.
여기에 10개월 만에 9인승 모델을 추가했다. 이제는 2종 보통 면허 소지자도 운전할 수 있는 범위로 들어왔다. 더불어 4열 시트에 대한 거부감이 있는 유저들에게 다목적차로서의 장점을 어필할 수 있게 됐다.
"자동차회사는 뉴 모델을 먹고 산다."는 만고의 진리를 다시 한 번 보여 주는 내용이다. 어떤 회사든지 라인업을 확대하면 그만큼 전체 판매대수는 증가한다. 한국 GM도 쉐보레 브랜드의 라인업을 하나씩 야금야금 늘려가면서 판매대수는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쌍용의 입장에서는 당장에 풀 모델체인지 혹은 전혀 새로운 세그먼트의 출시계획이 없다. 그런데 가지치기 모델로 라인업 확대 효과를 노리고자 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마케팅이다. 좋은 모델을 만드는 것 이상으로 모델 라인업 전략을 세심하게 추구하는 것도 판매를 늘리는데 중요한 요건이다.
2004년에 데뷔한 로디우스가 거의 10년만에 모델체인지를 한 것은 경영 변동으로 인한 것이었다. 그런데 코란도 C로 쌍용자동차는 시장에 대한 사고가 분명 과거와는 다르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 현대사회의 SUV 유저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그에 대응하는 차만들기를 했다는 얘기이다. 물론 거대 업체들의 경쟁 모델들에 비해 핸디캡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많은 니치 모델들이 그렇듯이 그럼에도 자신만의 정체성을 확실히 구축한다면 시장은 충분히 있다.
코란도 C의 멀티 플랫폼은 지금은 중국의 SAIC(상해자동차집단)의 산하에 있는 영국 MG가 처음으로 개발 중인 SUV모델의 베이스 플랫폼으로 제공되기도 할 정도로 탄탄한 기술이다. 엔진 마운드를 러버 부시 타입으로 해 비용은 더 들어가지만 구조적인 특징에서 경쟁 모델보다 더 앞선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참고로 쌍용자동차는 현재 SUV용 플랫폼 세 개와 체어맨용 플랫폼 하나 등 모두 네 개로 통합이 되어가고 있다. 렉스턴과 카이런 등에 사용되는 뒷바퀴 굴림방식 기반의 보디 온 프레임 타입과 코란도 C에 사용되는 앞바퀴 굴림 방식 모노코크 플랫폼, 그리고 지금 개발 중인 X카의 앞바퀴 굴림방식 기반의 모노코크 플랫폼 등으로 정리되어 있다. 플랫폼이 정리되면 라인업 확대가 용이해진다. 처음부터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완성된 아키텍처를 바탕으로 파생 모델들을 만들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기 때문이다.
Exterior & Interior 코란투리스모는 장르는 미니밴이지만 스타일링은 대형 SUV 같다. 미니밴은 보통 1.5박스 타입인데 비해 2박스 레이아웃을 채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매끈함보다는 단단함이 더 우선 다가온다. 전체 인상을 결정짓는 앞 얼굴은 직선 위주의 그래픽으로 강인함을 표현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 하듯이 로디우스의 언밸런스와는 분명한 선을 긋는 디자인을 채용하고 있다.
차체 크기 전장×전폭×전고 5,130×1,915×1,815(1,850)mm, 휠베이스 3,000mm로 대형 SUV급이지만 시각적으로 커보이지 않는 점이 특징이다. 측면에서는 D필러 부분의 그래픽처리로 매끈한 맛을 살리고 있다. 디테일에서는 큰 사이즈의 사이드 미러는 후방 시야 확보에 많은 도움을 주는 장비다.
인테리어에서는 대시보드의 레이아웃이 여전히 새롭다. 중앙에 위치한 계기판 때문이다. 1990년대 초 르노의 미니밴 에스파스에서 처음 보고 놀랐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한 레이아웃이다. 당시 전위적이라는 느낌을 받았던 것에 비하면 코란투리스모는 조금은 희석되어 보인다. 계기판 위쪽의 플라스틱 패널의 질감 때문인 것 같다.
중앙의 계기판은 속도계와 엔진회전계, 수온계, 연료 게이지가 있다. 언뜻 운전자쪽으로 경사져 보이지만 대칭형이다.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려서 계기판을 보는 것이 아직은 익숙치 않다. 그런 점을 고려했는지 기존의 계기판 자리에 디지털 클러스터를 마련했다. 디지털 속도계와 트립 컴퓨터, 기어 단수, 순간 연비 등의 정보가 표시된다. 순간 연비는 작은 원으로만 표시되는데 크기가 좀 작고 시인성이 떨어진다.
그 계기판 아래 센터페시아는 내용이 많지는 않지만 그래픽이 화려하다. 오늘날 등장하는 세단들에 비해 배열되어 있는 버튼과 다이얼들이 아날로그 감각으로 다가온다. 이런 정도의 디자인이라면 대시보드 위쪽 플라스틱의 질감을 조금만 더 높였더라면 전체적으로 상질감을 줄 수 있을 듯 싶다. 센터페시아 아래쪽에 튕겨져 나오는 컵 홀더가 엑센트 역할을 한다. 일부 수입차들에서도 볼 수 있다.
스티어링은 렉스턴 W의 것을 유용하고 있는데 패드 좌우 버튼 프레임의 디자인에 변화를 주어 차별화를 했다. 스티어링 휠은 틸팅만 가능하고 텔레스코픽은 없다.
시트는 9인승. 2-2-3-2 방식이다. 워크스루가 가능한 4열인 것은 11인승과 같은데 3열 시트에 보조석을 덧댔고 4열 시트를 2인승으로 했다. 2, 3열 시트는 폴딩이 가능하고 2열에는 접이식 테이블도 있다. 미니밴이 보통 그렇듯이 2/3열 시트는 폴딩 시 이동 중 회의테이블로 활용할 수 있고 장거리 여행 시 간이식탁으로 이용 가능하다는 점을 어필한다. 4열 시트는 더블 폴딩이 된다. 굳이 탑승공간으로 사용하지 않는다면 탈착 가능한 방식도 좋을 듯 싶다. 2/3/4열을 모두 폴딩할 경우 적재 공간은 3,240ℓ. 시트를 접거나 이동할 때 사용하는 손잡이 등에 좀 더 공을 들였으면 싶다.
시트 포지션이 높아 전방의 시야가 아주 좋다. 운전석에서 룸 미러를 통한 후방 시야의 방해가 없는 것도 평가할만하다. 11인승에서 지적했던 내용이지만 굳이 가죽을 사용하는 것보다는 직물이 더 좋을 듯 싶다.
Powertrain & Impression 쌍용의 신세대 엔진은 모델에 따라 튜닝을 한다. 코란도 스포츠에 탑재되는 엔진을 개량한 것이다. 코란도 C는 e-XDi200, 코란도 스포츠는 e-XDi200 액티브, 그리고 렉스턴 W와 코란투리스모에는 e-XDi200 LET로 명명하고 있다.
1,998cc 직렬 4기통 터보 디젤로 최고출력 155ps/4,000rpm, 최대토크 36.7kgm/1,500~2,800rpm를 발휘한다. 터보차저는 e-VGT(Variable Geometry Turbocharger) 시스템을 채용하고 있다. ‘e’ 라는 표기가 사용되는 것은 기존 엔진은 유로4를 만족시키는 것이었으나 신형은 유로5를 충족하기 때문. 유해 배기가스 배출 수준에서 크게 진보한 것이 특징이다. 연비는 기존 렉스턴 대비 20% 이상 향상된 13.7km/ℓ(A/T). CO2 배출량 도 235g/km(AT)에서 196g/km로 약 17%개선됐다.
델파이제 1800기압의 고압 연료 분사 방식인 고속 서보 솔레노이드 방식 커먼레일 시스템과 배기가스재순환장치(E-EGR)를 적용했다. 전자제어식 가변 터보차저(E-VGT), 스월 컨트롤 밸브(Swirl Control Valve) 및 CDPF 등도 채용됐다
트랜스미션은 E-Tronic 벤츠 5단 AT. E-Tronic이란 수동모드가 있는 자동변속기로 T-Tronic보다 진보한 것이라고 쌍용측은 설명한다. 스티어링 휠 패드 맨 위쪽에 D- , D+로 표기된 버튼으로도 작동할 수 있다. 물론 본격적인 팁트로닉은 아니다. 과거 실렉트 레버 패널에 1, 2, 3, 4 등으로 표기한 것을 전자식으로 바꾼 것 뿐이다. 각 기어별로 고정된 것이 아니라 3단이라면 1단부터 3단까지 변속된다는 얘기이다. 수동모드는 레버를 M에 위치시켜야만 작동된다.
구동방식은 파트 타입 4WD. 왼쪽 무릎 앞에 트레스퍼 버튼(레버가 아니다)이 있다. 하지만 미국의 경우도 오프로더로 사용하는 비율이 5% 이하라는 통계가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위급상황용과 온로드 주행성 향상을 위한 장비라고 생각하는 것이 좋을 성 싶다.
우선은 기어비 점검 순서. 100km/h에서의 엔진 회전은 2,200rpm. 같은 엔진 블럭의 코란도 C는 1,750rpm이다. 레드존은 4,500rpm부터.
정지 상태에서 풀 가속을 하면 3,800rpm 부근에서 시프트 업이 이루어진다. 45km/h에서 2단, 65km/h에서 3단, 105km/h에서 4단, 145km/h에서 5단으로 변속이 진행된다. 코란도C의 6단 AT와는 다른 특성이다.
이 엔진의 특징은 풀 스로틀보다는 오른발로 달래듯이 작동을 하면 오히려 토크감을 살려낼 수 있다. 그런데도 가속감이 부족하다고 느껴지지는 않는다. 이 차의 장르로 인한 느낌이다. 중저속에서의 토크감이 인상적이다. 중량이 코란도 C보다 더 나가고 토크는 더 낮은데도 불구하고 무겁다는 느낌이 와닿지는 않는다. 4WD 기준 코란도C는 1,730kg, 렉스턴은 1,990kg, 코란투리스모 4WD는 2,165kg으로 차이가 난다.
아이들링 소음도 초기보다 더 조용해졌다. 정속 주행모드로 들어서면 더 조용해진다. 엔진 회전상승으로 인한 스트레스도 없다. 중속 이상의 영역에서 엔진음의 실내 침투가 적고 무엇보다 부밍음이 낮다. 이 차의 특성상 차음보다는 엔진 자체의 소음 효과로 인한 것으로 보인다. 진동은 약간 느껴지지만 스트레스로까지 이어질 정도는 아니다. 고속도로 정속 주행 영역에서는 가솔린이 전혀 부럽지 않다.
다시 오른 발에 힘을 주면 속도계의 바늘이 올라가는 속도가 떨어진다. 고속역에서는 생각보다 가속감이 살아나지는 않는 것은 초기 시승 때와 다르지 않다. 미니밴이라는 특성상 많은 사람이 탑승했을 경우 파워 부족을 느낄 수도 있을 것 같다. 물론 그런 느낌도 어디까지나 상대적인 감각이지 익숙해지면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
서스펜션은 앞 더블 위시본, 뒤 멀티링크. 댐핑 스트로크는 길다. SUV 컨셉의 모델인 만큼 롤각이 있는 것은 세단형과 비교가 의미가 없는 부분이다. 그런만큼 승차감은 부드럽다. 그래도 차체 중량으로 인해 안심감은 나쁘지 않다. ESP의 개입도 적절하게 제어해 준다.
록 투 록 3.4회전의 스티어링 휠을 중심으로 한 핸들링 특성은 뉴트럴. 응답성은 좋지만 조금 가벼운 느낌이다. 코너링이나 헤어핀을 공략해도 최소회전 반경이 큰 것을 제외하면 도중에 길을 잃거나 하지 않고 매끄럽게 돌아준다. 물론 차체 중량을 의식하는 롤 각은 감안해야 한다.
코란투리스모와 같은 미니밴을 찾은 유저들의 사고는 일반 세단형을 선호하는 사람들과 분명히 다르다. 우선은 차의 용도에 대한 사고방식에서 적지 않은 시각 차이를 보인다. 더불어 개별소비세와 교육세, 자동차세 등 제세 공과금에 대한 생각도 다르다. 물론 연비도 아주 중요한 요소다. 더불어 니치 브랜드의 니치 모델을 탄다는 개성을 중시하는 유저들도 적지 않다. 코란투리스모는 그런 틈새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것이다.
주요제원 쌍용 코란도 투리스모 크기 전장×전폭×전고 : 5,130×1,915×1,815(1,850)mm
휠베이스 : 3,000mm
트레드 앞/뒤 : 1,610/1,620mm
공차중량 : 4WD 2,165kg, 2WD 2,055kg
트렁크 용량 : 리터
연료 탱크 용량 : 80리터
엔진 형식 : 1,998cc 디젤 터보
보어×스트로크 : --
압축비 : --
최고출력 : 155마력/4,000rpm
최대 토크 : 36.7kg,m/1,500~2,800rpm
변속기 형식 : 5단 자동
기어비 :
최종감속비 :
섀시 서스펜션 앞/뒤 : 더블 위시본/멀티링크
브레이크 앞/뒤 : V디스크
스티어링 : 랙 & 피니언
타이어 앞/뒤 : 235/60R/17
구동방식 : 4WD
성능 0→100km/h 가속 : --초
최고속도 : --km/h
최소회전반경 :
연비 : 11.3km/L
이산화탄소 배출량 : 204g/km
시판가격 LT(Luxury Touring) 2,705만원~2,882만원
GT(Grand Touring) 3,081만원~3,251만원
RT(Royal Touring) 3,397만원~3,567만원(각각 2WD~4WD)
(작성일자 : 2012년 2월 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