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봉화군 춘양면 의양4리 157번지에 위치한 춘양역. 이곳은 설치과정에서 지역 국회의원이 춘양으로 철길이 지나도록 요구하여
법전에서 녹동까지 거의 다 지어진 철길을 춘양으로 우회하여 짓도록 한 사건에서 유래한
'억지춘양'으로 잘 알려져 있고 동시에 이 일대에서 자생하는 춘양목으로도 유명한 곳이다.
비록 설치과정 자체는 순탄치는 않았지만 춘양면 자체는
교통이 불편하여 지역주민들에게는 중요한 교통수단이기도 하다.
사진 두번째는 춘양역 구역사로 전국에서 이 같은 형태는 춘양역에서만 볼 수 있었다.
1998년에 현재의 역사가 지어졌다.
마지막 사진은 역구내에 심은 춘양목으로 춘양목이란 품종이 아니라
춘양면 일대에서 자라는 적송을 지칭하는 하나의 고유명사다.
다음은 그리운 춘양역에 열차의 기적 소리가 울릴 때 시(詩)를 놓고간 시인들의 시를 살펴보자
춘양역
抱山 곽대근
남한의 시베리아 춘양
태백산 각화사 풍경소리에
길을 잃은 저녁노을이
운곡천 하얀 갈대숲을 밟고
청둥오리의 깃털 속에
그리움을 묻으려 한다
그리움이 있을 때 떠나야 하나
밤이 깊도록 열차의 울음소리는
허름한 여인숙 창문을 두드리며
춘양목 옹이 속에 피어오르던
고향의 소리를 들으려 하였지만
떠나간 사람은 돌아오지 않았다
내가 서성거리며 겨울잠에 빠져
잊혀져 가는 날이 많아도
억센 사투리는
플랫폼에 남아
향수를 부르게 한다.
시집 [간이역]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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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양역
사림 김시탁
철길가로 코스모스 피어있다
도회지가 빼앗아간 빈혈의 추억처럼
붉게 피어 흔들거리고 있다
떠나간 자 있어도 돌아올 자 드문
춘영역 대합실
사람의 체온이 그리운 낡은 의자에는
오후의 시린 햇살이 앉아
날짜 지난 신문을 뒤적인다
역사로 실려온 낯선 바람은
역무원의 깃발을 흔들고
선로가의 등 굽은 노송은
그리움 쪽으로 뻗어놓은 팔을 거두듯
스스로 낡은 가지를 떨구어 낸다
춘양목 가득 실어 날으던 열차는
노을만 퍼 담고 달리다가 노을 속으로 사라지고
송진 향 짙은 그리움을 짐칸에 싣던 인부는
삭정이처럼 스러져서 가슴에 옹이만 남아있다
이제 더 실어 보낼 꿈과 희망이 없어도
면소를 휘감듯이 열차가 들어서면
세상의 춘양사람들이 모두 역 쪽으로 고개를 돌리는 건
그리움의 고향이 춘양이기 때문이다
추억의 종착역이 춘양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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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춘양역에서/松花 강 봉환
겨울 춘양역에 오면, 깊은 산골만의 번영하던 화려한 모습마저도
지난 세월의 아스라함에 묻혀 모든 게 잠시 멈추어 버린 듯하다.
거쳐 간 수많은 삶의 갈래 속에 찢겨진 세월의 아픔들로 인해
오가던 수많은 뭇 인연들의 못 믿겨지도록 외쳐대던 아우성들도
그저 억지춘양처럼 느껴져 인지 그 옛날 화려한 날을 기억한 체
발길 따라 이제야 이곳에 왔건만 삶의 끈을 잇고자 찼던 이곳,
왠지 모를 쓸쓸함만 젖어만 가고 비상코자 몸부림을 친 흔적들
홀로 덩그라이 남겨진 역사 뿐, 수많은 인류가 지나치던 역 한 켠
외로이 명명을 지키듯 춘양목만이 쓸쓸히 겨울손님을 맞고 서 있다.
첫댓글 그리운 곳인데...이렇게 보게되니 감회가...감사해요^^
구 춘양역 역사 ^^* 귀한 사진입니다. 이렇게 다시 보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스무살 서울행 밤차를 타려고 기다리며 밖을 내다 보고 있었던 그 창문이 있습니다.
애타게 기다리던 사람을 그냥 스치듯만 봐야했던 기억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