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양,평사리,섬진강 모두 다 친숙한 단어들이다. "토지" 16권을 읽는 내내 전라도의 사투리와 함께 마치 내 고향인 듯
눈 앞에 펼쳐졌던 풍경을 만나러 가는 마음은 설레였다. 더군다나 갓 결혼한 새색씨가 하산주를 아주 맛나게 해준다니
신바람이 절로 났다.
산행 들머리에서 추수 후에 남겨진 홍시를 만났다. 싹쓸이 하지 않은 인심 덕분에 아주 달게 잘 먹었다.바우들만의
산중은 참으로 조용했다. 겨울 채비에 들어 선 자연은 자신의 모든 허물을 벗어 발 밑에 켜켜히 쌓아 두고 우리에게
길을 내 주었다.바우들만의 발자국으로 메워지는 순간이다.
구재봉을 가는 동안 탁 트인 전망을 볼 수 있었다. 곡창 지대답게 넓게 펼쳐진 논들을 보니 "토지"의 장면들이 스쳐
지나갔다. 지주와 소작인들,일제 수탈의 가슴 아픈 과거사들. 박 경리라는 작가의 대서사시가 바로 여기에 압축되어
있는 것일까? 구재봉의 헬리포터에 점을 찍고 산행을 계속 했다.
드디어 점심 시간,곰돌이 푸가 준비해 온 특제 라면을 곁들여 따뜻하게 점심을 먹었다. 산에서 먹는 라면은 왜 이렇게 맛있는지.
동점재 갈림길에 도착했다.동점재에서 칠성봉은 시간상으로는 40분정도로 길지 않았으나 오르막이 계속 되니 너무나
힘들었다. 그동안 산행을 제대로 하지 않고 게으름을 부린 댓가를 톡톡히 치루었던 것 같다. 겨울 등산이라고 식수조차
제대로 챙기지 않아 낭패를 보고 있으니.... 헐떡거리는 숨의 끝자락을 부여 잡고 억지로 칠성봉을 올랐지만 잘 왔는 것
같다. 산행을 제대로 한 느낌! 이렇게 힘든 산인데 왜 질리지 않는 것일까?
칠성봉에서 백년표 하산주가 기다리는 곳으로 곧장 내달렸다. 아직도 돌담 풍경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우리의 시골집과
빠알간 홍시가 주렁주렁 달린 감나무를 지나 우리의 서라벌관광버스 품으로.
백년,진산, 백두 세 사람은 음식을 장만하느라 힘들었을텐데 우리를 해맑은 웃음으로 맞아주었다. 모두들 베푸는 사랑의
선수들인 것 같다.산행을 포기하고 회원들을 위하여 진수성찬을 차려준 마음이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덕분에 잔칫집같이
흥겨운 하산주 시간이 되었다.
백년은 닉을 참 잘 정했는 것 같다. 그 닉 덕분에 백년해로할 평생의 반려자를 만난게 아닐까? 사랑도 지나치면 병이 된다고
하던데 이렇게 몸사리지 않고 하산주를 준비한다고 부산을 떨었으니 몸살 날까 겁난다. 너무 빨리 아기 엄마가 되어 앞으로
같이 산행 할 기약이 없어 섭섭하지만, 우리가 웃고 떠들 수 있는 또 다른 만남의 자리는 있지 않은가? 우리의 건배는 계속 되리라.
낙엽이 수북히 쌓인 겨울 문턱에서 한 해의 산행을 돌아보니 웃음부터 먼저 나온다.올해는 산에서나 번개에서나 술은
무진장 마셨던 것 같다. 술잔을 마주하고 새벽까지 달렸던 그 순간순간들이 너무 소중한 추억이 되었다. 취기와 함께 풀어 놓는
삶의 열정들이 다들 아름다워 보여서 같이 마시고, 취하고, 함께 야영도 가고, 생초짜로 바위도 했다.
사람도 아름답고 산도 아름다웠던 한 해가 저물어간다. 산 속으로 더 깊이, 정 속으로 더 깊이 들어가는 새로운 만남을 기대 해 본다.
산속에는 우리가찾는 세속에는 없는것들이 다 있습니다. 힘들게 칠성봉오르는길에서 인내를 배웁니다.도시에서 받은스트레스 산속에서 확 날리뿌고오면 한주가 또 활기찹니다. 순일씨처럼 예쁘고 정갈나게쓴후기 잼나게 잘 봤구 몸도 다른데 하산주준비한 백년 정말 수고많았고 참 맛있게 잘 묵았데~~~이. 언제나 처음처럼 늘 알콩달콩 행복하길~~~
첫댓글 산이 아름다우면 산에서 만난 사람들도 아름다운 법입니다. 아직도 마셔야할 술과 아직도 올라야할 산이 남아 있어 좋습니다. 늘 한결 같은 생각으로 산을 오르고 또 오르십시요....
맞아용~~
나도 토지 참 재밌게 읽었었는데........나도 그런 소설 함 써봤음 좋겠다는 ㅎㅎㅎ, 감기땜에 게으름 피운 그날이 후회되네.
산에서 맺은 인연은 무엇보다 소중하고 아름답기 마련이지.. 그리하여 난 언제라도 배풀며 살낀게.. ㅋㅋ..잼난 글 잘 일고 간데이.. 언니야도 언능 백년회로할 인연 만나레이~~~
우째 이리 글도 잘 쓰는동...잼나게 잘 읽었음. 올해는 울언냐의 해인것 같다.ㅋㅋ 뭔말인지 알지??? 더욱더 밝아진 모습 기대합니다.
산속에는 우리가찾는 세속에는 없는것들이 다 있습니다. 힘들게 칠성봉오르는길에서 인내를 배웁니다.도시에서 받은스트레스 산속에서 확 날리뿌고오면 한주가 또 활기찹니다. 순일씨처럼 예쁘고 정갈나게쓴후기 잼나게 잘 봤구 몸도 다른데 하산주준비한 백년 정말 수고많았고 참 맛있게 잘 묵았데~~~이. 언제나 처음처럼 늘 알콩달콩 행복하길~~~
잘 읽었습니다. 다음에는 함께 산행할께요. 다음이 언제일까 공수표만 남발하네요.
갑장 맨날 숙제 해랴 알것제......
무신 숙제??
산행후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