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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황사 추영희 이례 없는 황사라 했다 아름다운 것들은 쉬이 상처가 드는 틈 수천 수백만 번 그리다가 지우다가 뿌연 습자지처럼 우려진 바람의 뼈 목마른 것들이 올리는 제의 연기이다 구름을 향해 엎드리던 땅 낙타의 울음으로 태어난 종족의 영역에서 가장 광활한 성지는 바람의 서식처이다 어디에고 길무늬를 그리지만 어디에고 길을 지우는 광야의 오랜 갈망을 휘돌아 모래를 다 읽어낸 바람 사백년을 떠돌던 족속의 외경이다 젖과 꿀의 무늬 친절하게 물 밴 땅으로 걷어온 바람의 누런 내피가 습자지로 덮인다 근질근질 베끼는 영근 열매와 씨앗의 원본들 술렁거리는 바람의 관 속으로 들어 사막의 경계를 넘어갈 되바람의 예보 한번쯤 가상하면 잘 우린 빛깔로 탁본한 가을 한 뙈기 목마른 낙타의 등에 붙여주지 않겠는가 약속의 땅처럼 바람만 가득 밴 모래, 틈이란 틈으로도 들어맞지 않겠는가 물을 찾아 수만리 헤매는 맨발의 아이들 즐거운 비명으로 놀라 물동이에 넘치도록 담고도 남을 단물의 낙과들 우르르 오병이어 열두 광주리로* 되불어가는 후폭풍을 사하라 모래들이 목마르게 끌어당기는 복선이라 하면 이 황사 속 둥근 지구의 절반들이 너그럽게 섞여지지 않겠는가 아이의 입속에서 나온 까만 사과씨 하나 황량한 모래기둥 한 곳 광야의 고된 언약처럼 마침내 움트고 있지 않겠는가 몰라 이런 돌연변이로 어려운 땅이 한번쯤 설득되지 않겠는가 몰라 * 보리떡 5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배고픈 군중 오천 명을 먹이고도 열두 광주리에 가득 남았다는 그리스도가 행한 이적 ![]() 경북 경산 출생 2007 교원문학상 시 당선 2010 한국기독공보 기독신춘문예 시 당선 2012 시흥문학상 대상 시 당선 하양여자중학교 교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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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소백산 너머에 사시는 추영희 시인 반갑네요. 늘 치열하게 시 쓰시는 모습도 보기 좋고요.
오랜만에 들렀습니다. 이쪽에서 보면 소백산 너머 임경묵시인이 계시네요. 잘 계시지요.
최분임샘도 안녕하시지요? 졸작을 옮겨다놓으셔서 감사드립니다.
반갑습니다. 마음을 평강하게 합니다. 귀한 시 잘 읽었습니다.
최영숙샘 잘 계셨지요? 가을이 깊습니다. 윗쪽의 가을은 여기보다 더 깊어있겠군요. 사진도 여전히 멋지게 깊어지겠습니다.
사진 눈팅 하고 갑니다.
반갑습니다. 선생님도 계시는 곳에서 평강하시리라 생각합니다. 언제 시흥 넘어오시면 연락주세요. 포동 갯벌과 소래포구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