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4. 26 하늘 나라에 가버린 친구에게(회상의 글 )
봄이 한창인데도 오늘은 마음이 울적합니다. 눈을 돌리면 천지가 꽃이고 산천은 푸르기만한데...
죽었던 나무도 풀도 연두색으로 돋아나는데 한번 가 버린 벗은 봄이 찾아왔는데도 다시 오지 않네요.ㅠㅠㅠ
그가 그립습니다.
커피 한 잔 놓고 하루 종일 얘기 해도 지루하지 않던 벗이었는데요. 함께 있는 것 만으로도 즐겁기만 하던 친구였는데요. 3년 전 이렇게 봄이 오고 있을 즈음 그녀는 가버렸습니다. 금방이라도 저기 저 봄풀 속에서 '짱~!' 하고 나타날 것만 같아 봄풀 속을 서성거렸습니다.
오늘은 아무 것에도 신바람이 나지 않습니다.
그를 보내고 적어 두었던 글을 다시 읽어 보면서 가고 다시 오지 않는 벗을 그립니다.ㅍㅍㅍ
하늘 나라에 가버린 친구에게 친구야! 그대가 가버리다니, 그대가 그렇게 허망하게 가버리다니, 그건 정말 말도 안 된다. 우리는 아직도 인생을 마지막 하직하는 일에 대하여는 얘기를 나눈 적이 없지 않았느냐! 30 여년간 삶을 얘기하고 우주를 얘기하며 살아왔지만, 아직 한번도 죽음에 대하여 진지하게 다가가 본 적은 없었다.
그런데 단아한 맵시로 우아하게 늙어가고 싶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던 그대가, 아직 제대로 늙어보지도 못하고 약속한 적 없는 그 어디인 가로 훌쩍 가버리다니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정말 말이 안된다.
사랑하는 친구야! 어디가 아픈 것도 아니었는데 정말 자는 듯이 간 이유가 무엇이란 말이냐! 그대가 가버렸다는 사실이 실감나지 않아 여러 차례 고국으로 전화를 해 보았지만 그대의 음성을 들을 수 없고 e메일을 보내도 메일이 입을 앙 다물고 있기만 하니 그대는 정녕 떠난 것이로 데...
이제야 비로서 그대가 영원히 가버렸다는 사실을 사실로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다는 현실 앞에서 나는 지금 지난 30 여년의 우리 삶을 되짚어 보며 그대를 그리워 하고 있다오.
사랑했던 친구야! 이십 수년 전이었지. 그때 우리는 ‘아이들 교육’ 하면 의기 투합이 잘 되었었다. 열살 전후했던 그대의 아들 딸 삼 남매가 잘 자라 지금은 전문의사가 되고 동시 통역사가 되어 있는데, 그때 우리는 지금 그 아이들과 비슷한 30대 중반이었다. 우리는 어떻게 하면 아이들을 잘 키울 수 있을 지에 대하여 만나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고 또 고민 했었다.
고액 개인 과외를 시킬 형편도 되지 않았지만 또 과외가 금지되었던 그 시기에 우리는 아이들에게 직접 가정교사 노릇을 하겠다며 수학을 다시 공부하고 영어학원을 다니면서 밤 세워 정치근이 지은 ‘빨간 영어’ 를 좔좔 외우고 ‘성문 종합 영어’ 를 공부하고....그랬지, 친구야!
우리 참 아이들 교육에는 누구도 부럽지 않게 극성(?)이었지.
그 뿐만이 아니었다. 비어있는 시간만 있으면 우리는 ‘우리 인생의 아름다운 추억 만들기’ 에 의기 투합이 잘 되었었다.
진달래 개나리 피는 3월이 오고 벗꽃 피는 4월이 오면 우리는 벗들을 불러모아 배낭 하나 둘러메고 꽃놀이에 앞장섰고 진달래 따다가 정원에 둘러 앉아 꽃전을 부치기도 했는가 하면, 아카시아 피는 오월이 오면 앞산으로 뒷산으로 아카시아 향기를 찾아 나섰다.
애호박에 감자 껍질 벗겨 넣고 밀가루 수제비 뚝뚝 떼어 넣은 수제비 국 한 그릇 앞에 놓고도 그대가 있고 내가 있으니 우리는 시간 가는 줄 몰랐었고, 매화 향기 그윽한 정원에서 다기찻잔에 현미차 우려내면서 우리는 아름다운 추억과 행복을 만들면서 살았었다.
그런데 이렇게 만리 타국에 나를 보내놓고 어디로 간다는 약속도 없이 그렇게 먼저 가버린다면 나는 어떤 방법으로 그대를 찾아 가야 하며 또 열심히 만들어 놓은 그 아름다운 추억들은 이제 누구와 나누면서 살아 란 말이냐!
사랑했던 친구여! 지금 고국에는 오월이 왔고 앞산과 뒷산에는 아카시아 향기가 그윽하다는 소식이 왔는데 그대는 정녕 온다는 소식이 없네. 구름이 떠도는 허공을 우러러보며 오늘도 나는 그대 그리움에 목이 멘다.
이 편지를 어떻게 보내야 그대 손에 닿겠는가. 강물에 흘려보내랴. 구름에 실어보내랴. 그립고 그리우며 답답하고 또 외롭도다. 사랑했던 사람아! (2004.4.25)
우울하게 만들어 드려서 지송... 차 한 잔 드시고 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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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강촌 원문보기 글쓴이: 강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