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들에게서 흔히 듣는 말이 ^누워 있느니 죽는 게 낫다^다. 그런대로 건강할 때 하는 말이라 솔직히 진정성이 의심스럽다.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는 게 속담이다. 끝이 가까워 지면 질주록 삶에 대해 강한 집착을 보이는 게 인간 본능이다.
얼마 전에 덥다고 호들갑을 떨더니 벌써 팔뚝이 시리다. 서늘을 넘어 쌀쌀하다고 궁시렁거린다. 가을나들이 산행차 산천경개가 아름다운 시 월 초순의 끄트머리에 설악산에 왔다. 금강산 제1봉인 성인봉으로 오를 땐 가늘게 비가 와서 신경쓰이게 하더니 성인봉에 오르자 마자 금방 화창한 날씨다. 이곳저곳에서 사진을 찍고 감탄을 하며 이 바위 저 바위로 돌아다니다가 헬기장에 둘러 앉아 요기를 했다. 김밥 사과 대추 커피 초콜렛 펼쳐 놓으니 다양하다. 등에 비치는 햇볕이 따뜻하다. 울산바위가 선명하면서도 바라보는 방향이 달라서인지 낯설다. 그 뒤쪽 저 멀리에 설악산 최고봉인 대청봉이 보인다. 이 산 저 산, 울산바위와 주변 바위산, 그리고 희끄무레한 동해 바다를 감상하는 맛이 그만이다. 짙푸른 숲과 커다란 여러 바위, 맑은 하늘과 흰 구름, 가을 날씨가 어우러져 더할 나위 없이 보기 좋다. ^금강산 찾아 가자 일만 이천봉, 볼수록 아름답고 신기하구나, 철따라 고운 옷 갈아 입고서~^ 국민학교 때 배운 노래가 예순 해가 지나서도 절로 나온다. 합창을 하는ㅈ여기가 금강산 남쪽 끝자락이다. 먼산 단풍이 다가 온다. 가을의 절정이 멀지 않았다. 수穗바위, 성인봉으로 오르고 화암사로 내려오는 산길을 걸었다. 고성군 화암사禾巖寺는 금강산 제일 남쪽에 있는 절이다. 절에 가까워지면서 산간계류山間溪流가 약동하듯 들리는 소리가 요란하다. 화암사 입구에서부터 고승들의 열반송과 오도송 비석이 죽 늘어섰다. 무슨 뜻인가 알기도 힘들지만 글자 해석만으론 그 깊은 뜻을 헤아리기 어렵다.
千計萬思量
紅爐一點雪
살면서 세운 수많은 생각이 불타는 화로 옆 한 조각 눈가 같더라 *서산(휴정)대사의 열반송 일부를 내가 의역했다. 열반에 앞서 살아온 날을 돌아보니 한 평생이 꿈같다는 뜻인 것 같다. 너무 아둥바둥하며 살 건 없다.
생선모듬찜이 기막히다는 음식점의 브레이크 타임 끝날 때(17시)를 맞추려 영랑호 둘레길을 범바위까지 걷고 돌아 왔다. 술 좀 적당히 마시라는 아내의 말을 유념했다. 스스로 기특하다. 사르트르가 말했던가, 걸어 다닐 때만이 인간은 존재한다. 오늘 즐겁게 걸은 것은 존재하고 있음을 증명한 것이고 우리의 존재 기간을 늘이는데 도움이 된다.
첫댓글 마음과 몸이 바쁘다 보니 오늘 실수 투성이네 ~~
감사합니다 ^^♡^^
후기문은
여운이 남는 글귀네요
가는시간이 아쉽고
계절바뀜이
쏜살같이 너무빨리 가네요
좋은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