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과징금 부과에 공동대처 움직임 종교법인 특수성 무시한 처사 강력 반발
기독교대한성결교회 유지재단 명의로 등기된 개별교회 부동산에 대해 실명제 위반이 적용돼 19억여 원의 과징금이 부과됐다. 종합부동산세 폭탄을 피한지 얼마 되지 않아 이번에는 지방자치단체가 교회를 대상으로 실명제법 위반을 적용하면서 엄청난 금액의 과징금을 거둬들이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이번에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과징금을 받은 기성 산하 교회는 총 18곳. 이들 교회에 부과된 과징금만 19억 여원에 달한다.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한우리교회는 10억원이 넘는 과징금이 청구됐고, 제주제일교회 부교역자 사택부지에 대해서도 이미 지난 4월 1천만원의 과징금이 부과됐다. 성결교 측은 이번 과징금 추징이 종합부동산세 환급과 관련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부동산을 재단에 귀속시킨 50여 교회 등 종부세 환급을 받은 123개 성결교회가 과징금 부과 대상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과징금이 부과된 교회들은 현재 유지재단과 함께 각 지자체를 상대로 이의 제기를 하고 있으며 행정심판도 진행중이다. 이미 지난 4월 과징금을 통보받은 교회 중 오산평화교회, 김해제일교회 등 11개 교회는 과징금 처분이 취소됐다고 성결교 관계자는 밝혔다. 그러나 한내교회, 대천제일교회 등 보령시에 속한 교회의 경우 충남도에서 행정심판이 각하돼 당장 과징금을 납부해야할 상황이다.
지자체가 유지재단에 귀속된 교회 재산에 대해 부동산실명제법 위반을 적용한 것은 명의는 유지재단에 있지만 실소유주는 개별 교회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법무부는 “각 개별교회는 부동산 취득 자금, 재산세 등을 부담했고, 사용수익 권한뿐만 아니라 사실상 처분 권한을 보유한 것에 비추어 유지재단과 개별교회 사이에는 명의신탁 약정이 있었다”며 “1997년 이후 유지재단 명의로 이전등기가 이뤄진 경우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 사실관계를 확인해 과징금 부과 여부를 판단하라”고 각 지자체에 유권해석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지자체의 이번 부동산실명제법 적용이 종교행정을 전혀 고려치 않은 결정이라는 점에서 기독교계에 상당한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기독교계는 교회 사유화를 막고, 종교재산을 공적으로 보호하기 위해 유지재단을 세워 교회 재산을 공동관리하고 있다. 또 유지재단은 문화관광부 혹은 각 지자체 주무관청의 허가를 얻어 정관개정과 재산처분 승인 등의 감독을 받고 있다. 사실상 개별교회의 재산이지만 유지재단과 주무관청이 공동관리한다는 점에서 ‘개인’ 소유로 볼 수 없는 것이다. 문광부 등 주무관청도 법인의 강화와 재산 법인 귀속을 권장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자체들은 자금의 조성 주체와 등기 주체가 다른 유지재단 소속 교회를 ‘타깃’으로 해 과징금을 부과했다. 종합부동산세 논란 이후 만들어진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교묘히 이용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정부는 지난 2006년 기독교대한감리회 유지재단에 대해 종합부동산세를 부과했다. 2006년 12억, 2007년 16억원 등 총 30억 가까운 세금폭탄이 떨어졌다. 이로 인해 당시 해당교회들은 적게는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수천만원의 세금을 물어야 했다. 개별교회의 재산을 관리하는 유지재단을 하나의 덩어리로 보고, 유지재단에 모든 책임을 물은 것이다.
당시 기독교계와 정치권에서 이에 대한 부당성을 제기했고, 2008년 ‘개별 종교단체가 소속 종교단체 명의로 등기한 재산에 대해 종부세를 실질소유자인 개별 종교단체에 부과한다’는 내용의 ‘조세특례제한법(제104조의 13)’을 개정했다. 종부세를 실질소유자인 개체교회 부동산별로 분리과세토록 한 것이다. 이렇게 될 경우 세금은 절반 이하로 줄어든다. 법 개정과 소송 등으로 당시 교회들은 종부세 환급을 받았고, 지금까지도 이 법에 의해 세금이 부과되고 있다.
그런데 이번에는 지자체가 개별교회 재산을 공동 관리하는 종교재단에 대해 실명제법 위반의 잣대를 들이대면서 또다시 과징금을 부과한 것이다. 지자체는 지난 2010년 대법에서 “자금 조성 주체와 등기주체가 다를 때 부동산실명법 위반”으로 판시한 사실에 주목하며 종교법인에 등기된 교회들이 명의신탁을 했다며 실명법 위반을 적용한 것으로 보인다.
지금은 기독교대한성결교회로 시작됐지만 실명제법을 전국 교회에 적용할 경우 지차체가 받아내는 과징금 액수는 천문학적인 숫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이미 2008년 ‘조세특례제한법’ 개정 당시 ‘명의신탁’을 인정했다는 점. 정대진 세무사는 “당시 정치권에서도 개별교회 재산을 잠시 신탁한 것이라는 관점에서 조세특례제한법을 발의했고, 종교법인의 특수성을 충분히 고려해 세법을 개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같은 해석이 부동산실명제법에서는 명백한 ‘위법’으로 적용되고 있어 이번 과징금 부과에서 교회가 좀처럼 빠져나가기 어려울 전망이다.
현재 부동산실명제법에서는 종중과 배우자에 대한 특례 조항이 있지만 종교단체는 누락되어 있다. 특례조항에 종교를 삽입하는 것이 과징금을 피해가는 방법이지만 이렇게 될 경우 유지재단이 개교회 재산을 관리감독하는 것이 어렵게 된다. 교회 사유화를 막는 목적으로 유지재단을 운영할 수 없다는 것. 결국 지자체의 엄격한 법 적용이 종교단체의 목적과 운영에 엄청난 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기성 유지재단 측은 일단 행정소송과 부동산실명법 위헌 소송 등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유지재단 관계자는 “종전까지 종단의 명의신탁에 대해 과징금을 부과하지 않는 것이 관례적이었다”며 “종부세를 환급받은 본 교단 소속 교회만을 대상으로 실명제법을 적용한 것은 분명히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대진 세무사도 “이런 식의 법적용이라면 유지재단에 교회 재산을 귀속시킬 교회가 어디 있겠느냐”며 “근본적으로 종교행정을 말살하려는 행위이자 종교에 대한 무지의 결과”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현재 일부 교단에서만 일어난 일이지만 기독교계는 이 사안이 다른 교단으로 확대될 것을 우려해 공동대처 방안을 모색키로 했다.
이 소식을 접한 한국교회연합 김요셉 대표회장은 “비영리 종교법인인 교회와 교단을 대상으로 지자체가 과세와 과징금을 거듭 부과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조속한 시일 내 회원교단들의 의견을 들어 부동산실명제법의 모순에 강력히 대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