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의 비보를 듣고
송 희 제
갑자기 며칠 전부터 우측 엉덩관절이 바늘침이 찌르듯이 아파져 와 아침이 되어도 침대에 누워 있었다. 습관적으로 아침 카톡이 궁금하여 열어 보았다. 구조회 모임에 믿을 수 없는 문자가 떴다. 모임 총무가 올린 소식이다.
“친구 '정옥'이가 새벽에 운명했다네!"
"뭔소리여?"
갑자기 앞뒤 설명도 없이 멀리서 살지만 대전 살다가 경기도로 이사 간 정옥 친구의 비보가 카톡에 올라온 것이다. 평소에 바지런하며 매사에 사철하고 깔끔하게 일 처리도 잘하는 친구다. 체격은 자그마하고 날씬하며 지병도 평소에 없었던 걸로 안다. 이른 아침이고 멀리서 사는 친구라 특별히 요즘 측근을 자세히 아는 친구가 없다. 카톡을 보고 모임 총무한테 연락이 왔을 테니 일단 기다려 보기로 했다. 9시가 넘으니 다시 연락이 와서 당일 오후에 한 친구 승용차로 용인 장례식장으로 가기로 했다. 교회 권사로 평소 생활에도 신심이 돈독하고 말없이 실천하는 매사가 표양이 되는 신앙인이기도 하다. 대전에 살 때도 우리 집 근처를 지날 때면 생각나서 왔다고 가끔 들르기도 했다. 집안에 들어서면 우리 집 거실 십자고상 앞에서 우선 무릎 꿇고 기도부터 하곤 하였다. 너무 갑작스러운 비보라 나도 가고픈데 허리 통증이 불안하여 선뜻 나서지 못했다. 오히려 폐가 될지 몰라 부의금만 부탁하고는 침대에 누워 그 친구와의 추억을 떠올리며 그녀가 어떻게 된 건지 별의별 생각을 다 했다.
저녁때가 되자 장례식장에 다녀온 총무의 전화가 왔다. 장례식장 첫날이고 평일이라 아직 사인이 밝혀지지 않아 어수선하고 상주만 잠깐 보고 왔단다. 갑자기 너무도 황당한 일이라고 한다. 아들 내외가 맞벌이고 손주들이 어려 대전 살림을 정리하고 아들네와 합가하여 산다. 가족들이 저녁 후 거실에서 텔레비전을 같이 봤단다. 거실에 있다가 화장실에 갔던 모양이다. 집안 화장실에서 오래되어도 안 나와 가보니 그 자리서 그냥 이미 숨이 멎어 있더란다. 119를 불러 도착하기 전에 아무도 모르게 가족들과 같이 있다 혼자 화장실서 생긴 일이다. 사망진단서를 할 수가 없어 장례 진행이 엉거주춤 상태로 친구들은 상주만 잠깐 보고 왔단다. 부검하여 원인을 알아내야 의사의 사망진단서를 뗄 수 있단다. 가족 모두 너무 황당하여 부검 동의로 이 불볕더위에 삼일장이 아닌 4~5일장이 될지도 모른다고 했다. 어찌 이럴 수가 있을까? 집안에서 가족끼리 있다가 마른하늘에 날벼락이지, 깜짝 사이에 당한 일이라 머리가 멍멍하기만 하다.
이 세상의 생태계에서 살아있다는 것은 축복이고 기쁨이다. 특히 만물의 영장 인간은 더욱 그러하다. 요즘은 백세시대라 해서 너나 할 것 없이 건강을 위해서 섭생과 운동과 수면, 스트레스 관리 등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 평소에 품성도 좋은 친구였는데 아들네와 살면서 말 못 할 스트레스라도 있었나? 감을 잡을 수가 없다.
아~인생무상! '허무로다. 허무! 모든 것이 허무로다.' 성경 말씀 코헬렛에 있는 말씀이다. 누구나 사는 여정에는 구구절절 사연이 가득하다.
나도 요즘 안 그래도 며칠 전에 가까이 사는 장남과 사소한 언행으로 잠시 마찰이 있었다. 장남은 매사를 폭넓게 잘 처리하여 부모 맘을 뿌듯하고 장하게 하기도 한다. 어릴 적부터 나만 여자로 어미의 노파심과 배려를 잔소리로만 일축해 버린다. 요즘 젊은이들이 거의 다 그런 추세이기도 하다. 우리도 제 자식들 못지않게 애지중지 키워 오늘을 이루었다. 너나 할 것 없이 대부분이 다 요즘 풍요 속에서 살아 고생과 예의범절도 모르고 지내는 시대가 되었다. 편한 어미니까 생각 없이 던지는 말 한마디에도 노년 되어 여러 가지로 몸과 마음이 나약해져 난 가끔 상처받는다.
몸도 안 좋은데 마음까지 자식한테 상처받을 때는 난 가끔 설움이 북받쳐 오른다. 거기에 과묵하기만 한 남편마저 묵언하여 요즘 신경계통이 더 예민해져, 난청과 눈과 허리가 더 개운치 않은 상태다.
친구의 갑작스러운 비보에 갑자기 내 주변이 더 급해진다. '나, 이대로 갑자기 일 당하면 어찌하나?' 난 그래도 행복하고 감사한 날이 많다. 나도 젊은 시절 고뇌 속에서 성실로 최선을 다하며 오늘에 이르렀다. 자식들도 힘들 때 어릴 적 편한 어미한테 부리는 투정이라 생각하고 받아 삼키자. `여자는 약해도 어머니는 강하고 자애로우니까`하고 자위하자.
정옥 친구처럼 너무 갑자기 떠나지 말고 떠나는 자와 남은 가족들과 서로의 이별 준비는 하고 이 세상을 하직해야 할 것 같다. 남은 가족들은 어찌하며 촌각에 숨이 멎은 고인은 그 영혼이 어찌 떠날 것인가? 마음이 착잡해진다. 친구들 모두가 멍멍한 가운데 며칠 후, 떠난 친구 남편이 우리 모임 단체 톡에 문자와 장례식 영정 사진이 올라왔다.
“0 정옥 씨 남편입니다. 워낙 황망하게 당한 일이라 연락이 늦었습니다. 이 나무꾼이 50년 선녀의 날개옷을 감추어 그동안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이 선녀가 지상 생활을 마치고 날개 옷을 찾아서 하늘로 갔습니다. 이제는 여기보다 더 행복한 곳에 있겠지요, 위로해 주신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모임 친구들이 간단히 위로의 말씀으로 답을 전했다.
“착하게 살고 갔으니, 하늘에서 편하게 있을 거예요. 건강 챙기세요.”
“천국에서 안식을 누릴 정옥이를 반가이 만날 그날을 소망하며 기운 잃지 마시고 힘내십시오.”
모든 것은 다 하늘에 맡기고 남은 날 최선을 다하여 사랑하고 보듬으며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