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좌선을 매일 하지 못하고 뜨문 뜨문 했다.
8월 23일
낮에 조계사에서 40분, 밤에 11시 50분부터 12시 30분까지 좌선.
낮에는 욱죄이는 가슴과 불안함으로 뛰는 맥박을 보다가 어느새 약간의 몽롱한 분리된 느낌이 있고 저린 다리의 통증을 보았다. 밤에는 가슴이 담담했는데 잡히는 맥박을 보다가 어느새 졸음이 와 졸음을 보다 모기가 물어 정신이 바짝 들어 모기에 물린 통증을 보았다. 이 과정들이 전반적으로 덤덤하게 잡힌다. 몸의 긴장을 풀어주기에 앞서 마음의 긴장을 풀어주는 것이 우선이다.
8월 29일
11시 부터 11시 42분까지 좌선
허리와 왼쪽 다리의 저림이 있었는데 하기 싫어하는 마음을 보니 그 마음이 변해 느낌을 재미있어하며 흥미가 생기는 걸 알 수 있었다. 일에 대한 생각이 많이 뜨고 바깥소리에 대한 몸의 반응도 보고 통증도 보며 어수선하게 시간을 보내다 잠이 오고 이미지들이 예기치 않게 불쑥 솟아나 눈을 떴다.
8월 30일
11시 15분에서 11시 45분까지 좌선.
영이가 옆에서 잠 못이루고 부스럭거려 집중이 안되었다. 머리의 느낌을 보다 코 부위가 민감해지는 느낌에 보니 들어오는 숨이 상당히 미세하게 느껴졌다. 그러기는 잠시, 생각들이 많이 올라왔고 어수선했다.
8월 31일
11시 40분에서 12시까지 좌선.
가을 풀벌레 소리가 크게 나서 계절의 변화를 실감했다. 매미 소리가 요란했었는데. 차소리가 아니라 풀벌레 소리를 들을 수 있음에 감사했다. 이런 저런 생각을 거쳐 돌아가신 아버지 생각에 눈물이 핑돌며 좌선을 마쳤다.
9월 7일
11시 15분에서 11시 50분
일주일 만에 좌선.
영이가 하늬에게 스티커를 나눠주지 않으려 해 둘이서 다투는 걸 보다 영이에게 '이걸 나누면 다음에 더 좋은 걸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렇게 가르치는 내 모습이 실은 영이와 똑 같다. 일 할때 모습은 나만 잘 하려는 마음이 강해 남이 잘 하는 걸 보면 가슴이 욱죄이고 쿵쿵 거린다. 귀와 눈으로 들어오는 것들에 마음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걸 보면 알아차림은 있으나 막는 힘은 부족한 것 같다.
좌선 시작할 때는 망상이 많았고 의도 없이 저절로 일어나는 호흡을 보고 싶은 욕망이 있었다. 눈 아래와 오른 쪽 뺨에 당기는 강한 느낌이 오래 지속되어 지켜 보다 어느새 이런 저런 생각으로 흘러 갔다. 다리에 저림이 있어 싫은 마음이 났을 때 한번 좌선을 그만 하고픈 의도가 떴고 그걸 보니 그 마음이 사라졌다. 그러다 등의 느낌의 불편해 다시 싫은 마음이 떠 좌선을 그만 하고 싶어져서 눈을 떠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