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집값을 잡기 위해 개발중인 판교 신도시가 분당 등 주변 집값을 부채질하는 진원지로 몰리고 있다. 공급을 늘리면 집값이 안정돼야 하는데도 오히려 신도시로 인해 집값이 뛰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판교 개발의 후폭풍(집 값 상승)은 올들어 분당·용인을 거쳐 과천·평촌·수원·의왕 등 경기 남부지역 주요 도시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급기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최근 “판교 신도시가 집값 폭등과 부동산 투기의 부작용만 초래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판교가 부추기는 집 값 상승의 실태와 그 원인, 집 값 상승을 막기 위한 방안 등을 세 차례에 나눠 살펴본다.
분당이 불지른 집값 상승세 “요즘 분당 등 판교 주변은 패닉(공황) 수준이다. 기대감이 기대감을 낳으면서 판교 분양 때까진 집값이 계속 오를 것이라는 소문이 사실처럼 굳어졌다.” (분당 야탑동 D공인 관계자)
판교 주변 집값 상승은 지난 2월 분당 신도시가 불을 댕겼다. 판교 40평대 이상 아파트의 분양가가 평당 1500만원을 넘을 것으로 알려지고, 서울 강남의 재건축아파트값이 뛰면서 집값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분당은 1월 초까지만 해도 집값이 제자리 걸음이었고, 급매물도 꽤 있었다.
서현동 C공인 관계자는 “판교 공급 물량이 줄어 당첨 확률은 낮아지고, 분양가는 더 올라갈 것이란 소식이 알려지면서 분당 집주인들이 경쟁적으로 팔려는 값을 높였다”고 전했다. 서현동 시범단지 한양 55평형은 1월 초 7억원 밑에도 매물이 나왔으나 지금은 10억원을 부른다.
매물이 적다 보니 호가 차도 크다. 최근 분당 정자동 주상복합아파트 65평형이 매물로 나온 지 두달 만에 13억원에 거래됐다. 중개업소에 적힌 호가인 15억원보다 2억원 정도 낮은 값이다.
분당 정자동 P공인 관계자는 “집주인들이 부르는 값이 워낙 높아 실제 거래는 이보다 낮은 값에 이뤄진다”며 “구청에 신고된 거래량이 적은 것은 매도·매수자 간의 호가 차가 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분당구청에 따르면 1829가구인 파크뷰 주상복합아파트의 경우 지난달까지 구청에 신고된 거래는 10건이 채 안 된다. 분당은 주택거래신고지역이어서 거래량이 모두 드러난다.
분당 K공인 관계자는 “이달 들어 40평대 이상은 집주인들이 호가를 한껏 높인 반면 사려는 이들은 망설여 거래량이 2∼5월의 10% 이하로 줄었다”고 말했다.
집값이 급등하면서 주민들의 가격 담합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분당 정자동의 한 주상복합아파트는 최근 부녀회가 담합을 해 주변 중개업소에 평당 2000만원 이하에는 거래하지 말도록 윽박지르기도 했다.
불길은 용인으로 번지고 “한 달여전 계약한 아파트의 경우 매도자측 해약 요구가 빗발칩니다. 집값이 한 달 전보다 1억원이 올랐으니까요” 현충일인 6일 용인 죽전택지지구의 한 중개업소 사장의 말이다. 최근 판교발 역풍으로 이 지역 아파트값이 단기 급등하면서 해약을 해달라는 주문도 늘고 있다.
이 중개업소 사장은 “일부는 계약금 배액 배상을 하며 해약한 것도 있고, 배상없이 막무가내로 해약을 요구하는 집주인도 많다. 법정 수수료도 못주겠다고 으름짱을 놔 중개인들만 중간에서 골치아프다”고 말했다.
구성읍 금풍공인 주종대 사장은 “휴일이지만 구성읍 동아쏠레시티 63, 74평형 계약하기로 해서 나왔는데 집주인이 오늘 갑자기 안팔겠다는 의사를 전해와 당황했다”며 한숨을 짓는다.
용인시 구성읍 동아솔레시티 64평형은 최근 한 달새 1억원 정도 올라 6억∼9억원이다. 신봉동 LG자이는 30평형대의 경우 5000만원, 50∼60평형대는 1억원 올랐다. 이 아파트 33평형은 호가가 4억9000만원까지 치솟아 평당 1500만원에 육박한다.
신봉동 정숙공인중개사 관계자는 “판교 시세가 평당 2000만원 이상 갈 것으로 예상하자 용인도 그 만큼 시세가 오를 것으로 보고 가격을 올린다”며 “매도자들이 지금 팔면 손해라는 생각에 매물을 대부분 거둬들였고, 매수자들은 타이밍을 놓치면 더 오를 것으로 보고 조급한 마음에 달려든다”고 말했다.
성복동의 한 중개업소 사장은 “최근 용인∼서울간 고속화도로 착공도 기름을 부었다”며“매도자가 시장을 주무르고 있다”고 말했다. 거래가 끊기면서 현지 부동산은 완전 개점휴업상태다.
죽전지구 중개업소에 따르면 이 일대 한달여간 거래된 것은 많아야 한 두건에 불과하다. 수지읍 늘푸른부동산 노성훈 사장은 “일부 매물이 나왔다가 매수자가 입질을 하면 다시 거둬들인 뒤 조금 지나서 다시 값을 올려 내놓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동문건설은 지난 달 용인 동천동에 분양한 동문굿모닝힐 6차(220가구)의 분양가를 평당 1100만원에 내놨지만 정식 계약기간 사흘동안 88%가 팔렸다. 이에 따라 올 하반기 용인에 분양될 1만5000여가구의 분양가도 이와 비슷한 가격에 책정될 가능성이 커졌다.
현지 중개업소는 판교 역풍이 쉽게 꺾이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용인 죽전지구 웰빙공인 관계자는 “11월 판교 분양 전까지는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계속될 것”이라며 “판교 분양 후에 후폭풍이 예상보다 크지 않을 경우에 비로소 매물이 나와 가격도 안정세를 보일 것 같다”고 말했다.
평촌 "우리도 판교와 가깝다" 판교신도시 개발의 바람은 안양 평촌신도시로까지 불고 있다. 중앙일보 조인스랜드 조사에 따르면 평촌은 특히 중대형 중심으로 최근 1주일새 1% 이상 올랐다.
목련마을의 경우 경남·동아·두산·선경·신동아·우성 7단지에서 올랐는데 우성 7단지 48평형은 지난 달말보다 2000만원 뛰어 6억2000만~7억2000만원에 이르렀다.
귀인동 꿈마을 건영3차 49평형은 2월 이후 1억원 가량 올라 5억8000만원에 가격이 형성돼 19.5%의 상승률을 기록했고, 동아 48평형은 같은 기간 1억6000만원이 오른 5억8000만원을 호가한다.
목련마을 D공인 관계자는 “분당 집값이 판교를 재료로 급등하는 것을 본 주민들이 판교 효과를 기대하며 지난 달부터 호가를 비싸게 내놓고 있다”고 말했다.
꿈마을 M공인 관계자도 “이런 분위기에서 집값이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를 가진 집주인들이 매물을 갑자기 거둬들였고 그나마 한 두개 있는 매물도 호가가 너무 높아 수요자들이 포기한다”고 말했다.
정부 대책 뚫고 급등 집값 급등 시점이 절묘하다. 올해는 10·29대책의 일환으로 부동산세제를 개편해 처음 시행하는 해다. 대표적으로 종합부동산세가 도입됐다. 게다가 판교 주변지역이 급등한 시기는 건교부가 수도권 집값을 안정시키기 위해 2·17대책을 내놓은 이후다.
모든 투기대책이 적용되는 지역에서 급등세가 이어지고 있는 점도 주목할만하다. 분당의 경우 이미 주택투기지역과 주택거래신고지역으로 지정돼 취·등록세와 양도세를 실거래가로 신고해야 한다.
현 정부가 내놓은 세제를 활용한 부동산 투기대책이 모두 동원되고 있는 지역에서 폭발적으로 상승했다는 점이다. 서종대 건교부 주택국장이 “수도권 집값이 오를 이유가 없다”며 “실수요자라면 섣부른 추격매수를 자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첫댓글 좋은 게시물이네요. 스크랩 해갈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