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년 만에 하는 이런 졸업식도 있나!
솔향 남상선/수필가
우리는 현재 디지털 정보화 시대에 살고 있다. 제 3차 산업혁명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살고 있다는 말이다. 디지털 혁명은 아날로그 전자 및 기계 장치에서 현재 이용 가능한 디지털 기술에 이르기까지 놀란 만한 세상이 되었다.
로봇 공학, 인공 지능, 나노 기술, 생명 공학, 자율주행 차량을 비롯한 여러 분야에서 새로운 기술 혁신이 일어나고 있다. 그리하여 망인(亡人)의 생전의 모습까지 복원하여 실물처럼 입체로 보는 3차원 영상이나 이미지로 볼 수 있는‘홀로그램’까지 출시가 되어 우리를 놀라게 하고 있다..
지난 2023년 7월 15일 천안 독립기념관에선 눈시울을 뜨겁게 하는 졸업식이 있었다. 입학한 지 95년 만에 갖는 졸업식이기 때문이다. 입학할 때는 설레는 마음의 입학 식장이었건만 졸업할 때는 엄숙하고 숙연한 자리였다. 졸업자가 고인이 된 애석한 자리였기 때문이다. 입학한 지 95년 만에 갖는 졸업식이니 세상에서 가장 늦은 졸업식이 아닐 수 없었다. 졸업식의 주인공은 김찬도 애국지사였다.
김찬도 애국지사는 1928년 6월, 수원고등농립학교 재학 중 항일학생운동단체인‘건아단(健兒團)’에서 주동이 됐다는 이유로 수원역에서 붙잡혀 그대로 서대문 형무소에 투옥되었다. 재판 결과 징역 10월에 집행유예를 선고받아 퇴학 조치를 당해야만 했다. 그는 끝내 학교로 돌아가지 못했고, 1994년 작고했다.
졸업생을 대표하여 졸업사를 낭독한 김찬도 애국지사의 모습은 이 날을 위해 특별히 현대과학이 복원한‘홀로그램(실물처럼 입체로 보이는 3차원 영상이나 이미지)’이었다. 실로 과학 기술의 놀라움에 입이 벌어질 만한 일이었다.
김찬도 애국지사의 딸인 김은경 씨는 자신의 아버지 학생 때의 모습을 다시 볼 수 있다는‘홀로그램’이야기를 듣고는 말도 안 된다며 믿지 않으려 했다. 하지만 이 날 홀로그램을 통해 아버지의 젊은 날의 모습을 마주하자 눈물을 글썽였다.
김찬도 애국지사의 딸 등 후손들은 이날 독립 운동가들의 서훈뿐만 아니라 명예 졸업장과 졸업앨범도 받았다. 이들이 받은 졸업앨범엔 독립 운동가들의 사진을 바탕으로 졸업 당시의 모습을 복원한 사진이 실렸다. 빙그레는 이 외에도 독립 운동가들의 활동내용을 기록한 기념 졸업앨범을 오는 11월 3일 학생독립기념일에 배포할 예정이라 했다.
유제품 생산업체로 유명한‘빙그레’는 지난 7월 15일 천안 독립기념관에서‘세상에서 가장 늦은 졸업식’자리를 만들어 독립운동가 후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게 했다.‘빙그레’는 독립운동가와 특별한 인연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호연 회장의 배우자인 김미 씨가 백범 김구 선생의 손녀이기 때문이다.
이런 인연 때문인지‘빙그레’는 독립 운동가와 그 후손들을 위해서 특별한 족적을 부단히 쌓아가고 있다.‘빙그레’가 그 동안 추진해온 훌륭한 일들은 괄목할 정도다. 독립 운동가는 잘 알려진 분들이든 아니든 모두가 우리의 독립을 위해 노력하신 분들이다. 그러므로 무명으로 투쟁하다 순국하신 애국지사들을 찾아 그 존재감을 살리고 빛날 수 있게 해 드리는 일은 당연지사라 하겠다.
앞으로도 국가보훈부는 국가민족을 위해 살신성인(殺身成仁)하시다 무명으로 돌아가신 분들을 찾아 기릴 수 있는 캠페인은 쉬지 않고 이어져야겠다.
‘95년 만에 하는 이런 졸업식도 있나! ’
살아서 받지 못하고
죽어서야 받는 졸업장이지만
세상 어떤 메달보다 빛나는 훈장임에 틀림없었다.
세상에서 가장 늦은 졸업식이지만
살신성인으로 이 나라 이 겨레를 살린 분들이니
옷깃을 여미는 숙연한 박수의 현장이 아닐 수 없었다.
첫댓글 독립운동가가 대접받는 세상이 되어야 하는데, 요즘 부쩍 그 반대로 가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