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홍천문학
특집
고인돌
생사의 갈림길을 침묵으로 대변하며
세월 속에 묻힌 줄로 착각하지 말라는 듯
그날의 생생한 모습 증인으로 누었네
강원도 기념물 56호 군업리 지석묘군
발길이 머물다
난시대 의병의 정신적 지주이신
화서 이항로의 발길을 머물게 한
홍천의 삼포리 비경 산과 들의 중용의 미
높지도 깊지도 않은 자연의 모습 닮아
마음이 넉넉하여 오순도순 정겨운 곳
오가던 길손의 발길 머무르는 안식처
회원작품
자화상 외 4편
박영권
볼우물의 미소에 덧칠하는 흑색 모반
세파마저 그어 넣은 미간의 골진 붓질
아직도
못다 그린 채
주름살로 남은 생
생애 갈피 갈피마다
애환 깃든 자화상
굳게 다문 침묵이
소리 없이 들려주는
어쩌나
못다 이룬 꿈
설레는 저 눈 빛
영원은 순간의 연장일 뿐
아득히 먼 옛날도
까마득한 훗날도
순간으로 이어지는
찰나의 파노라마
영원은 멀고도 가까운
순간의 연장일 뿐
순간의 긴 그림자
영원으로 다가가고
촌음에 등에 실려
시나브로 다가오는
오늘은 삶의 프리즘
내 생애 최 정점
내 어머니 등고개
내 굽은 등으로 걷는 어머니 등고개
이순부터 낫자루만큼 굽으셨던 허리
지팡이 의지할 겨를 없던 곡진한 삶
늦게나마 다다른 휘어지는 고갯마루
자지러진 아픔을 전율로 느낀다.
그 고개 힘겹게 오르며 사무치는 어머니 ……
우리 집 소묘
햇볕도 졸고 있는 고즈넉한 반나절
단조의 뻐꾸기 울음소리 심금을 울리고 오늘도 어제처럼 깊어만 간다.
참새들 떼로 몰려와 똥도 싸고 모이도 먹고 때까치, 산비둘기 덩달아 날아드는 텃새들의 도래지. 호랑나비, 공작나비, 신선나비들이 일벌들과 다투어 군무로 휘몰이 장단을 연주한다.
초봄에는 달래 냉이 민들레, 사월 되면 망초 진달래, 가정의 달 오월이면 남편이 좋아하는 목단, 멋진 그러데이션의 붓꽃이 만발하여 선물하기 바쁘다.
해돋이엔 해바라기 해넘이엔 달맞이가 피고 지는 우리 집 정원은 풀밭인 듯, 꽃밭인 듯 가지마다 시를 쓰고 날개마다 붓을 드니
나 또한 한줄기 잡초 푸른 시를 쓰려나 … …
낙숫물 여백
다 털고 난
늦장마 추녀 끝 낙숫물
댓돌도 뚫는다는
세월 낚는 그 소리
소르르 눈이 감기는
고즈넉한
흰 여백
약력
▣등단 :1998년 『시조와 비평』
▣시조집 :『나에게 주는 선물』『가슴속에 드리운 달빛』
▣수상 : 2017년 강원펜 문학상, 제20회 강원시조 문학상 2016년 강원교원 작가상 2011년 동서문학상(동시조) 2011년 알베르 까뮈 문학 대상(시조)
▣경력: 한국문인협회 홍천군 지부장 역임, 강원문학 이사, 국제 PEN클럽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