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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끝자락을 붙잡는 한옥카페의 기품과 마음담은 식물원 청도읍성 옆에 앉은 <꽃자리>
경부고속도로에서 대구에서 부산으로 가는 길은 경주를 들러서 가기 때문에 지도에서는 오른쪽으로 둥글게 길이 나 있다. 지도위에서 대구에서 부산까지 일직선으로 그으면 그 길이 대구부산간 55번 고속도로이다. 이 때문에 대구에서 부산까지 거의 2시간 걸리던 거리가 한 시간으로 줄어들었다. 이 길에서 청도를 만난다. ‘새마을운동의 발상지’라고 소개하는 광고판을 볼 수 있고, 반시와 소싸움의 고장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고속도로가 발달하기 전에는 거의 모든 도읍들이 그랬듯이 청도, 밀양으로 이어지는 국도는 그야말로 옛 선비들이 넘었던 산을 굽이굽이 넘어야 서로 만날 수 있는 그런 첩첩산중이었다. ‘고속도로’라는 놈에게 고맙다고 해야 할지, 옛길과 옛사람들을 만날 기회를 잃어버렸다고 서운해야 할지 모르겠다.
청도에는 청도읍성이 있다. 일부 복원되었고 지금도 복원이 한창이다. 이 읍성은 웅장한 성이라기 보다 야트막한 성이다. 임진왜란때 왜구의 육로진출을 저지하기 위한 역할이었다고 한다. 본래 청도의 도읍은 읍성이 있는 이곳 화양읍이었는데 기차역이 생기면서 현재의 도읍은 그쪽으로 이동했다고한다.
경북 청도군 화양읍 동천리, 청도읍성의 낮은 성벽 옆에서 한옥 ‘꽃자리’가 있다. 구상시인의 <꽃자리>라는 시는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만드는 선시(禪詩)같다.
1950년대 서울 명동에 문인들이 많이 찾는 ‘청동다방’이 있었다. 그 곳에 거의 매일 출근하다시피 하는 사람이 있었다. 평생을 독신으로 지내고 물욕과 번뇌를 초탈한 시인으로 공초(空超)라는 호를 사용했으며, 실제로 담배를 좋아해 ‘꽁초’라고 불렸다고 한다. 공초(空超) 오상순(吳相淳) 시인이다. 이 분 때문에 많은 문인들이 ‘청동다방’을 찾았다. 오상순 시인이 사람을 만날때면 악수를 하면서 ‘반갑고, 고맙고, 기쁘다’라는 말을 했다. 그리고는 지니고 있던 사인북을 펼쳐 무슨 글이든지 쓰라고 했다. 1962년 6월 3일 이 세상을 떠날 때 임종을 지켜드린 분이 시인 구상이다. 평소에 공초(空超)선생께서 사람들을 만날때마다 하신 말씀과 뜻을 구상 시인이 시로 옮겨놓은 것이 바로 ‘꽃자리’란 시다. 그래서 오상순 시인의 시로도, 구상 시인의 시로도 소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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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카페 <꽃자리>
꽃과 옛물건들, 그림이 어우려져 있는 앞마당과 물과 바람과 나무와 꽃과 마음이 실려있는 식물원을 뒤로 둔 한옥이 예사롭지 않다. 단순히 찻집이 예쁘거나, 꽃을 곳곳에 많이 심어놓아서 ‘꽃자리’가 아니다. 꽃으로 집을 단장하고, 한옥과 어울리는 한복을 짓고, 종이공예로 인형을 만들어 곳곳에 놓은 어머니의 마음과 원예학을 전공하고 꽃이 좋아 시작한 것이 식물원의 모양을 갖추게 한 아버지의 마음, 또 그림을 전공하여 그림으로 세상과 소통하는 딸 이미지의 마음이 읽혀지기 때문이다. 그 가족들의 삶이 꽃자리인것이 분명해 보인다.
‘꽃자리’ 딸 이미지는 서울에서 그림을 공부했다. 우리 책방에도 그녀의 그림이 있다. 그 인연으로 밀양으로 가는 길에 청도에 들렀다. 부모님과 함께 사는 이야기를 조심스레 열면서 집안 구석구석을 소개해주었다. 대구에서 바리스타교육까지 받았다. 바리스타교육을 받는 것은 쉽지만 커피를 이해하기는 참 어렵고 아직도 배우고 있다.
서울에서의 인연으로 여기 미지의 고향 청도까지 발걸음을 하게 되는 인연으로 이어져 고맙다는 생각이 가득하다. 대학생시절 서울에서<대학생정토회>에서 불교와 마음공부를 만났던 이미지는 자신의 그림세계에도 많은 영향을 준 것 같다. (그림에 대해서 잘 아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들의 느낌이 그렇다는 것이다.)
한옥이 두 채로 지어져서 한 채는 살림집이고, 한 채는 카페다. 카페로 지어진 한옥은 변형된 H자 모양이다. 한 곳은 천장이 높은 입식으로 만들어 앤틱분위기를 연출했고, 또 한쪽은 각각 다른 모양의 좌식 방이 세칸이다. 가운데는 통로를 겸해서 화장실이 있다.
화장실벽에도 기와파편으로 무늬를 만들었고, 그 뒤쪽에 사람이 잘 드나들지 않는 공간에는 설치작품같은 전시가 있다. 에어컨실외기도 기와를 붙여 감쌌다. 어디에 앉아도 창과 문이 있고, 그곳을 통해 다른 채의 벽과 마당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이런것을 풍류라고 할까. 그렇게 안에 있으면서 밖과 교류하고 밖에 있으되 떠나지 않은 조화로운 발걸음이다.
곳곳에 놓여있는 꽃과 소품들도 예사롭지 않다. 처마끝의 풍경도 남다르다. 매달려 있는 물고기가 나무로 깎아서 만든 것이다. 거북이를 깍아서 연못앞에 두었고, 여하튼 오밀조밀 생긴 공간은 전시장 자체이다.
마음담은 <식물원>
살림집뒤편으로는 식물원이 넓게 펼쳐져 있다. 여름에는 온갖 꽃들이 더 많이 있어서 볼거리가 많았다고 한다. 하지만 가을이 저만치 가고 있는 즈음에도 그 색깔은 충분히 사람들의 마음을 끌었다. ‘식물원가는길’이라는 팻말따라 길을 가노라면 비닐하우스 바깥에 이미 많은 식물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작은 연못도 있어 식물원 안으로 들어가기 전에 이미 마음을 온통 뺏겨버린다. 곳곳에 나무팻말에 이미지씨는 그림을 그리고 글씨를 써 두어 식물이름을 안내하고 있거나 꽃에 관한 시를 적어 두었다.
◀ 야외조성되어 있는 야생화밭을 따라 걸어가면 식물원 뒷쪽 문으로 연결되어 있다. 열려있는 문 사이로 들여다보이는 식물원내부는 저절로 감탄사가 나온다.
식물원은 지금도 조성중이라고 한다. 물길이 나 있고, 곳곳에 여유공간이 있기도 하다가 빽빽한 밀림을 상상할 정도로 우거진 곳도 있다. 밖에서 볼때에는 비닐하우스만 보여서 그 안에 화분을 빼곡이 채워놓고 전시하고 있나 하는 막연한 상상이 있었는데, 그동안 보지 못했던 말 그대로의 ‘식물원’이다.
미지의 엄마와아빠가 식물원을 가꾸기 시작한지 4년이 되었다. 복숭아밭이던 터에 그동안 가업으로 이어온 축산업을 위해 축사를 지을려고 했으나 마을과 가까이 있어 어려울 것 같아 꽃을 심기 시작했다고 한다. 아버지가 평생에 있어 하고 싶었던 일이라고 한다. 원예학을 전공하고 꽃을 좋아하면서 아버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라고 한다.
식물원에는 물길이 있고, 조심스레 발 옮기라고 사람길도 있다. 그리고 중간 중간에 휴식공간도 있다. 그 외에는 온갖 식물들이 자기들 세상의 영역을 만들어놓고 있다.
▲ 미지 아빠의 식물원입구 사무실공간
읍성옆에 한옥카페와 식물원은 마음을 담고 있다. 미지는 엄마랑 자주 다툰다고 한다. 어떤 일로 다투는지 물었더니, “손님이 오면 엄마는 서두르고, 저는 천천히 하자고 하면서 다퉈요. 제가 보기에는 엄마가 후다닥 서두른다고 하고, 엄마는 제가 느려터졌다고 해요. 그렇게 다퉈도 잘때는 엄마옆에서 자요.” 애기같은 순진함과 여유가 배어있다.
커피를 종류별로 내려서 먹고, 엄마는 멀리서 손님오셨다고 고급한정식에서나 볼 수 있을법한 밥을 지어낸다. 또 보이차를 마시고 청도의 특산물인 감말랭이를 먹다가 햇살이 뉘엿뉘엿 넘어갈 때 작별인사를 했다. 아버지 이태호씨의 수줍은 미소는 우주의 생명 그자체라는 생각을 해 보았다. 우리에게 그런 미소의 마음하나 품어본다면 내가 가시방석처럼 여기는 그 자리가 바로 꽃자리가 될터이다.
<에코동이 권하는 책 이야기> 이미지는 대학생정토회를 만나서 마음공부를 시작하면서 불교공부를 하지만 엄마는 천주교신자라고 한다. 아버지와 서울에 있는 언니는 특별한 종교가 없다고 한다. 종교가 있거나 없거나, 다른 종교이거나 관계없이 우리들의 일상에서 행하는 <기도>에 대해 이야기해 놓은 책이다. 우리들의 기도는 모두 성취되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는 법륜스님의 <기도> ◀ 왼쪽 책을 클릭하면 상세페이지로 이동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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