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포크라테스에 대해 들어보셨나요? 그렇다면 '선서'에 대해서는 어떻세요. 히포크라테스 선서에는 다같이 공유하고 생각해 볼만한 상식적인 이야기가 있어 이렇게 카페에 글을 올려봅니다. 아무리 상식으로 넘기는 글이라고 해도 이전에 무심코 썼던 글이 너무 성의가 없는 것 같아, 다시 수정하여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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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가 아니더라도 '히포크라테스' 라는 이름에 대해서는 다들 한 번 쯤 들어보셨을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기원전 500여년 때의 그리스 사람인데, 동양의학 가르치는 학교에서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일반적으로 의대를 졸업할 때 의례적으로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낭독합니다. 이제는 이 선서가 그저 졸업을 위한 하나의 '의식'으로 전락했지만, 그 내용을 천천히 살펴보면 현재 우리에게도 충분히 화두를 던지고 있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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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의대 졸업생들이 의례적으로 행하는 선서는 무엇일까요? 우리가 흔히 알고 있었던 히포크라테스 선서문의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 이제 의업에 종사할 허락을 받으매 나의 생애를 인류봉사에 바칠 것을 엄숙히 서약하노라.
1- 나의 은사에 대하여 존경과 감사를 드리겠노라.
2- 나의 양심과 위엄으로서 의술을 베풀겠노라.
3- 나의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첫째로 생각하겠노라.
4- 나는 환자가 알려준 모든 내정의 비밀을 지키겠노라.
5- 나의 위업의 고귀한 전통과 명예를 유지하겠노라.
6- 나는 동업자를 형제처럼 생각하겠노라.
7- 나는 인종, 종교, 국적, 정당정파, 또는 사회적 지위 여하를 초월하여 오직 환자에게 대한 나의 의무를 지키겠노라.
8- 나는 인간의 생명을 수태된 때로부터 지상의 것으로 존중히 여기겠노라.
9- 비록 위협을 당할지라도 나의 지식을 인도에 어긋나게 쓰지 않겠노라.
- 이상의 서약을 나의 자유 의사로 나의 명예를 받들어 하노라.
"히포크라테스 선서 상, 어제 침을 놔줬던 아무개가 어디가 아팠는지는 말할 수가 없지!"
4번에 환자의 내정을 지키겠다는 선서는 많은 선서목록 가운데서도 농담으로 써먹을 만큼 유명한 내용이죠. 그런데 여기 몰랐던 사실이 있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었던 위의 히포크라테스 선서는 히포크라테스 전집에 나오는 일부 내용을 재각색 하여 1948년 제네바 협약 때 세계의사협회가 만든 새로운 선언이라는 것입니다. 진짜 2500여년 전의 '선서'와는 조금 다른 내용이었던 것이죠. 그렇다면 편집을 거치지 않은 전집안에 들어있던 고대의 선언문은 어떤 내용이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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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나는 의술의 신 아폴론과 아스클레피오스, 휘기에이아, 파나케아아, 그리고 모든 남신과 여신의 이름으로 나의 능력과 판단에 따라 이 선서와 계약을 이행할 것을 맹세합니다.
2- 나는 이 의술을 가르쳐 준 스승을 부모처럼 여기고 나의 삶을 스승과 함께하여 그가 경제적으로 어려울 때 나의 것을 그와 나누며, 그의 자손들을 나의 형제로 여겨 그들이 의술을 배우기를 원하면 그들에게 보수나 계약없이 의술을 가르칠 것이며, 내 아들들과 스승의 아들들, 그리고 의료 관습에 따라 선서하고 계약한 학생들에게만 교범과 강의와 다른 모든 가르침을 전하고 다른 사람들에게는 전하지 않겠습니다.
3- 나는 나의 능력과 판단에 따라 환자를 돕기 위해 섭생법을 처방할 것이며, 환자들을 위해 비행으로부터 보호하겠습니다.
4- 나는 어떤 요청을 받아 치명적인 약을 누구에게도 주지 않을 것이며, 그 효과에 대해서도 말하지 않을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나는 어떤 여성에게도 낙태용 페서리를 주지 않겠습니다.
5- 나는 나의 삶과 나의 의술을 준수하고 경건하게 지켜가겠습니다.
6- 나는 칼을 사용하지 않을 것이며 심지어 결석 환자도 그 일에 종사하는 사람에게 맡기겠습니다.
7- 나는 어느 집을 방문하든지 환자를 돕기 위해 갈 것이며 고의적인 비행과 상해를 삼가고 특히 노예든 자유민이든 여자들이나 남자들과 성적 접촉을 삼가겠습니다.
8- 내가 환자를 진료하는 동안 또는 진료 과정 이외 그들의 삶게 관해 보고 들은 것이 무엇이든지, 그것이 외부로 알려져서는 안되는 것이라면 그것들을 비밀로 지키고 누설하지 않겠습니다.
9- 이제 내가 이 선서를 지키고 어기지 않는다면 내가 나의 삶과 나의 의술에 대해 모든 사람들로부터 영원한 명예를 얻게 하시고, 만약 내가 선서를 어기고 위증한다면 나에게 그 반대를 주소서.
'싸이언스 북스' <히포크라테스 선언>에서
같은 아홉가지의 목록으로 되어있지만 훨씬 구체적으로 서술 되어있는 위의 내용이 히포크라테스 전집에 담겨져 있는 오리지날 선언문입니다. 확실히 현재 의사들이 선서하기에는 적합하지 않는 내용이 많지만, 수천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우리에게 화두를 던지는 내용도 많아 보입니다.
1번 목록에 대하여 : 서양의학의 아버지라고 불리우는 히포크라테스는 동양의학에 있어서 '황제' 와도 같은 상징입니다. 최초로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철학을 바탕으로 의술을 행했다는 것이 그 이유지요. 히포크라테스 전에는 질병이 귀신, 신으로 부터 유래한다고 생각했었지만, 그는 이러한 미신에 반대하고 질병을 자연현상으로 규명하였으며 4체액론 이라는 새로운 이론을 세우게 됩니다. 1번 선언에 나오는 수많은 신들의 이름은 의학의 미신적인 요소를 아직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 아니라, 선서의 엄숙함을 위함이었다고 말할 수 있지요. 특히 위에서 나오는 아스클레피오스는 히포크라테스의 직계 조상이었다고 보는 견해가 많습니다. 반신반인(半神半人)이라고 볼 수 있겠지요.
7번 목록에 대하여 : 환자들을 마취시켜놓고 성폭행을 행했다는 말조차 꺼내기 부끄러운, 아니 미쳤다고 말해도 모자랄 것 하나 없는 이런 벌래만도 못한 의사 놈들의 행각을 보며, 요즘 의사라는 놈들이 제대로 된 인간이 있기는 있는 것일까 라는 생각까지 해봅니다. 7번 목록을 보면 성관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제네바 선언에 다시 추가해야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듭니다. 어쩌면 그리스 시대에도 이런 미친놈들이 판을 치고 다녔는지도 모르지요.
6번 목록에 대하여 : 6번 선언문을 보면 '칼을 사용하지 않을 것이며' 라는 내용이 나오는데, 상식 이야기를 하나 더 해보자면 서양의학사에 있어서 외과의사는 불과 400여년 전 만해도 그 지위가 내과의사와는 판이하게 달랐습니다. 'DOCTOR' 라는 명칭도 외과의사는 사용할 수 없는 것이었죠.
그 시원은 고대 이집트로 올라가게 되는데, 우리가 흔히 동내에서 볼 수 있는 미용실의 뱅글뱅글 돌아가는 표지판의 하얀색, 빨간색, 파란색이 사실은 외과의사를 상징하는 표식이었다는 사실, 알고 계셨는지요. 빨간색은 정맥, 파란색은 동맥, 하얀색은 신경 또는 붕대를 나타냈다고 하는데, 머리카락으로 상처 부위를 봉합하던 고대의 수술 방법에서 유래한 것이라고 합니다. 실제로 이발사가 외과수술을 겸하고 있었지요. 이렇듯 이발사와 동일시 되었던 외과의사의 지위는 수천년 동안 제자리를 맴돌았던 것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6번 선언이 외과의사를 무시했던 발언이 아니라, 자신의 치료능력 범위를 벗어나는 환자를 방치하지 않고, 지위가 히포크라테스 자신보다 한 참 낮았던 외과의사에게 까지 환자를 맡김으로서 '환자를 질병으로 부터 구원한다'는 의사 본연의 책임을 다하겠다는 식으로 이해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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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밖에 많은 목록들이 있지만 하나하나 열거하기에는 너무 많은 것 같네요. 아직 황제내경에 대해서도 모르면서 무슨 히포크라테스냐고 핀잔을 놓으실 수도 있겠지만, 동서양을 막론하고 현대 의료계에 아직까지도 화두를 던질 만한 내용이라고 생각하여 이렇게 긴 글을 써봅니다. 의사라면 '돈'이 아니라, '명예'가 아니라, '생명'을 위한 의술을 행해야만 한다는 개인적인 생각도 이 글을 쓰게된 이유겠네요. 어떻게 생각하면 히포크라테스 선서는 졸업생이 해야 할 것이 아니라, 의술을 막 배우기 시작한 사람들이 해야만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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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포크라테스가 누구인지, 히포크라테스 선서의 내용이 무엇인지 아무리 딸딸 박식하게 외운다 한들 자신의 마음이 사람을 생각하지 않고 있다면 무슨 소용이겠습니까. 비록 소설상에서 나오는 내용이지만, 얼음골에서 스승을 해부했던 허준과 자신의 시신마저 환자들을 위해 받친 유의태의 마음도 역시 사람을 위한다는 것에 있어서는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글이 길어졌습니다. 다음에 또 유익한 내용이 있으면 카페에 들리도록 하죠.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