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54 청계산 산우회 시산제
어제 하루 종일 내리던 봄비가 오늘 일요일은 막 멈추고, 대지와 청계산의 수목들이 한층 싱그럽게 물이 오르고 있음을 느끼면서 우리들 K-54 청계산 산우회는 화창한 초봄을 맘끽하면서 청계산에 올라, 이번을 16회 째로 무자년 시산제(始山祭)를 올리었다.
나이를 더해감에 따라 그간 회원들이 불어나서 총 회원 100명 가까이, 그 중에서 오늘은 남녀 부부 합하여 25명이 참가하여 각자 정성스럽게 준비해온 각가지 음식과 술을 청계산 골짜기 아늑한 태고의 맑은 곡수(谷水)가 내리는 돌탑 쌓인 물가에서 이영철(李榮澈) 산우회장과 손창선(孫昌善) 간사의 집전(執典)으로 임응식(林應植)회원이 사회를 맡아 청계산 산신(山神)이 지켜보는 가운데 약 30분 동안 화기애애하게 진행되었다. 카메라는 주로 남명우(南命祐) 회원이 자진하였고, 나는 내가 간밤을 슬치며 써서 준비해간 ‘산에 대한 예찬시(禮讚詩)’ 한수를 회원들께 헌시(獻詩)하였다.
이 영철 회장이 준비하여 낭독한 제문(祭文)은 더욱 일품이었다.
“천지신명과 청계산 산신이시어 들으소서. 우리 K54 청계산 산우회는 오늘 여기 청계산에서 다 함께 무자(戊子) 시산제를 차리고 비노니, 우리 회원들의 가는 길을 살펴주시고, 그대의 큰 품안에서 항상 건강하고 명랑한 가운데 우정과 화합으로 결성되어 모범적인 산우회가 되도록 이끌어 주소서! 이 자리를 빌어서 말씀드릴 것은 그간 정말로 힘들고 위기였던 우리나라를 살펴주시고, 천만다행히도 희망의 새 정부가 들어서게 된 것에 대하여 진심으로 감사를 드리고, 앞으로 이 나라가 더욱 융성하게 발전될 수 있도록 도와주시옵소서! 우리 산우회를 건강하게 지켜주시고, 영원한 발전과 우리들 가정의 행복을 빌면서 다 같이 두 손 모아 무자년의 시산제를 드리나이다.”
마지막으로 우리 K모교 교가의 음정에 맞추어 제작된 K54 산우회가를 우렁차게 제창하여 청계산으로 울려 퍼지는 가운데 우리들의 자축 공식 시산제 행사는 마치었다.
산신제는 우리나라의 국가 형성 이전부터 자연유발(自然誘發)적인 민속신앙으로서 천(天), 지(地), 일(日), 월(月), 성신(星辰), 산천(山川) 제신(諸神)의 가호(加護)로 재앙(災殃)을 극복하고, 우리들 인간에게 무병장수(無病長壽)를 안겨 주어 풍년을 기약하고 안락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천지신명(天地神明)에게 고(告)하는 일종의 제천행사인데, 이씨조선에 들어와서 유교사상이 보급되면서 오늘날의 제례(祭禮)를 전수(傳受) 받게 된 것이다.
제사(祭祀)는 이미 인류역사의 발상인 예날 중국의 요순(堯舜)시대부터 비롯되었다고 하는 바, 중국이나 우리나라의 삼국시대 때도 국가 사직(社稷)과 만백성(萬百姓)들의 삶을 중시하여 국왕이 직접 주관하기도 하였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격식(格式)있는 제례의 시초는 길일(吉日)을 택하여 고구려의 동맹(東盟), 옛 부여(夫餘)의 영고(迎鼓), 마한(馬韓)의 소도(蘇塗) 같은데서 볼 수 있는데, 주로 음력 10월 상달에 거행되었다고 한다.
특히 산과 바다를 찾는 사람들은 자연의 변화에 조화롭게 잘 순종하여야 함으로, 어부들에게는 풍어제(豊漁祭)를, 산악인들에게는 만물이 소생하는 초봄에 주로 시산제(始山祭)를 그들만의 영역인 주산명당(主山明堂)에서 술과 음식을 차려놓고 한해의 소원성취(所願成就)를 빌며 그날 하루를 즐거운 마음으로 숭배하고 자축(自祝)하는 축제의식(祝祭儀式) 행사인 것이다.
우리들 K54 동창 산우회는 어언 간에 지난 약 20년 동안이나 정기적으로 매 일요일 날이면 주로 청계산을 주 무대로 산행을 하여 건강을 관리하고 우정을 다져온 터이다. 청계산의 산행 코스는 여려 곳이 있으나 오늘은 여성 가족들이 다수 참석하게 된 것을 감안하여 동쪽 끝 봉우리인 옥여봉(玉女峰)을 오른 후에 벌써부터 여기저기 진달래꽃 망울들이 나보라는 듯이 뽑을 내며, 한편으로는 일부가 양지바른 곳에서 새색시 마냥 수줍어 청초하게 연분홍 꽃잎을 들어내어 길손들에게 봄의 인사를 하고 있는 ‘진달래능선’의 꽃길 하산 길은 오늘 따라 우리들의 걸음걸이를 더욱 가볍게 하여 주었다.
청계산을 하산한 후에 통상적으로 들리던 ‘서산집’을 오늘 생략하게 된 것은 시산제 음식으로 모두가 포만하였기 때문이다. 대신에 우리들은 청계
산 산행일이면 고정적으로 만나는 청계산의 초입 마을 뒤편으로 ‘청계산 안내지도, 입간판이 있고 수령(樹齡) 230년의 고색(枯色) 이끼가 창연(蒼然)한 시보호수인 갈참나무 정자 아래로 하산 후에 재집결하여 팔각정 쉼터에서 오늘을 마감한다.
그곳의 우람한 고목나무 아래 간이무대를 차려놓고 허서키 보이스(Husky voice)로 자칭 ‘거리의 시인’이 되어 통기타를 치며 자작곡이라던 ‘당신이 그리울 때마다’를 안경 넘으로 청중을 의식하며 온몸으로 솔로로 열창하는 청바지 젊은이(김대완)를 둘러싸고 한참동안이나 그의 노래를 감상하였다. 나는 시산제가 끝나자마자 고교 동창 산우회원들과 바렌타인 위스키 잔을 주고받으며 몇 잔을 거듭 들이켜 마신 탓인지 기분이 더욱 고조되어 그 젊은이의 애절한 노래 소리에 취하여 팔각정의 쉼터 기둥에 기대어 한동안 어깨춤까지 추기고 하고, 나머지 우리들 K54 산우회원들은 마지막 쓰리기를 근처의 쓰레기장에 비우고 그의 통기타 노래 소리가 힘차게 봄 하늘 멀리까지 울려 펴지고 있음을 보면서 우리들 K54 산우회원들은 서로 악수를 청하며 오늘의 아쉬운 작별 인사를 나누었다.
2008. 3. 30 일 청계산 시산제에 다녀와서
경산(京山) 김 보경 씀
첫댓글 선조님들의 전통을 지켜오시면서 흐트럼 없는 자세를 유지하시는 선비의 자세를 보는 것 같습니다. 후배들에게 가르침이 되는 좋은 말씀 자주 올려 주시기 바랍니다. 항상 경청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