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락은 쉼없이 흐르고…… 막히면 병이 된다!
경락은 우리 인체에 그물처럼 퍼져 있는 기혈의 운행 통로다. ‘영추·해론(海 論)’에서 “12경맥은 안으로 장부에 속해 있고, 밖으로는 사지와 관절에 연결된 다”고 한 것은 경락이 인체의 모든 구성 부분을 유기적으로 연결하여 주는 하 나의 연결망이라는 의미다.
허임은 경락의 기가 시간에 따라 쉼없이 우리 인체를 순행하는 것을 계곡을 흐 르는 물에 비유한다.
따라서 질병은 마치 장애물이 있어 물이 흐르지 못하게 된 것과 같고, 치료라는 것은 그 막힌 것을 열어서 소통시키는 것으로 본다.
그러므로 그 증세를 잘 관찰하여 때에 따르고 변화에 응해야 병을 낫게 할 수 있 다고 말한다.
이는 우리 몸의 질병은 경락에 반영되며, 침구라는 자극을 통해 잘못된 기혈의 흐름을 바로잡아 주는 것이 곧 치료라는 의미다.
경락 계통은 여러 가지로 구성되는데 ‘동의보감’에서는 12경맥(經脈), 기경8맥 (奇經八脈), 15낙맥(絡脈), 12경근(經筋) 등을 위주로 설명하고 있고, 허임의 ‘침구경험방’에서는 간결하게 가장 중요한 12경맥을 위주로 설명한다.
12경맥의 흐름과 배열 방식
12경맥은 수삼음경(手三陰經), 수삼양경(手三陽經), 족삼음경(足三陰經), 족삼양경(足三陽經)으로 이루어졌다. 즉 모든 사람의 팔과 다리에는 각각 3양맥, 3 음맥이 있어서 합해서 12개의 경맥이 있다는 말이다.
수삼음경은 수태음폐경·수소음심경·수궐음심포경이고, 수삼양경은 수양명대 장경·수태양소장경·수소양삼초경이며, 족삼음경은 족태음비경·족소음신경·족 궐음간경이고, 족삼양경은 족양명위경·족태양방광경·족소양담경이다.
수와 족 이라 한 것은 팔과 발로 경맥이 흐른다는 것을 말하고, 삼음, 삼양은 경맥의 특성을 표시하는 하나의 부호로 장부와 연관을 맺고 있다.
이들 12경맥의 흐름을 살펴보자. 수삼음경은 가슴에서 손으로 가고(從胸走手), 수삼양경은 손에서 머리로 가며(從手走頭), 족삼양경은 머리에서 발로 가고(從 頭走足), 족삼음경은 발에서 배(從足走腹)로 흐른다. 12경맥의 흐르는 순서는 이러한 규칙에 따라 그 처음 시작은 수태음폐경→ 수양명대장경→ 족양명위경 → 족태음비경→ 수소음심경→ 수태양소장경→ 족태양방광경→ 족소음신경→ 수궐음심포경→ 수소양삼초경→ 족소양담경→ 족궐음간경→다시 수태음폐경 의 순서로 낮에 25회, 밤에 25회로 쉼없이 흐르는 것이다. 이러한 견해는 ‘영 추·경맥편’이나 ‘동인경’의 내용을 받아들인 것이다.
‘침구경험방’에서는 ‘십이경초혈(抄穴)’이란 항목 아래 실제로는 12경맥에 임맥(任脈), 독맥(督脈)을 포함해서 정리하고 있으며, 이라는 용어는 쓰지 않았 다. 이는 ‘동의보감’에서도 마찬가지다.
사실 임맥과 독맥은 기경8맥에 속하는 경맥이다. 기경8맥은 12경맥 사이를 가 로 세로로 흐르며 12경맥의 넘쳐난 맥기를 모아두는 조절작용을 한다. 즉 마치 강와 호수의 관계와 같다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