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뉴스통신=박정길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년 만에 나이지리아를 다시 '특별우려국(Country of Particular Concern·CPC)'으로 지정했다. 명목상 이유는 종교의 자유 침해다. 그러나 이를 단순한 인권 문제로만 보기는 어렵다. 미국 보수 기독교계의 정치적 요구와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신앙 외교'가 결합된 결과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월 31일(현지시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 '트루스소셜'에 "나이지리아에서 기독교인들이 학살당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조치를 발표했다. 그는 "급진 이슬람 세력에 의해 수천 명의 기독교인이 살해됐다"며 공화당 하원의원 라일리 무어와 톰 콜에게 실태 조사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발언은 복음주의 진영의 시각과 일치한다. 국제기독교단체 '오픈 도어스' 역시 "지난해 전 세계 기독교 박해 사망자의 70%가 나이지리아에서 발생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나이지리아 내 전문가들은 폭력을 단순히 종교 갈등으로 보는 것은 위험하다고 경고한다. 정치적 불안과 지역 무장세력 간 세력 다툼, 기후 위기로 인한 빈곤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는 것이다. 같은 지역의 무슬림 피해자도 적지 않다.
공화당 인사들은 트럼프의 결정을 일제히 환영했다. 라일리 무어 하원의원은 X(옛 트위터)에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을 지지하며, 기독교인 학살을 방지하기 위한 책임 있는 조치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은 "이번 조치는 나이지리아 관리들에게 책임을 묻는 중요한 계기"라며 "관련 법안 추진과 추가 제재를 위해 행정부 및 의회와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나이지리아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무함마드 이드리스 정보부 장관은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미국의 주장을 "매우 오해의 소지가 있다"며 "대규모 박해라는 보고는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대변인 바요 오나누가도 "우리 나라에는 종교전쟁이 없다"며 크루즈 의원의 SNS 게시글을 "악의적 허위 선전"이라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 절차 또한 논란거리다. 1998년 제정된 '국제 종교자유법'에 따르면, 국가를 CPC로 지정하려면 국무부와 초당적 인권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 하지만 이번에는 공식 절차가 생략된 것으로 보인다. 알자지라는 "트럼프의 발언은 복잡한 나이지리아 내 갈등을 '급진 이슬람 대 기독교'의 단순한 대결 구도로 몰아갔다"고 분석했다.
정치적 계산이라는 해석도 뒤따른다. 보수 기독교층 결집을 노린 상징 조치라는 것이다. 종교자유를 내세운 그의 담론은 미국 내 정치 지지층을 향한 '신앙 외교' 전략으로 읽힌다.
그럼에도 이번 지정이 국제사회의 관심을 다시 환기시킨 것은 분명하다. 국제기독교연맹(International Christian Concern)의 숀 라이트 회장은 나이지리아가 다시 CPC로 지정된 소식을 환영하며 "이 중요한 인정을 깊이 감사히 여긴다. 이는 나이지리아에서 수많은 가정과 공동체를 파괴한 잔혹 행위를 국제사회가 직면하도록 촉구하는 데 있어 중대한 진전"이라며 "이번 지정이 다른 세계 지도자들에게도 동참하도록 영감을 주고, 폭력적 극단주의자들의 손에 고통받는 이들에게 실질적인 구호와 지속적인 변화를 가져오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