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종단 조계종이야말로 초기불교의 종지를 담고 있다. 통합종단인 조계종 종헌 제1장 종명 및 종지 제2조는 ‘본종은 석가세존의 자각각타 각행원만한 근본교리를 봉대하며 직지인심 견성성불 전법도생을 그 종지로 한다’고 규정했다. 석가세존의 근본교리는 곧 초기불교이다. 따라서 통합종단의 기본종지는 초기불교의 가르침을 잘 깨닫는 것이 된다.”
초기불전연구원 지도법사 각묵 스님이 통합종단 50주년을 기념해 10월 19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열린 ‘조계종 교수아사리 세미나-이시대 한국불교의 정체성을 말하다’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19일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교수아사리 세미나'에서 각묵 스님이 발제를 하고 있다.
조계종 교수아사리이며 2012년도 대원상 포교대상을 수상한 각묵 스님은 ‘초기불교의 눈으로 본 통합종단 50년 소고’ 제하의 발표를 통해 통합종단이 초기불교를 존중하고 있으며 종단의 청정성과 정통성을 회복하려 노력해왔다고 말했다.
각묵 스님(왼쪽 사진)은 “성철스님은 백일법문을 통해 불교의 근본이 중도(中道)임을 천명하고 특히 니까야와 아함을 중심으로 중도의 근본을 밝혔다”며 “이런 성철 스님의 선언은 한국불교 혹은 통합종단의 출발을 초기불교에서 찾은 큰 의미가 있는 가르침”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일제강점기 동안 대처화해 율맥과 비구계맥이 사라졌던 때, 당시 종단의 율사 스님들은 이 문제 해결방안을 고민한 끝에 1973년 태국 승단의 3사7증을 초빙해 정식으로 비구계를 수지한 일대의 사건에 대해 “율맥과 비구 계맥이 단절됐던 한국불교가 진정한 비구 종단으로 거듭났으며 중국의 대륙불교를 넘어 초기불교의 정통 계맥을 한반도에 복원시킨 것”이라고 평가하고, “1981년 시작된 단일계단에 대한 합동 수계식 역시 남방상좌부 계맥과 동일한 초기불교의 적통 계맥을 계승하는 의미를 갖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각묵 스님은 또 “1994년 종단개혁은 승가교육에 대한 자각이었으며 2011년과 2012년에 걸쳐 강원체계를 초기·대승·선·계율·참여불교·불교사·전법학 분야로 대폭 개선해 초기불교를 공식적인 교과목으로 인정한 것은 마침내 부처님이 직접 설하신 법과 율을 근간으로 하는 명실상부한 적통 교육과목을 완성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정반대의 의견도 있었다. 각묵 스님에 앞서 ‘계율의식’을 주제로 발표한 자현 스님(월정사 교무)은 “소승불교에서 수계를 받는 것은 이중승적”이라며 부정적 견해를 보였다.
자현 스님(오른쪽 사진)은 “동아시아 불교가 대승불교라는 점에서 일반적인 소승 율의 수계를 통해 득도한다는 데는 문제가 있으며, 대승불교 내에서 다른 종단의 수계를 받는 것도 이중승적인데 하물며 소승불교에서 받은 수계가 인정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했다.
자현 스님은 한국불교 계율의 특성으로 ‘서상수계’와 ‘율과 보살신앙의 이중구조’를 꼽고, 그 전통이 신라시대 자장 스님에서 현대의 자운 스님에게도 계승되고 있다고 말했다. 스님은 “조계종은 명확하게 대승불교를 표방하고 있으며, 우리는 비구를 위한 비구가 아니라 보살비구”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자현 스님은 현대의 다종교 사회에서 불교가 계율가치 재정립을 통해 청정성과 윤리성을 회복하는 것이 불교에 경쟁력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계종 불학연구소장 허정 스님의 사회로 진행된 세미나에서는 이 외에도 혜명 스님의 ‘통합종단 50년과 대승불교의 이타행’, 월호 스님의 ‘선불교의 눈으로 본 오늘의 한국불교-<선문단련설>을 중심으로’, 금강 스님의 ‘불교의 사회참여와 조계종단 50년’ 등의 논문이 발표됐다.
승가교육 발전을 위해 종단에서 필요한 교육과 연구를 담당하는 스님인 ‘교수아사리’ 스님 다섯 명이 펼친 이날 세미나에는 교육원장 현응 스님을 비롯해 자성과쇄신결사추진본부장 도법 스님, 봉녕사 비구니 등 50여 명의 스님들이 참석해 통합종단 50주년 기념 세미나에 대한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