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 모두 바닥날 위기” 좀비기업 된 유니콘들, 무슨 일?
1~3분기 국내 벤처 투자 25% 감소
변희원 기자
입력 2023.12.15. 03:00
업데이트 2023.12.15. 08:27
반도체 설계 기업(팹리스) 파두는 올해 초 120억원 투자를 유치한 데다 해외 빅테크 고객사를 확보했다는 소식까지 나오면서 기업 가치 1조800억원을 인정받았다. 유니콘 기업에 등극한 후 8월 상장 당시 시가총액은 1조3000억원이었다. 최근 파두는 올해 2·3분기 매출이 각각 5900만원과 3억2000만원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주가가 절반 가까이 떨어졌다. 한 벤처캐피털 관계자는 “유니콘이라는 호칭이 성공을 보장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 사례”라고 했다.
2013년 IT 전문 매체 테크크런치가 한 칼럼에서 ‘유니콘(창업 10년 이하, 기업 가치 10억달러 이상 비상장 기업)’이란 용어를 사용한 이후 전 세계 벤처 업계는 유니콘에 열광했다. 국내에서도 업계와 정부 모두 유니콘 키우기에 앞다퉈 나섰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 기간 투자자들이 스타트업 성장성이나 이익 실현 가능성을 면밀히 검토하지 않고 투자 금액을 늘리면서 스타트업들의 덩치는 급격히 커졌다. 2020년 10개였던 한국 유니콘 기업은 2021년 18개, 2022년 22개까지 늘었다. 하지만 파두의 사례처럼 이 유니콘들의 상당수가 최근 실적 부진에 시달리거나 기업 공개, 인수·합병에 실패하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래픽=김현국
그래픽=김현국
◇유니콘 됐는데 기업 가치는 뚝 떨어져
현재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가 유니콘으로 인증한 스타트업은 모두 22곳이다. 전체 스타트업 가운데 0.7%에 불과한 유니콘 등극 확률을 뚫은 기업들이지만, 현재 상황은 녹록지 않다. 마켓컬리와 오아시스는 모두 연내 상장 준비를 했지만 기업 가치가 떨어지거나 매출, 수익 악화로 상장을 연기했다. 코로나 당시 업황이 좋았을 때 기업 가치를 높이 평가받았다가 최근 시장 상황이 급변했기 때문이다. 마켓컬리는 2021년 말 상장 전 지분 투자(Pre-IPO)에서 2500억원을 조달하면서 4조원에 가까운 기업 가치를 인정받았지만 현재 1조원대로 떨어졌다. 야놀자, 직방, 버킷플레이스, 당근 등도 경기 부진, 경쟁 심화 등으로 지난해 수백억 원대 적자를 기록했다.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가 줄면서 당분간 신생 유니콘을 보기는 더 어려워질 전망이다. 중기부에 따르면, 올해 1~3분기 누적 벤처투자액은 7조687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5% 감소했다. 투자 건수도 지난해 5857건에서 5072건으로 줄었다. 기업당 투자 유치 금액도 32억2000만원에서 25억9000만원으로 6억3000만원 줄었다. 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중기부가 올해 유니콘 관련 언급을 하지 않는 것도 유니콘에 회의적인 시장 분위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래픽=김현국
그래픽=김현국
◇실리콘밸리에선 좀비 유니콘도 속출
실리콘밸리에서도 최근 유니콘에서 ‘좀비’로 몰락한 스타트업이 속출하고 있다. 공유 오피스 기업인 위워크는 지금까지 110억달러(약 14조2560억원) 이상의 자금을 조달했고, 올리브 AI(헬스케어)는 8억5200만달러, 콘보이(화물 운송)는 9억달러, 비브(주택 건설)는 6억4700만달러를 투자받앗다. 지난 6주 동안 이들은 모두 파산 신청을 하거나 문을 닫았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투자 시장이 안 좋아지자 비용 절감을 통해 버텨온 스타트업들이 이제 시간과 자금 모두 바닥날 위기에 처했다”면서 “벤처캐피털 업계는 살릴 만한 가치가 있는 기업을 선별하고 그렇지 않은 기업은 문을 닫거나 매각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고 했다. 한때 76억달러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은 화상회의 설루션 스타트업 호핀은 지난 8월 주력 사업을 단 1500만달러에 매각했다. 7억7600만달러를 투자받은 전기 스쿠터 스타트업 버드는 지난 9월 뉴욕거래소에서 상장 폐지됐다. 시장조사업체 피치북에 따르면, 올해 미국에서만 스타트업 약 3200곳이 폐업했다.
관련 기사
“제2의 파두 사태 막아라” IPO 신고서 제출할 때 직전 月 매출 공개해야
반도체 설계 업체 ‘파두’, 3분기 매출 3억원...전년 동기 대비 98% 감소
업계에서는 유니콘 부진 때문에 스타트업 전반에 대한 투자나 지원이 줄어들까 봐 우려하고 있다. 시장조사 업체 CB인사이트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전 세계적으로 유니콘에 오른 스타트업은 12곳으로, 지난 6년간의 집계 중 가장 낮았다. 국내 벤처캐피털 관계자는 “투자 과열기를 거쳐서 현재 조정기에 들어온 상태인데, 이 시기를 인내해야 제2의 쿠팡이나 배민이 나올 수 있다”며 “당장 영업이익·손실을 보지 말고 비즈니스 모델을 봐야 한다”고 했다.
변희원 기자
변희원 기자
기사 전체보기
많이 본 뉴스
한국산 ‘거대 언어 모델’ 솔라, 공개하자마자 세계 1위
한국산 ‘거대 언어 모델’ 솔라, 공개하자마자 세계 1위
‘아버님 별세’ 친구 문자 클릭했더니 이틀 뒤 “검찰입니다” 전화가
‘아버님 별세’ 친구 문자 클릭했더니 이틀 뒤 “검찰입니다” 전화가
이재용 “네덜란드 출장, 반도체가 90%”…ASML 협력 강조
이재용 “네덜란드 출장, 반도체가 90%”…ASML 협력 강조
100자평5
도움말삭제기준
100자평을 입력해주세요.
찬성순반대순관심순최신순
more4more
2023.12.15 09:17:43
유니콘? 누가 정하나? 돈 털어 먹는 혁신적인 방법이다.
답글작성
10
0
jollyroger
2023.12.15 08:22:06
그냥 꿈이 자본이 되는 세상에서 즐겁게 놀았으니 그거로 만족해라. 다시 꿈꾸는 세상 10년 마다 돌아오겠지만 그땐 다른 꿈 꾸겠지.
답글작성
6
0
JMS
2023.12.15 08:05:32
그만큼 기술변화도 심하고 경쟁도 심하다. 그래도 벤처투자를 지속해야 한다
답글작성
4
1
하사불성
2023.12.15 11:07:14
토스는 인건비 무서운 줄을 모르더라 ㅋ
답글작성
1
0
Cistron
2023.12.15 07:18:08
FOMO
답글작성
0
0
많이 본 뉴스
1
“김정은·리설주 수직 관계 느낌” 백지영이 밝힌 평양공연 뒷얘기
2
[단독] 감사원, 은성수 전 금융위장 아들 병역비리 포착…검찰 수사 요청
3
날아드는 하마스 로켓 요격하며 질주...이스라엘 전차 방어시스템의 정체
4
한국산 ‘거대 언어 모델’ 솔라, 공개하자마자 세계 1위
5
푸틴 회견 중 대형스크린에...“대선 출마 그만, 젊은층에 양보하라” 문자
6
유동규처럼 마음이 바뀌면? 野, 김용 판결에 쉬쉬하는 이유
7
“차값 3683만원 넘으면 주차 금지”...임대아파트에 LH 공지문
8
욕설과 19금 대화...술독에 빠진 유튜브, 음담패설에 취했다
9
‘아버님 별세’ 친구 문자 클릭했더니 이틀 뒤 “검찰입니다” 전화가
10
고문치사로 실형받은 李측근
민주 검증위, 공천 적격 판정
오피니언
정치
국제
사회
조선경제
스포츠
건강
컬처·
스타일
조선
멤버스
DB조선
조선일보 공식 SNS
페이스북
트위터
유튜브
인스타그램
개인정보처리방침
앱설치(aos)
사이트맵
Copy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