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를 읽고
꽃 핀 쪽으로/김필로
서점에서 널 찾을 수 없다는 아우성으로 잠시 때를 기다리다가 기억했어
딸내미 책장에서 안개꽃으로 치장하고 조용히 서 있던 너를
서울 구산동에서 전주 평화동까지의 거리는
윗방에서 아랫방으로
건너오듯 멀지 않았어
가을 추위에 조금 오그라든
네가 현관에서 나를 먼저 보았지
그 해 그 달에 나는 결혼을 했고 열흘 후에 그 엄청난 일을 듣게 됐어
나와는 아무 상관 없는 일이라고 별거 아닐 거라고
사람들도 더러 시집 장가갔어
해마다 그 일이 조명되고 지금까지 기억 없이 살아왔어
그런데 말이야
너의 작은 몸과 마주하는 순간
내 몸에서 알 수 없는 총구가 올라왔어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써야 할지 몰랐어
소설이기 전에 사실이었다는 걸
너의 엄마가 깨닫게 했어
동호야 미안해
기억할게
한 사람 한 사람 또 한 사람 잊혀갈지 몰라도
꽃 핀 쪽으로 걸어갈게
어른들이 너무 멀리 있었어
그래서 네가 긴 시간을 타고 왔나봐
'소년이 온다'
첫댓글 한강이 저기 오는 줄 알았는데
아 시간을 타고
잔인했던 시간 위에 앉아
소년이 온다~~
만나야 하는데
두손을 덥석 꼬옥 잡아줘야 하는데
차마 만날 수가 없다
부끄럽다
아니, 소인배는 범접할 수 없는
천상의 천사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