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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우자매샬롬하우스 원문보기 글쓴이: 예수님 심장
글 : 李長勳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2010년 워싱턴 핵안보정상회의에서 인사를 나누는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 이런 우호적 제스처와는 달리 2012년은 양국이 동북아 패권을 놓고 본격적인 경쟁을 시작하는 한 해가 될 것이다. |
2010년 워싱턴 핵안보정상회의에서 인사를 나누는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 이런 우호적 제스처와는 달리 2012년은 양국이 동북아 패권을 놓고 본격적인 경쟁을 시작하는 한 해가 될 것이다.
영어의 ‘헤게모니(hegemony)’는 중국어의 ‘패권(覇權)’을 말한다. 패권의 사전적 의미를 보면 ‘어떤 분야에서 우두머리나 으뜸의 자리를 차지하여 누리는 공인(公認)된 권리와 힘, 또는 국제정치에서 어떤 국가가 경제력이나 무력(武力)으로 다른 나라를 압박하여 자기의 세력을 넓히려는 권력’을 뜻한다.
헤게모니란 단어는 원래 ‘군(軍)에서 장수(將帥)의 지위’를 의미하는 그리스어(語)에서 유래됐다. 패권도 애초에는 ‘무력으로 천하를 다스리는 자의 권력’을 의미했다.
아이로니컬하게도 중국은 패권이란 단어를 1968년 8월 소련의 체코슬로바키아 침공을 비난할 때 처음 사용했다. 당시 중국 관영 신화(新華)통신은 같은 공산주의 국가이지만 국경분쟁을 벌였던 소련을 패권주의 국가라고 강력하게 비판했었다.
중국은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이 1972년 2월 방문했을 때 상하이(上海) 공동성명을 통해 “중·미(中美) 양국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패권을 추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중국은 같은 해 9월 일본과도 공동성명을 통해 “중·일(中日) 양국은 아태(亞太) 지역에서 패권을 추구하지 않으며, 패권을 추구하려는 어떤 국가의 시도에도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심지어 중국은 1975년 1월 제정한 신헌법에 “초강대국의 패권주의에 반대한다”는 규정을 포함시켰다. 또 중국 국가 최고지도자들은 틈만 나면 영원히 패권을 추구하지 않겠다고 천명해 왔다.
2012년 국제사회의 키워드는 중국이 그토록 거부(?)해 온 ‘패권’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 이유는 무엇보다도 미국이 ‘동아시아 재개입 정책(East Asia Reengagement Policy)’을 적극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美, 東아시아 再개입 정책
이 전략의 핵심은 한마디로 동아시아에 대한 미국의 약화(弱化)됐던 영향력을 복원·유지한다는 것이다. 미국은 9·11 테러 이후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전념하느라 동아시아를 소홀히 해왔다.
반면 중국은 이 틈을 이용해 동아시아에 대한 패권을 강화해 왔다. 중국은 경제적으로 동아시아에서 사실상 ‘맹주(盟主)’나 마찬가지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중국은 이미 타이완(臺灣)을 비롯해 홍콩·마카오 등과 중화(中華)경제권을 사실상 만들었으며,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해 아세안과도 경제 협력 관계를 구축했다. 또 군사대국으로 부상한 중국은 남중국해를 비롯해 동중국해·서해 등에서 패권적 태도를 보여 왔다.
중국이 동아시아에서 갈수록 세력을 확장하자 미국은 자칫하면 중국과의 패권 다툼에서 패배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동아시아 개입 정책을 본격화했다. 특히 미국은 거대한 시장이자 세계 경제의 중심이 되고 있는 동아시아에 진출하지 못할 경우, 현재의 경제 위기가 더욱 심화될 것이라 우려해 왔다. 세계 인구의 절반이 거주하고 있는 동아시아는 2014년쯤 국내총생산(GDP) 규모에서 미국과 비슷한 수준으로 성장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美, 東아시아 국가들과 안보협력 강화
미국의 전략은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첫째, 국방예산 삭감에도 불구하고 동아시아 국가들과의 안보 협력을 강화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은 2012년 여름부터 2016년까지 호주 다윈 인근 로버트슨 해군기지에 해병 2500명을 상주시킬 계획이다. 미국이 호주에 전투 병력을 상시 주둔시키는 것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은 정부지출을 줄이고 있지만, 아·태 지역에서의 주둔과 임무를 안보 전략의 최우선에 둘 것”이라면서 “미국은 아·태 지역에 온 힘을 쏟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미국의 전략은 인도네시아·필리핀 등 소원했던 국가들과 새로운 협력 관계를 구축해 동맹 관계로 발전시키고, 우리나라와 일본·호주 등 기존의 동맹국들과의 관계를 더욱 강화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중국 견제에 필수적인 인도와 베트남과도 전략적 협력 관계를 돈독하게 한다는 것이다. 미국은 일본·호주·인도와 합동 군사훈련까지 추진할 계획이다.
심지어 미국은 강력한 경제제재를 해온 미얀마와의 관계도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미국 국무장관으로 56년 만에 처음으로 미얀마를 방문하기도 했다. 미얀마는 그동안 중국의 텃밭이란 말을 들어왔다.
미국은 또 남중국해 영유권(領有權) 문제에도 적극 개입할 계획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국제법과 평화적 분쟁 해결의 원칙에 의거해 남중국해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앞으로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에서 아세안의 편에 서서 개입하겠다는 의지를 중국에 천명했다. 미국은 중국보다 월등히 우세한 해·공군력을 앞세워 힘을 과시할 계획이다.
둘째, 일본 등 아·태 국가들과의 환태평양 경제동반자협정(TPP·Trans-Pacific Partnership Treaty)을 맺는 것이다.
미국이 TPP를 추진하는 배경은 동아시아 지역에서 중국의 경제적 영향력 확대를 저지하기 위한 것이다. 미국의 복안은 TPP를 통해 동아시아 각국과 경제동맹을 강화하고 이를 안보 분야까지 확대한다는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TPP는 아·태 지역의 경제 통합에 있어 가장 강력한 수단이며,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동아시아와 미국을 연결해 주는 고리”라고 강조했다. 미국은 2012년 말까지 TPP 참가국들과 협정문을 만들 계획이다.
中, 한국과 FTA 적극 추진할 것
중국도 미국의 공세에 결코 가만히 있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중국은 중·장기적으로 군사력을 강화하고 아세안 등 주변국들과의 협력을 확대하는 전략을 추진할 계획이다. 자칭궈(價慶國)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부원장은 “중국은 미국의 영향력을 견제하기 위해 이웃 국가들과 관계 강화에 주력하면서 동시에 군사 현대화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으로선 2012년 지도부 교체를 앞두고 있는 데다, 소수(少數)민족 문제 등 사회·경제적으로도 불안 요소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과의 정면충돌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중국은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를 영토와 주권의 ‘핵심 이익’이라고 주장해 온 만큼 목소리를 낮추기는 어렵다. 때문에 자칫하면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로 미국과 중국이 충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중국은 아세안에 자국(自國)과 일본, 한국이 참가하는 이른바 ‘아세안+3’라는 경제통합 전략 대신 일본이 제시했던 ‘아세안+6’를 대안(代案)으로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세안+6는 아세안+3에 인도, 호주, 뉴질랜드를 포함시키는 것이다.
특히 중국은 우리나라와의 FTA를 적극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우리나라와의 FTA가 미국의 TPP에 맞서는 카드가 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중국의 의도는 한국의 경제적 의존도가 미국보다는 자국에 훨씬 높다는 점을 이용하려는 것이다.
양국(兩國) 패권 다툼에 주요 변수(變數)가 될 하나는 2012년 1월 14일 실시될 타이완 총통 선거이다. 중국과의 평화 협력을 강조하고 있는 마잉주(馬英九) 총통이 재선되느냐 아니면 대만 독립을 선호하는 민주진보당의 차이잉원(蔡英文) 주석이 당선되느냐에 따라 양국의 전략이 달라질 것이다.
美공화당 집권 시 對中 강경책 예상
2012년 3월 4일 러시아 대선(大選)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가 차기 대통령이 될 경우, 중국은 러시아 카드를 적절히 이용해 미국을 견제할 것이 분명하다. 일본에서도 2012년 조기 총선이 실시될지 여부는 불확실하지만, 민주당이나 자민당 가운데 어느 당이 집권하더라도 미국과의 동맹관계를 더욱 강화할 것이다.
2012년 11월 6일 미국 대선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재선(再選)되든지 아니면 공화당 후보가 당선되는지, 차기 대통령의 최대 과제는 경제 위기를 극복하고 초(超)강대국의 지위를 회복하는 것이다. 때문에 중국과의 대결은 불가피할 것이다. 공화당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더욱 강경한 대중(對中) 정책을 추진할 것이 분명하다.
2012년 10월 제18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에서 총서기로 등극(登極)할 시진핑(習近平) 국가부주석과 중국의 제5세대 지도부도 대내외적으로 ‘중화민족주의’를 더욱 강조할 가능성이 높다. 시진핑 국가 부주석은 “중국은 영원히 패권 국가를 지향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6·25전쟁을 ‘정의(正義)로운 전쟁’이라고 표현하기까지 했다.
한반도에서 전쟁을 벌였던 미국과 중국의 패권 다툼은 과거 미국과 일본의 태평양 전쟁을 떠올리게 한다. 미국이나 중국은 모두 아·태 지역을 발판삼아 새로운 패권을 모색하고 있다. 이 때문에 동아시아 각국(各國)도 양국의 대결에 휩쓸려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아무튼 2012년은 미국과 중국이 동아시아 패권을 놓고 본격적으로 힘겨루기를 벌이기 시작하는 원년(元年)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