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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내산악회 산행 계획에 따라 '용추교 → 705봉 → 도장산 정상 → 헬기장 → 심원사 → 쌍룡폭포 → 용추교 원점회귀'의 8.75km 구간을 5시간 30분 동안 즐길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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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장산[道藏山]
높이: 827.9m
위치: 경북 문경시 농암면
도장산은 경북 문경시 농암면 내서리와 상주시 화북면 용유리의 경계를 이루는 숨은 명산이다. 경북 서북부에 백두대간 자락의 마지막 비경 지대다.
이곳은 첩첩이 산으로 둘러싸여 교통이 아주 불편하다고 하며, 빼어나게 아름다운 고을에서 사는 주민들은 밤낮으로 대하는 풍경에 신경이 둔화하여 산골 풍경이 모두 그러려니 할 테고 또, 도심지에서 등산을 즐기는 이들도 문경이라고 하면 희양산과 주흘산 정도의 명산으로 생각해 왔기 때문이다.
문경시와 상주시 사이에 숨어 있는 도장산은 비경 지대인 쌍룡계곡과 더불어 앞으로 이곳을 찾는 사람이 점점 늘어날 것이다.
이유는 「택리지」에도 "청화산과 속리산 사이에 화양구곡과 쌍용·용유계곡이 있고 또한 청화산과 속리산 사이에 경치 좋고 사람 살기 그만인 복지가 있다"라는 문구가 있다는 사실이다.
도장산 쌍룡계곡으로 가는 길은 문경시청이 소재한 점촌에서 농암행 버스를 옮겨 타고 새롭게 포장된 구불구불한 뭉어리재를 넘으면 대정숲에 이른다. 이곳에서 2㎞ 거리에 천연기념물 292호로 지정된 삿갓 모양의 반송을 감상하고 말끔히 포장된 도로를 따라가면 병풍처럼 둘러쳐진 암반은 사람의 발길을 멈추게 한다.
계곡에는 풍파에 힘겨워 감자 모양의 너럭바위 위에 패어 내린 물길로 하얀 물거품을 일으키는 옥수가 세차게 흘러내리며 그 아래로 아름다운 담을 이루고 있다.
산행이 시작되는 심원골 입구는 너럭바위에서 담으로 쏟아져 내리는 물줄기 양쪽으로 용을 닮은 두 개의 기암이 하류 쪽으로 엎드린 듯 자리하고 있는데 남쪽에 자리한 바위가 암룡이고 북쪽에 자리한 두툼한 바윗가 숫룡이다.
담 아래로 뛰는 듯한 암룡과 숫룡을 닮은 기암이 있는 너럭바위는 백 척 단애와 협곡 초입을 가로막는 기암에 10여 그루의 노송이 분재인 듯 뿌리를 내리고 있어 보기 드문 절경이다. 심원골로 들어서 출렁다리를 놓아진 계곡을 건너면 산길이 뚜렷하다. 일명 저승골로 불리는 심원골도 예사 계곡이 아니다.
지옥으로 들어가는 첫 관문을 일컫는 말인 너북등을 뒤로 하고 가팔라지는 산길을 따라 1㎞ 들어서면 오른쪽 깊은 계곡 아래로 15m 됨직한 수직 폭포가 나타난다. 폭포가 내려다보이는 지점에서 서쪽으로 휘도는 숲 터널 산길을 따라 10분 거리에 이르면 심원사가 나타난다. - 한국의 산하
이번 주 월요일인 9월 11일은 한 안내산악회를 따라 문경 도장산에 오르기로 했다. 도장산은 2022년부터 다녀올 생각으로 몇 번이나 안내산악회에 신청했으나, 다른 산행과 겹쳐 포기해야 했던 산이다. 포기 이유는 경쟁했던 다른 산보다 명성이나, 재미가 덜 해서가 아니라, 더 훌륭해 서다. 물론 풍문으로 들은 거고, 산악회 산행 계획을 보고 추측한 거다. 말인즉, 도장산은 안내산악회에서 한 달에 많으면 두세 번 적으면 한 번은 꼭 출발하는 산이라,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갈 수 있는 산이라, 그렇지 못한 산에 매번 우선순위를 내줬다. 하지만 이제는 더 갈만한 산도 없고, 특히 평일인 월요일 출발하는 4대의 버스 중 유일한 미지의 산이 도장산이라, 선택의 여지도 없다.
당일 도장산과 마주 보고 있는 속리산의 산악날씨에 의하면 최고 기온이 28도로 높으나, 구름이 조금 낀 날씨라 햇살을 직접 받지는 않을 듯하다. 다만 바람이 1m/s라 약해, 상황에 따라서는 폭염 아래 지옥을 맛볼 수도 있을 거 같으나, 암릉의 연속인 월출산에 비할 바는 아닐 거다. 들머리이자 날머리인 용추교 주변에는 간이 주차장만 있을 뿐, 인가고 뭐도 없어, 하산주를 마시거나 늦은 점심을 먹을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따라서 굶지 않기 위해 사당역에서 김밥을 살 예정이다. 그 외 다른 준비는 평소와 같다. 다만, 수요일 심야에 출발하는 지리산 화대종주 1무 1박 3일 산행 준비를 따로 하느라, 숄더힙색과 28L 배낭 두 개를 싸야 해 정신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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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당역 1번 출구 공영주차장에서 7시 정각에 출발하는 산악회 버스라, 5시 15분경 기상해 아침을 먹고, 전날 저녁 준비해 둔 숄더 힙색을 메고, 6시경 집을 나섰다. 그리고 구산역에 지하철을 타고, 삼각지에서 사당행으로 갈아타, 6시 49분경 사당역에 도착했다. 열차에서 내려 승차장 중앙에 있는 종합 판매대에서 김밥을 하나 사, 힙색에 넣고, 1번 출구로 나갔다. 그리고 버스정류장을 지나, 공영주차장으로 들어가, 산악회 버스가 주차한 곳으로 가며 보니, 평소와 달리 단 두 대만 승객을 기다리고 있어 의외였다. 하긴 월요일 산에 가는 등산객이 얼마나 되겠는가! 와중에 처음 눈에 띈 차는 대구 팔공산행이고, 그 뒤에 있는 차는 목적지가 잘 안 보인다. 당연히 도장산행이나, 그래도 확인하기 전에는 모르는 거라, 뒤에 있는 버스로 접근해 목적지를 확인하고 차에 탔다.
버스에 타, 신청한 자리로 가, 먼저 힙색을 앞 좌석 아래로 밀어 넣고, 등산화를 벗고 슬리퍼로 갈아신었다. 그리고 가장 편한 자세로 앉아. 열차에서 읽던 책을 이어서 봤다. 그러는 사이, 승객이 다 타, 예정보다 3분가량 일찍 사당을 출발해, 양재와 죽전에서 나머지 승객을 태우고 목적지인 문경 도장산 들머리인 용추교로 향했다. 그런데 월요일이라 그런지, 정체가 심해, 여주를 지나서야 제 속도를 낼 수 있었다. 와중에 책을 읽다가 잠이 들기도 했으나, 깊은 잠은 자지 못하고 비몽사몽 했다. 그리고 9시가 조금 넘어, 휴식을 위해 버스가 휴게소로 들어갔지만, 볼일이 급한 것도 아니고 만사가 귀찮아, 그대로 의자에 누워있었다. 하지만, 너무 무기력한 거 같아, 9분이 지나 억지로 몸을 일으켜, 버스에서 내렸다. 그리고 화장실로 가며 건물 위를 보니, 천둥산이나 충주가 아닌 목적지가 멀지 않은 '괴산'휴게소다.
급해서가 아니라, 휴게소에 내렸다는 의무감으로 볼일을 본 후 바로 버스에 탔다. 그리고 다시 무기력하게 의자에 누워있는데, 버스가 출발하자, 인솔 대장이 산행 코스와 주의 사항에 관해 설명을 시작한다. 짧은 코스고, 길을 잃을 일도 거의 없는 산이라, 별다른 주의는 없다. 끝으로 보통 3시간 반이나, 4시간이면 충분히 마감할 수 있는 산행이나, 계곡이 워낙 좋아, 그걸 즐길 수 있게 5시간 반의 산행 시간을 책정했다는 말로 설명을 끝냈다. 그렇다기보다는 가까운 곳에 연계할 산이 없어, 계곡을 추가했다고 보는 게 맞을 거다. 어쨌든 들머리를 향해 달린 버스는 10시 3분경 들머리인 용추교에 도착했다. 그 10분 전쯤 인솔 대장이 3시 30분에 산행을 마감한다고 공지했다. 마감 시간을 듣자, 미처 생각해 보지 못했는데, 집에서 저녁을 먹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용추교 도착 10분 전 인솔 대장이 다시 코스와 주의 사항에 관해 얘기하는 동안, 슬리퍼를 벗고 등산화로 갈아신었다. 그리고 평소라면 버스에 두고 가는 슬리퍼와 전원을 끈 태블릿을 숄더 힙색에 넣었다. 대장 말대로 남아도는 시간을 계곡에서 보내야 하는데, 그럼, 맨발보다는 슬리퍼를 신어야 자유롭게 다닐 수 있고, 몸을 계곡에 담그고 멍청히 앉아 있는 건 못하는 성격이라, 책을 보기 위해 태블릿도 챙겼다. 고로 짐은 집을 나설 때 그대로다. 용추교에 도착해 버스에서 내린 후 먼저, 등산 앱을 켜고 현 위치의 고도를 확인했다. 187m, 오차를 고려하면, 160m 내외로, 827m 높이의 정상과 표고차는 660m 내외로, 한국 산 평균 정도의 높이다. 그리고 도장산과 관련된 안내문이나 이정표가 있나 주위를 찾아봤으나, 아무것도 없어, 앞선 일행을 따라 용추교를 건너는 거로 산행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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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추교를 건너자, 소형 차량 예닐곱 대가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이 있고, '도장산(道藏山) 안내도'가 있다. 익히 아는 코스와는 좀 다른 안내도를 검토하고 축대를 따라 난 길을 따라 상류로 올라가자, 어느 순간 축대가 사라지고, 마른 계곡으로 길이 이어진다. 그 길을 가며, 비가 좀 많이 오면 등산객이야 그렇다 쳐도, 심원사 중은 외부 출입을 어떻게 하는지 궁금했다. 분명 계곡이 아니라 왼쪽의 산을 넘는 길이 따로 있을 거 같아, 왼쪽에서 찾아봤으나, 안 보인다. 없나? 그럴 리가 없는데, 고개를 갸우뚱하다가 비상 우회로는 안내도가 있는 곳에 찾아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계곡 중간에서 홍수에 대비한 우회로를 찾고 있는 자신이 한심해졌다. 어쨌든 계곡을 따라가자, 앞을 네모난 거대한 바위가 가로막고 있고, 길은 왼쪽의 산기슭과 그 바위 사이로 지나간다. 그 길을 따라가며, 네모난 바위 정상에 올라갈 수 있지 않을까 유심히 암벽을 살펴봤으나, 길이 안 보인다. 혹시 시간을 가지고 충분히 살펴보면 보일지 모르나 현재는 그럴 시간이 없어 계속 일행을 따라갔다.
막상 일행을 따라간다고 했으나, 사실은 용추교를 건너는 동안 건너편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 공사 인부라 생각했는데, 도착하고 보니, 주차장에서 20여 명이 넘어 보이는 등산객이 대장의 구호에 맞춰 준비 운동을 하는 거였다. 해서 그들 배낭에 달린 명패를 자세히 보니 지역은 모르겠지만, '까치 산악회'다. 다른 사람도 그런지 모르지만, 자주 보는 사람이 아니면 이름, 이 상황에서는 별명과 얼굴을 연결하지 못하는 인간이라, 까치 산악회와 혼재해 올라가고 내려와 우리 일행인지 아닌지 산행 내내 헷갈렸다. 다만, 배낭 뒤에 명패가 매달려 있으면 그걸 보고 구분할 뿐. 어쨌든 그렇게 올라, 10시 13분 쌍용폭포 갈림길을 지나, 10시 20분 지금은 보기 힘든 소요 시간을 알려주는 오래된 이정표를 통과했다. 도장산까지 3.9km에 2시간 정도 걸린다는 정보다. 그리고 4분 후 도장산 갈림길에 도착했다. 직진은 2.4km, 우회전은 3.2km다. 즉 이 삼거리를 기준으로 도장산 환 종주라, 어느 방향으로 가도 되나, 산악회 계획에 따라 직진했다.
환 종주 기점이랄 수 있는 이정표를 지나자, 등산로로는 미끄러운 급경사 돌길로 바뀐다. 뒤에서 따라오던 까치 산악회 인솔 대장이 앞서가는 그들 일행을 향해 여기서부터 땀이 나는 구간이라고 얘기하자, 그 일행이 땀은 벌써 나고 있다고 답한다. 그 말이 정확하다. 따가운 햇살은 없으나, 습도가 높고 기온이 높아서인지, 시작부터 땀이 흐르는 정도가 아니라, 폭우가 머리에 맞고 떨어지듯 바닥으로 떨어지고 있다. 늦게 시동이 걸리는 만큼 호흡을 조절하며, 급경사 돌길을 15분가량 오르자, 저 위로 능선이 보이는 게 어느 정도 올라왔다. 그 안부에는 우리 인솔 대장과 일행이 잠시 쉬면서 복장과 장비를 정비하고 있다. 그들을 지나쳐, 능선을 따라 도장산으로 향하는데, 오른쪽 울창한 숲사이로 기묘하게 생긴 봉우리가 보여 그걸 기록으로 남겼다. 모양만 보면 월악산 영봉과 비슷한데, 여기서 월악산이 보일 리는 없고, 백두대간 위의 봉 같은데, 기억이 안 난다.
능선을 따라 위로 갈수록 군데군데 암릉이다. 당연히 등산로는 그걸 우회하고 있으나, 산행이 끝날 때까지 암릉이나 암봉을 피하지 않고 암릉은 그걸 따라 위로, 암봉은 기어올라 넘어갔다. 그렇게 오르다가, 좌·우 울창한 숲 사이로 가끔 능선과 봉우리가 보이면 그걸 기록으로 남기며, 봉우리의 정체를 추측하기도 했다. 처음에는 도장산 정상이 아닐까 했는데, 위치나 높이나 도장산일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도장산이라면, 아래 삼거리의 이정표 정보가 틀렸다는 얘기다. 그런데, 아무래도 환 종주 구간의 마지막 고비가 될 확률이 높은 봉우리로 생각된다. 어쨌든 암릉을 즐기며 정상을 향해 올라가자, 가끔 오른쪽이 탁 트인 구간이 있어, 보이는 걸 기록으로 남겼다. 저 멀리 보이는 연속된 능선 중 하나가 백두대간인 건 알겠는데, 구분할 수 있는 봉우리가 없어, 어느 거라고 특정하지는 못했다. 그리고 전면에 이름 모를 봉우리도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정상을 향해 오르고 1시간가량 지나, 땀을 많이 흘려서인지, 갈증이 나고 허기도 져, 준비한 오리를 꺼내 그중 한 조각을 먹으며 전진하기도 했다. 그리고 11시 8분경 앞으로 막고 있는 바위 정상이 전망대로 보여 당연히 위로 올라갔다. 예상대로 왼쪽으로 탁 트인 조망을 제공한다. 아래 나뭇가지 사이로 본 암봉도 전체가 보인다. 해서 등산 앱의 지도를 확대와 축소를 거듭하며, 확인하다가 산행이 끝날 즈음에 속리산과 조항산, 청화산 사이에 있는 백악산이라는 걸 깨달았다. 파노라마 사진의 암봉이 올해 1월 13일에 올랐던[산행기] 덕봉 또는 돔형봉이라 불리는 암봉이고, 그 뒤로 보이는 산이 대야산이다. 그럼, 백악산 앞의 능선이 속리산으로 향하는 백두대간이다. 바위 전망대에서 내려와 10분가량 가자, 무명봉 갈림길이다. 이름이 있으나, 알려지지 않은 건지, 아예 이름이 없는 건지 모르나, 도장산의 많은 봉우리 중 이름을 가진 건 정상과 헬기장 정도다. 산악회 코스에는 705봉이라고 있으나, 정식 이름이 아니니, 어디에도 표지가 없다. 고로 이정표로 삼을 만한 봉우리나 고개가 없어, 수시로 등산 앱 지도를 확인했다. 지도상의 이정표 중 하나가 저 봉우리다.
무명봉 정상에 올라서니, 지도에 나타나듯이 삼거리의 평평한 봉우리다. 추측건대, 산악회 코스에 있는 705봉이 아닐까 생각된다. 당시에는 그 생각을 못 해 고도, 즉 높이 확인하는 걸 깜빡했다. 어쨌든 그 봉우리에 올라서자, 진행 방향으로 연속된 세 봉우리가 보이는데, 그중 제일 높은 마지막 봉우리가 도장산 정상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럼, 멀지 않다. 그걸 기록으로 남기고 그 방향으로 50여 미터를 가자, 오래된 이정표가 도장산까지 30분 정도 걸린다고 알려준다. 현재 시각 11시 25분, 그럼, 12시까지는 도착한다! 그 또한 기록으로 남긴 후 좌우를 둘러보며 정상으로 가자, 오른쪽 숲 사이로 도장산 능선이 보이고 그 뒤로 울퉁불퉁한 능선이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속리산이다! 속리산의 모습을 감상하며, 도장산과 속리산, 백악산, 청화산, 대야산, 낙무가도 등의 위치를 머릿속으로 그리며 앞에 보이는 정상으로 생각되는 봉우리를 향해 전진했다. 그런데, 그 봉우리들 사이의 위치가 그려지지 않고 더 헷갈릴 뿐이다. 해서 귀가 후 지도를 펼쳐 놓고, 확인해 보리라 결심하고 그들 사이의 관계는 머릿속에서 지워버렸다.
동영상을 찍으며 앞에 있는 암봉에 올라서, 까치 산악회 소속 두 산꾼이 정상에서 일행을 부르고 있는 사이로 들어가, 아래로 보이는 705봉이라 생각한 봉우리의 모습을 기록으로 남겼다. 물론 뒤로 그중 하나는 백두대간인, 북으로 뻗어가는 능선도 보인다. 그걸 사진으로 찍고, 그 자리를 떠나, 앞에 보이는 쌍봉 중 뒤의 높은 봉이 도장산 정상이라 생각하며 가다가, 배가 고파 힙색에서 김밥을 꺼내 하나를 먹는 순간 무언가 잘못됐다는 사실을 알았다. 평소 먹던 김밥이 아니다. 해서 확인하니, 야채김밥이 아니라 싫어하는 참치김밥이다. 가격은 500원 비싸디. 분명 야채김밥을 집어 들었는데, 나나 종합 판매대 주인장이나 착각했다. 다음에 500원 더 주면 되나, 배는 고픈데 싫어하는 김밥이라고 안 먹을 수도 없어, 꾸역꾸역 집어넣었다. 그렇게 김밥을 다 먹은 후 봉우리에 올라서자, 왼쪽으로 더 높은 봉우리가 버티고 있다. 저게 정상이다. 현재 시각 11시 56분, 12시 정상 도착은 틀렸다.
울창한 숲 사이로 보이는 속리산의 모습을 기록하며 가, 봉우리 아래 암릉에 도착한 순간부터 동영상을 찍으며 올라갔다. 그리고 이정표 기준보다 10여 분이 늦은 12시 8분경 우리 일행과 까치 산악회 등산객이 혼재되어 점심을 먹고 있는 정상에 도착했다. 정상에는 인솔 대장이 일행의 인증을 찍어주고 있는데, 거의 수십 장은 찍는 듯하다. 옆에서 그걸 구경하다가, 대장에게 부탁해 인증을 남긴 후 주변을 둘러봤으나, 울창한 숲으로 막혀 보이는 건 전혀 없다. 해서 식상 중인 등산객 예닐곱을 뒤로 하고 정상을 떠나 다음 이정표인 헬기장으로 향해, 인솔 대장이 이번 산행에서 유일하게 길을 혼동할 수 있다고 언급한 '우복동천' 갈림길에 도착했다. 당연히 우린 이정표의 헬기장 방향으로 우회전해 봉우리에서 내려가야 한다.
무언가 혼란스러운 이정표 옆에 방향이 명확한 이정표가 또 있는데, 거기에는 우복동천이 아니라, 화북병천을 가리키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그런데, '우복동천(牛腹洞川)', '화북병천(化北甁泉)' 등이 의미가 있는 마을 이름 같은데, 무슨 뜻인지 알 수가 없다. 그나마 한자를 보면 개천이 흐르는 우복동, 샘이 솟아나는 화북 정도로 이해되는데, 그런 의미는 아닌 거 같다. 그런데, 아무리 찾아봐도 명확한 내용이 없다. 별거 아닌 걸 깊은 뜻이 있다고 오해하고 있는 건가?! 도장산 능선이 심원사와 심원골을 가운데 두고, 그걸 둘러싼 모양이라, 입구에서 왼쪽 능선으로 올라갈 때는 오른쪽 능선이 막고 있어, 속리산 방향을 볼 수 없었으나, 오른쪽 능선으로 하산하는 현재는 그저 나무가 가릴 뿐이라, 속리산의 모습을 속속들이 감상할 수 있다. 아쉬운 게 있다면, 당겨서 볼 수 있는 망원경이 없다는 거. 와중에 하산하는 능선의 마지막 고비로 보이는 봉우리도 보인다. 추측건대 저 봉우리의 정상이 헬기장일 확률이 높다.
우복동천 갈림길 정상에서 속리산을 감상하며 헬기장 방향으로 내려가자, 예상대로 등산로에서 낭떠러지 방향으로 튀어 나간 바위 전망대가 있어 등산로에서 벗어나 그리로 갔다. 그리고 보이는 모든 걸 기록으로 남겼다. 그중 지난 속리산 종주 때 시간에 쫓겨 제대로 감상하지 못한 장각폭포가 있는 장각동의 모습도 보인다. 그리고 우회로를 무시하고 암릉을 즐기며 계속 가자 삼거리다. 이정표에 의하면, 좌회전은 화북중학교 직진이 화북병천(우복동)이다. 그런데 우리의 날머리는 우복동이 아니라, 용추교다. 고로 가는 길목에 갈림길이 하나 더 있어야 한다. 앞에 보이는 봉우리 정상인 헬기장에? 삼거리를 지나 20여 미터를 가니, 다시 전망대로 북으로 보이는 마을 위가 국립공원 화북탐방센터다. 좌로는 속리산을, 우로는 지나온 도장산 능선을 감상하며 전진해, 1시 5분경 헬기장에 도착했다.
도착한 헬기장의 모습이 지금까지 다른 산에서 본 것과 아주 다르다. 대개 희게 칠한 보도블록이나, 벽돌로 'H' 자를 쓴 게 대부분인데, 글자는 없고 시멘트로 둥글게 만들었다. 그리고 예상대로 갈림길이다. 왼쪽이 화북병천, 즉 우복동 방향이고, 오른쪽이 심원사, 즉 용추교 방향이다. 헬기장을 떠나, 앞과 좌·우로 보이는 많은 산을 올랐을 텐데, 모양만 봐서는 산의 이름을 알 수 없어 그저 기록으로만 남겼다. 그리고 10분가량 더 가자, 앞에 암봉이 버티고 있다. 등산로는 암봉 왼쪽으로 우회하고 있으나, 무시하고 동영상을 찍으며 암봉을 기어 올라갔다. 그렇게 암봉에 올라서자, 도장산 최고의 전망대다! 뒤만 헬기장 봉우리가 가로막고 있으나, 그 방향은 속리산에서 뻗어 내려간 백두대간으로 딱히 볼만한 경치는 없으니 아쉬울 게 없고, 그 외 모든 방면이 절경이다. 당연히 그 모든 걸 동영상과 사진으로 남겼다.
암봉 전망대를 떠나 좁은 암릉으로 북진하자, 예상대로 우회한 정규 등산로와 만난다. 그 길로 심원사로 향하다가 감이 이상해 등산 앱의 지도를 확인했다. 그리고 깨달았다. 등산로는 이상이 없고, 지난밤 폭음의 영향으로 내가 이상하다는 걸. 심원사로 향하는 능선 등산로는 흙길로 상태가 지금까지와는 아주 다른 게 거의 산책로 수준이라 걸을 만했다. 하지만, 그것도 오래가지 않아, 급경사로 내려갈 때는 무너지는 돌길로 변했다. 무너지지 않게 조심조심 내려가, 심원골을 건너, 심원산 일주문에 도착한 시각이 1시 48분경이다. 당연히 심원사 본존불에게 신고하기 위해 일주문을 통과해 들어가니, 세 채의 절집이 눈에 띈다. 그리고 엎드려 쳐다보고 있는 백구도. 백구의 상태로 봐서 대웅전의 본존불에게 신고하는 걸 방해하지는 않을 거 같아, 계단으로 접근하자, 요사채 뒤에서 황구가 뛰어나와 요란하게 짓는다. 하지만 말리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해서 본존불 알현은 포기하고 심원사에서 나왔다.
심원사 입구의 계곡을 건너는 다리에 두 등산객이 도착해 배낭을 벗어 놓고 아래를 바라보며 얘기하고 있어, 뭐가 있나 쳐다보니, 꽤 큰 피라미들이 유영 중이다. 그걸 보며, 입맛을 다시고 있어, 농담으로 절간에서 할 소리는 아닌 거 같다고 하자, 그럼 잡은 후 절간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먹으면 맛있지 않겠냐고 해 같이 웃었다. 그 피라미를 사진으로 찍었는데, 천적인 새로부터 살아남기 위한 보호색과 빛의 굴절 덕에 결과물에선 피라미 찾는 게 쉽지 않다. 그 둘을 뒤로 하고 1시 52분경 심원사 갈림길로 돌아와 용추교로 향했다. 그런데 갈림길에서 100m가량 가자, 오른쪽으로 올라가면 도장산인 갈림길이다. 이 길이 정상에 갈림길이 있던 705봉이라 생각되는 봉우리로 향하는 등산로로, 용추교 기준 도장산에 오르는 최단 코스다. 남아도는 게 시간이라, 왼쪽의 심원골에서 알탕 할 만한 장소를 찾으며 용추교로 향하다가, 숲에 가려 보이지 않는 심원골 구간을 발견해 아래로 내려갔다.
계곡에 도착해 보니, 혼자서 즐기기 딱 좋은 수영장이 있으나, 등산로에서 바로 보이는 위치라, 다른 수영장을 찾기 위해 상류로 올라갔다. 그리고 조금 작아 보이는 소를 발견했다. 더 올라가 봐야 바위너설이라 소를 찾기는 쉽지 않아, 수영 대신 알탕을 하기로 하고 자리를 잡았다. 대략 10분 정도 산행 흘린 땀과 그것과 뒤엉킨 먼지를 깨끗이 씻은 후 다시 등산로로 돌아와 용추교로 향했다. 그리고 심원폭포 갈림길에 도착해 당연히 폭포로 내려가, 동영상과 사진으로 그걸 남겼다. 그러다가 상류의 심원사 다리 아래 피라미가 생각났다. 혹시 그놈들 피라미가 아니라 용이 아닐까? 이 폭포를 거슬러 올라가는 건 황하(黃河)의 등용문(登龍門) 오르는 것보다 더 어려우니 분명 용이다!
심원폭포 감상이 끝나고, 다시 등산로로 되돌아가야 하는데, 왔던 길로 가는 게 싫어 혹시 다른 길이 있나 찾아보니, 계곡을 따라 하류로 내려가는 길이 보여 그리로 갔다. 그런데 그 끝이 바위 전망대다. 해서 앞에 보이는 산을 기록으로 남기고 다시 돌아오며 보니, 폭포까지 돌아가지 않고, 위로 향하는 길이 있어, 그리로 가 정규 등산로로 들어섰다. 그때 마침 한 무리의 등산객이 지나가다가, 그중 제일 뒷사람이 폭포에 관해 물어, 심원폭포는 내가 올라온 길로 내려가면 된다고 하자, 그걸 보고 오는 길이라며, 쌍용폭포에 관해 묻는다. 쌍용폭포? 응? 그런 폭포도 있었나? 분명 산행 시작하고 얼마 안 돼서 쌍용폭포 갈림길에서 그 이정표를 기록으로 남겼으나, 까맣게 잊어버렸다. 모르겠다고 얘기하고, 그들을 따라가며 보니, 앞에 이정표가 있는 갈림길이다. 그리고 그 직전에 등산객이 물을 마시고 바가지를 내려놓는 걸 볼 수 있었다. 어디에도 정보가 없는 약수터를 확인하는 순간이다.
당연히 그 약수터로 가 물맛을 봤다. 훌륭하다. 그럼, 당연히 맛만 보고 말게 아니라, 병에 담아가야 한다. 해서 그렇게 했다. 이후 이정표로 가 그걸 기록으로 남겼다. 헌재 시각 2시 38분, 10시 24분, 이 갈림길에서 직진해 올라갔으니, 이정표를 기준으로 한 바퀴 도는데, 4시간 14분이 걸렸다. 당시 등산 앱을 제대로 트랙을 기록하지 못해 다른 앱으로 바꿔서 기록했는데, 결과적인 얘기나, 그것도 문제가 있는지 원만 그리고 여기서부터 용추교까지는 트랙이 없다. 어쨌든 바꾼 등산 앱으로 기준점의 고도를 확인했다. 336m, 오차를 알 수 없으니 정확하다고 가정하고, 828m의 도장산과 표고차는 492m에 불과하다. 고로 용추교에서 여기까지 높이도 만만치 않다는 얘기다. 갈림길을 뒤로 하고 외쪽 계곡에서 쌍용폭포의 요란한 물소리가 들리길 집중하며, 용추교로 향했다. 그리고 거대한 암벽 아래에서 요란한 물소리와 등산객의 떠드는 소리가 들려, 계곡으로 내려갔다.
암벽과 거대한 바위 사이에서 요란한 물소리가 들리기는 하나, 바위에 가려 보이지 않고, 그 아래 소에는 등산객 너덧이 막 알탕을 끝내고 옷을 입고 있다. 해서, 그중 한 명에게 바위 뒤를 가리키며 저게 쌍용폭포냐고 물었다. 그러자, 쌍용폭포는 하류로 한참 내려가야 한다고 해, 하류로 내려가며 보니, 거의 모든 소는 등산객이 차지하고 있다. 만약 위에서 씻지 않았다면, 경쟁에 밀려 씻기 좋은 소가 아니라 불편한 곳에서 씻어야 했을지도 몰랐다. 어쨌든 쌍용폭포를 찾으며 하류로 가자, 심원골과 쌍용계곡 합수점 위로 요란한 물소리가 들려, 그곳으로 갔다. 그러자, 거대한 소가 보인다. 그리고 다른 지자체라면, 수영금지 경고문이 있을 장소에, 입고 수영하라고 구명복을 배치했다. 문경시의 패기에 감탄하며 그걸 기록으로 남기고 소 위를 보니, 두 갈래의 낙차가 낮은 폭포가 보인다. 두 갈래라 쌍용이라 이름 붙인 거다. 용이라기에는 너무 짧지만.
쌍용폭포와 그 아래 소, 계곡의 모습 등을 기록으로 남기고, 바위를 몇 개 넘어 2시 56분경 등산로로 돌아와 보니, 바닥에 쌍용폭포 이정표가 떨어져 있다. 그런데, 도장산으로 올라가며 본 기억이 없다. 5분 전 것도 기억이 없어, 봤으면 분명 기록으로 남겼을 거라, 사진을 찾아봤으나, 역시 없다. 고개를 갸우뚱하며, 용추교로 향하는데. 이번에는 갑판 계단이다. 역시 기억도 사진도 없다. 대단히 혼란스러워하며, 계단에서 100m 정도 가자, 갈림길 이정표다. 그걸 보니 모든 게 설명된다. 이 갈림길에서 도장산 방향으로 직진했다. 쌍용폭포는 하산할 때 보기로 하고. 그런데, 그 모든 걸 메모리에서 삭제했다. 치매다! 어쨌든 마지막 한 조각의 오이를 먹으며, 올 때 오를 수 있을까 자세히 살펴봤던 계곡의 거대 바위의 뒷모습과 그 위의 소나무를 기록으로 남기기도 하며 가, 3시 8분경 건너로 주차한 빨간 버스가 보이는 용추교에 도착하는 거로 산행을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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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추교를 건너 버스가 있는 곳이 아니라, 그 전 그늘에 대장을 비롯해 먼저 도착한 일행이 자리를 잡고 앉아 있는 걸 보니, 버스로 가봐야 한증막이라는 얘기다. 버스 출발까지 아직 20분 정도의 시간이 있어, 도로 난간에 자리를 잡고 앉아, 쉬고 있는 일행을 살펴보니, 슬리퍼를 신고 있는 사람이 몇 있다. 그걸 보는 순간, 아, 이러고 있을 게 아니라, 버스에서 편하게 있으려면, 맨발에 슬리퍼가 최고인데, 그러려면 발을 깨끗이 씻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심원사 아래 계곡에서 이미 씻었으나, 여기까지 오는 30여 분 동안, 발을 혹사해 냄새가 많이 배었을 거다. 해서 계곡으로 내려가, 등산화와 양말을 벗어, 슬리퍼를 꺼낸 비닐봉지에 넣은 후 슬리퍼를 신고 쌍용계곡으로 들어갔다.
일행에게 피해를 주지 않게 발을 깨끗이 씻은 후 3시 17분경 위로 올라가, 지금쯤 차에 시동을 걸고, 에어컨을 가동하고 있을 거 같아. 쌍용 계곡의 소나무를 기록으로 남기기도 하며 다리를 건너 버스로 갔다. 그리고 무조건 배낭을 짐칸에 넣으라는 기사의 지시로 힙색을 짐칸에 넣고, 등산화가 든 검정 봉지만 들고 차에 탄 후, 등산화는 앞 좌석 밑에 넣고, 올 때와 같이 가장 편한 자세로 자리를 잡고 앉았다. 물론 맨발이라 올 때보다 더 편하다. 그리고 잠을 청했으나, 잠이 오지 않아 창으로 보이는 용추계곡과 도장산 줄기를 감상하고 있자, 정확히 3시 29분 버스가 출발했던 곳을 향해 떠났다.
잠은 안 오고, 그렇다고 글이 눈에 들어오지도 않아 책도 읽지 못해, 수요일 23시 사당에서 출발 예정인 1무 1박 3일의 지리산 화대종주 산행이 정상적으로 진행될 수 있을지 확인했다. 지난 주말부터 확인한 기상청 중기예보에 의하면, 산행 일인 목요일, 금요일 전국적으로 비가 내린다는 예보라, 정상 진행이 쉽지 않을 거로 예상했다. 하지만, 이미 만석을 채우고 3명의 대기자가 출발 전까지 유지되면 산악회는 강행한다. 우중 산행도 하루 정도는 견딜 만하나, 연이틀 우중 산행은 건강에도 좋지 않아, 취소자 속출로 결국 산행 자체가 취소될 거로 예상해 국립공원 세석 대피소 예약은 이미 취소했다. 산행 취소자가 적어 성원을 넘어 강행한다면, 그때 다시 신청해도 된다. 어쨌든 오전에는 취소자가 다섯 명에 불과했으니, 현재는 10명으로 5명이 늘었다. 이 분위기라면, 성원 미달로 연기나 취소다. 취소가 아니라 연기를 원하지만.
화대종주 산행에 관해 이것저것 머리를 굴리고 있다가 창밖을 보자, 연풍면을 지난다. 연풍이면 괴산이다. 그럼, 충주, 여주가 멀지 않다. 올 때와는 달리 생각보다 빠르다. 그리고 4시 50분경 버스가 여주휴게소로 들어가, 화장실에 들른 후 배도 채우고 갈증도 해소할 생각으로 편의점으로 가 식혜를 찾았으나, 없다! 그렇다고 다른 게 당기는 것도 아니라, 그냥 버스로 돌아와 자리에 앉아 출발을 기다리다가 나도 모르게 잠이 들어 깨어 보니, 용인을 지나고 있다. 이후 죽전에서 승객을 내려주고 5시 52분경 양재 국립외교원 앞에 정차한 버스에서 내렸다. 그리고 지하철과 버스로 집으로 향해 6시 50분경 도착했다. 집에서 깨끗이 씻은 후 저녁 반주와 하산주로 빨갱이를 마시는 것으로 도장산행 최종 마감했다.
참고로 화대종주는 계속 취소자가 나오더니, 다음 날 기상하자마자 확인한 바로는 남은 신청자가 나를 포함 14명에 불과해 성원인 16명에 두 명이 부족했다. 해서 오후에 취소 문자가 날아오지 않을까 했는데, 7시 29분에 날아왔다. 일 처리, 하나는 빠르다. 다만, 연기가 아니라 취소라, 1년에 한 번 하는 화대 숙박 종주는 내년을 기약해야 한다. 다른 산악회의 토·일 숙박 종주도 있으나, 토요일까지 비에 등산방 정기산행이라, 포기했다. 토요일도 종일 비 예보라 정기산행도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와중에 지리산은 토·일도 계속 비 예보라 그 산악회 산행도 취소될 확률이 높아 보인다.
안내산악회 산행 계획대로 '용추교 → 705봉 → 도장산 정상 → 헬기장 → 심원사 → 심원폭포 → 쌍룡폭포 → 용추교'의 8.4km 원점 회귀 구간을 4시간 14분 동안 즐겼다. 이동 3시간 36분, 휴식 38분!
8km가 조금 넘는 거리에 불과한 코스지만, 등산로의 많은 구간이 암릉이라 속도 내기가 쉽지 않은 산이다. 물론 암릉과 암봉을 피하는 우회로를 선택하면 빠르고 쉽게 한 바퀴 돌 수 있다.
아주 당연히 암릉 곳곳이 바위 전망대라 주변 절경을 아무런 방해 없이 감상할 수 있다. 특히, 헬기장 아래 암봉 전망대는 속리산 형제봉을 시작으로 백두대간과 도장산 정상까지 360도로 조망할 수 있다.
심원골과 쌍용계곡 또한 산행 중 흘린 땀을 씻기에 부족함이 없는 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