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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명-설록 홈즈 대표 단편선
저- 아서 코난 도일
출- 느낌이 있는 책(2006.7.21. 575쪽)
독정-2019. 8. 14
코난 도일의 에피소드와 독후감
60편 걸작을 썼지만 본래 쓰고 싶었던 역사소설을 쓰고 싶어 24번 째 단편인 <마지막 사건>편에서 홈즈를 스의스 바흐 폭포에 떨어져 죽게 했다. 연재 중단을 선언하며 그러자 열혈 독자들이 홈즈의 죽음을 애도하는 상장을 달고 다니는가 하면 출판사에는 엱 중단을 항의하는 편지가 쇄도했다. 결국 도일은 홈즈를 만나고 싶은 독자의 성화에 1903년 <빈집의 모험>에서 홈즈를 왓슨 앞에 나타나게 해서 연재를 다시 시작했다.
홈즈는 수사에 뛰어난 재능으로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사랑 받는 게 아니었다. 그것은 어떤 경우에도 선량한 사람들의 아차 실수로 해서 서로 상처 받지 않게 하려고 끝가지 인간적으로 처리하는 모습이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내는 작품성이었다. 그것은 그 자신의 인격이요. 고귀한 인간애였다.
①<버스그레이브가의 의식문>
·홈즈가 사건을 해결하는 동안에는 맹렬한 기세로 움직이다가도 해결한 다음에는 마치 짐승이 겨울잠을 자듯이 꼼작하지 않았다. 그라 아니면 정리할 수 없는 것들이어서 내 마음대로 치우거나 버릴 수도 없었다. 서류는 매일 쌓여갔고 방 안은 점 점 서류 붕치로 발 디딜 곳이 없어졌다. 서류를 이리저리 치우고서야 앉을 자리가 생길 정도였다.
“나로서는 잘 정동해 둔 걸에. 어디에 뭐가 있는지 잘 알고 있단 말일세.”
·“재능을 실제로 발휘하군.”
“그렇게 되었네, 내 머리가 생계가 된 셈이지.”
“나로서는 다행이야. 지금 난 자네의 그 지혜가 필요해.”
·문제가 벽에 부딪칠 때는 내가 그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거야. 우선 범인의 머리가 비상한 것, 우연한 기회에 의식문을 본 것, 이 안에 보물이 숨져져 있는 장소의 단서가 있을 것
②<두번째 얼룩-핏자국>
책임감 강한 영국외무장관 호프가 침실에 가지고 있던 이웃 나라 국왕 친서를 잃어버리자 수상을 찾아가 걱정, 홈즈를 찾아온다. 홈즈가 수사하다가보니 장관 부인이 그 서류를 자기가 한때 사랑한다며 연애편지를 써줬던 사람의 편지를 가지고 협박하는 바람에 그 서류를 몰래 넘겨주어 국가 평화문제에 대한 언급으로 전쟁 위기에 놓이게 된다. 그러나 홈즈가 그 단서들을 추적하다 부인의 소행인줄 알고 그 서류를 부인이 다시 찾아와 집에 보관하고 있는 것을 알고 매력있게 처리한다. 남편 호프장관에게는 그 서류가 그대로 집 서류함에 있었는데 호프가 잘못 보고 넘겨 불안해하는 양하며 그 서류를 다시 찾아보라며 서류가 있던 자리만 중간에 바꿔놓는다. 부인은 자기 잘못이 드러나 쫓겨날 까봐 걱정하는데 남편은 부인에게 서류를 찾았다며 좋아서 자랑한다. 함께 온 수상이 홈즈에게 말한다.
“난 당신이 아직 말하지 않은 게 있다고 보는데……?”
홈즈는 빙긋이 웃으며 정중하게 대꾸했다.
“수상님, 우리에게도 업무상의 비밀이라는 게 있습니다.”
그리고 그는 모자를 집어 들고 문쪽으로 성큼성큼 걸어 나갔다. 그의 뒷모습은 어느 때보다 활기차 보였다.
③<라이게트의 지주들>
·“홈즈, 잊은 모양인데 자넨 이곳에 요양하러 온 거네. 새 사건에 대한 호기심은 건강이 회복된 뒤에나 발휘하게 의사로서 명령이야.”
홈즈는 어깨를 으쓱하고는 장난기 어린 웃음을 머금었다. 그리고 체념한 듯 대령을 흘끗 바라보았다. 홈즈는 의자에 몸을 깊숙하게 파묻고 손에 깍지를 끼었다.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때 하는 그만의 버릇이었다. 나는 이제 더 이상 그를 말릴 수 없음을 알았다.
“홈즈가 이상해요. 묻는 말에 대답도 안 하고 혼자 중얼거리기도 하고, 당에 엎드려 개처럼 냄새를 맡기도 하고, 갑자기 흥분하는가 하면 아무 행동도 안하고 나무토막처럼 서 있기도 하더군요.”
“그거라면 걱정 마세요. 홈즈가 사건을 조사 할 때 항상 그러니까요. 다른 사람들 눈에는 미친 사람의 행동 같지만 언제나 빈틈없지요. 이치에 맞는 행동만 합니다. 그 점은 제가 보증하지요.”
웃으며 별 것 아니라고 말했지만 그는 의혹이 풀리지 않은 듯했다.
“이치에 들어맞는 행동이 정신이상을 불러올 때도 있지요. 어쨌든 홈즈 씨는 아주 열심히 조사하고 계십니다. 자, 여러분도 준비 되셨으면 이제 가시면 좋겠군요.” 나는 그간의 경험으로 경감의 떨떠름한 표정에 반론을 제기하는 것이 얼마나 소용없는 짓인지 잘 알고 있었다. 그만큼 사건에 임하는 홈즈의 태도는 남다른 데가 있었다. 나는 시간이, 그리고 결과가 해결해 줄 것이라고 확신하며 모자를 집어 들었다.
“우체부가 그러는데 어제 오후에 월리암에게 편지 한 통을 배달했답니다 .월리엄은 내용을 확인하자마자 우체부가 보는 자리에서 봉투를 찢더니 난로에 쳐넣어 버렸다더군요.”
홈즈는 감짝 놀랄 만큼 큰 소리로 웃으며 경감의 등을 쳤다.
“훌륭하군요. 경감! 벌써 우체부를 만나 봤다니! 민첩하고 유능한 분과 함께 일하게 되어 기뻐요. 이런, 벌써 도착했군요. 여기가 월리엄이 살던 오두막입니다. 하지만 여긴 우리의 목적지가 아닙니다. 대령님, 이쪽으로 오시죠. 사건이 일어난 현장을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우리 네 사람은 살해된 그가 오래 살아온 오두막을 지나쳐 떡갈나무 가로수 길로 걸어들어 갔다. 그 길 끝에 고풍스러운 저택이 있었다. 현관 앞 중앙 돌에는 전승기념일이 새겨져 있었다. 집 모퉁이를 돌아 옆쪽의 작은 문으로 걸어갔다. 저택 밖의 큰길로 나오니, 나란히 심어 놓은 산울타리와 그 문 사이에 폭이 50미터쯤 되는 넓은 정원이 있었다. 부엌문 앞에 경관이 한 사람 서 있었다. 문을 열어달라고 하니 순순히 열어주었다.
“자, 여러분 우리가 서 있는 이곳이 한 밤의 격투가 벌어졌던 곳입니다. 범인은 저 관목 숲으로 도망쳤고 알렉 씨도 그걸 보았지요. 하지만 알렉 씨의 행동을 증명해 줄 만한 흔적은 없어요, 법인의 발자국이 남기에는 보시다시피 땅이 너무 단단했던 거지요.”
홈즈는 밟고 있는 땅을 발로 툭툭 차 보였다.
“유명한 분이라기에 금방 해결될 줄 알았는데 이래가고서야 시골구석의 경찰들하고 다를 게 뭐 있지요?”
“사건 해결에는 약간의 시간이 필요한 법이랍니다. 여기 사인 좀 해주세요.”
홈즈가 내민 서류를 보니 1시를 12시로 적어뒀다. 틀렸다고 하니 홈즈가 곧바로 사과해서 영감은 1시로 정정했다. 그것은 홈즈의 계략이었다. 영감의 1이라는 필체가 필요했던 것이다.
침대 옆을 지나던 홈즈가 바로 옆에 있던 다리가 길고 네모난 모양의 탁자를 아무도 모르게 슬적 넘어뜨린 것이었다. 탁자는 요란한 소리를 내며 쓰러졌다. 탁자 위의 오렌지 접시와 유리 물주건자 파편이 여기저기 뒹굴게 되었다. 정작 내가 놀란 것은 뒤에 이어진 홈즈의 말이었다.
“왓슨, 조심해야지. 이게 무슨 일인가? 비싼 양탄자가 망가졌지 않나?”
홈즈는 능청맞게 나에게 죄를 뒤집어씌우고 있었다. 나는 어이가 없어서 잠시 멍하게 홈즈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나는 홈즈를 믿었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 분명했다.
“아, 이거 죄송합니다. 잠깐 한눈을 파는 바람에…….”
나는 정중하게 사과한 후 웅크리고 앉아서 과일을 줍기 시작했다. 대령과 경감이 과일 줍는 것을 도와주어서 일은 금방 끝났다. 알렉은 뭐라고 투덜거리며 탁자를 세워 제자리에 놓았다.
“아니, 홈즈 씨가 보이지 않네요, 어디 가셨지?”
오렌지를 주워 가지고 일어난 경감이 어리둥절한 얼굴로 물었다. 머리를 숙이고 있던 나도 깜짝 놀라 방 안을 둘러보았다. 분명히 내 옆에 있어야 할 홈즈가 보이지 않았다. 나로서도 당황스러웠다.
“홈즈 양반, 아무래도 머리가 이상해진 거 아닌가. 아버지와 제가 나가 찾아보지요. 여러분은 여기 계십시오.”
커닝엄 부자는 재빠르게 방을 뛰어나갔다. 전에 없이 민첩한 행동이었다. 뒤에 남은 우리는 서로 얼굴만 쳐다볼 뿐이었다.
“저도 알렉 씨와 같은 의견입이다. 아무래도 홈즈씨 병이 심해!”
그때였다.
“사람 살려! 살인이다!”
갑자기 외마디 비명이 들려왔다. 분명 홈즈 목소리였다. 순간 나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이거저거 생각할 겨를도 없이 나는 제일 먼저 뛰어나갔다. 홈즈의 목소리는 우리가 제일 먼저 들어갔던 알렉 방에서 들렸다. 소리는 점점 약해져서 마침내 고통에 찬 낮은 신음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나는 알랙의 방문을 박차고 들어갔다. 그러나 방 안은 텅 비어 있었다.
서로 얼굴을 마주보았다. 그때 다시 홈즈의 신음 소리가 들렸다.
“사, 사람…….”
드레스룸 쪽이었다. 우리 셋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그족으로 뛰어들었다. 우리는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그 자리에 우뚝 서 버렸다. 커닝 부자가 홈즈를 공격하고 있었던 것이다. 커닝 판사는 무언가를 빼앗으려는 사람처럼 바닥에 쓰러진 홈즈의 한쪽 손을 비틀고 있었고 아들 알렉은 두 손으로 홈즈의 목을 조르고 있었다. 먼저 정신 차린 것은 경감이었다.
“이게 무슨 짓이오!”
경감이 날세게 알렉에게 덤벼들었고, 대령과 내가 합세해서 마침내 홈즈에게서 그들 부자를
떼어냈다. 휘청거리며 일어선 홈즈의 얼굴은 새파랗게 질려있었다. 밭은기침을 하며 숨을 몰아쉬는 모양이 몹시 고통스러워 보였다. 홈즈는 손가락으로 터닝 부자를 가리키며 힘겹게 입을 열었다.
“경감, 그 두 사람을 체포하시오.”
홈즈의 목소리를 강경했다.
"체포라니요? 그 무슨……?“
“마부 월리엄 키원을 살해한 혐의요.”
“홈즈 씨, 진심으로 그러시는 건 아니시겠죠?”
경감은 당황해서 나를 쳐다보았다. 마치 홈즈의 병세가 악화된 것은 아닌지를 묻는 듯한 눈빛이었다. 그러나 홈즈는 짧고 분명한 소리로 외쳤다.
“두 사람의 얼굴을 보시오!”
끄때야 우리는 그때까지도 붙잡고 있었던 커닝 부자의 얼굴을 바라볼 수 있었다. 나는 그때처럼 뚜렷하게 죄를 고백하는 사람의 얼굴을 본 적이 없었다. 아버지 커닝 판사는 흙빛으로 변한 얼굴에 무겁고 음침한 표정을 짓고 넋 나간 듯이 멍하니 서 있었다. 아들 알렉은 조금 전까지도 남을 우습게보던 거만함은 찾아 볼 수 없었다. 팔팔하던 기운을 모두 잃어버린 듯 축 처져 있었고 잘생긴 얼굴은 흉하게 일그러져 있었다. 홈즈를 노려보는 검은 눈은 맹수처럼 사납게 빛나고 있었다. 경감은 비로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문간에 서서 호각을 불어 부하 경관을 불렀다.
“지금 저로서는 어쩔 수 없군요, 커닝씨, 분명 착오가 있겠지만 홈즈 씨에게 위해를 가하셨기 때문에 일단은 연행하겠습니다. 진실이 곧 밝혀질 테니 일단 걱정하지 마십시오, 자 그럼 손을 뒤로 해주시겠습니까. 앗!”
경감이 알랙의 손을 묶기 위해 어깨에 손을 얹을 때였다. 갑자기 알렉이 몸을 뒤로 빼는 것 같더니 어느새 호주머니에서 권총을 꺼내 홈즈를 겨누었다. 그는 주저하지 않고 홈즈를 향해 권총의 방아쇠를 당기려고 했다.
“조심해, 홈즈!”
그러나 내 외침보다 경감의 움직임이 더 빨랐다. 그가 총을 든 알렉 손을 내리쳤던 것이다. 권총은 소리를 내며 바닥에 떨어졌고 홈즈가 재빠르게 권총을 밟았다.
“경감, 이 권총을 잘 보관해 두십시오. 재판할 대 긴요하게 ‘쓰일 테니까요. 월리엄을 살해한 것도 그 총일 겁니다.”
터닝 부자는 완전히 실의에 빠져 경관들에게 끌려 밖으로 나갔다.
“괜찮으십니까. 홈즈 씨?”
경감이 손수건을 꺼내 권총을 조심스럽게 집어 들며 말했다.
“목이 좀 아프지만 별거 아닙니다. 아, 깜빡했는데 이것을 먼저 보여 드리고 싶군요.”
홈즈가 우리에게내민 것은 꼬깃꼬깃하게 구겨진 종이쪽지였다.
“아니, 홈즈 씨, 그 종이쪽지의 나머지 부분을 찾으셨나요?”
경감이 몹시 흥분해서 외치고 홈즈가 빙그레 웃었다.
“도대체 어디에서 찾았나요? 아니, 그보다 터닝 부자가 범인이라는 건 어떻게 아셨습니까?”
“이 종이는 처음부터 제가 짐작했던 곳에 있었어요. 우선, 처리해야 할 일이 있어요. 경찰서에 가서 범인들에게 몇 마디 물어볼 게 있어요.”
일반적으로 탐정에게는 눈앞에 제시되는 많은 사실들 중에서 어떤 것이 우연이고, 또 어떤 것이 필연적인 것인가 구별하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이 사건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했던 필연이란 바로 죽은 월리엄이 필사적으로 쥐고 있던 종이족지였습니다. 그런데 그 종이쪽지를 쓴 사람이 누구인가를 생각하기 전에 제 주의를 끈 것은요. 알렉의 진술입니다. 그는 월리엄과 싸우던 괴한이 총을 쏘고 곧바로 달아났다고 했어요. 그런데 그는 종이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요. 무언가를 빼앗으려고 두 남자가 싸웠다는 말도 쓰러진 월리엄에게서 무언가를 빼앗아 달아났다는 말도 없었지요. 생각해 보세요. 그저 싸움 끝에 월리엄을 죽이고 그저 달아나기 급급했던 괴한 말입니다. 알렉 말대로라면 월리엄에게서 종이를 찢어낸 것은 총을 쏜 괴한일 수 없어요. 그렇다면 누가 종이를 찢어 낸 걸까요? 총소리를 듣고 다른 고용인들이 몰려오기 전까지 윌리엄과 함께 있었던 인물이 누구였을까요?“
“알렉 커님이란 말입니까?”
대령의 놀라움은 컸다.
“그렇습니다.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하면 커닝 판사가 2층 방에서 내려왔을 때 이미 하인들이 몇 사람 현장에 나와 있었을 겁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왔을 때는 이미 누군가 종이쪽지를 찢어 낸 다음이었습니다. 괴한이 가져간 것도 아니고 사람들도 보지 못했고 현장에서 발견되지도 않았다면 종이의 나머지를 가진 사람은 알렉 커닝입니다. 그런데 종이를 발견한 경감이나 여기 계신 붇들 모두 괴한을 의심하셨지요. 지위나 재산이 있어 남부러울 것 없다는 이유만으로 커닝가 사람들을 용의선상에서 제외시켰던 겁니다. 그러나 저는 편견이 없습니다. 확실해지기 전까지는 그 어떤 것도 미리 정하지 않고 있는 사실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것이 오랜 저의 습관입니다. 그래서 수사 첫 단계에서부터 알렉을 수상하다고 볼 수 있었지요. 그리고 틀림없다는 것이 경감이 가져온 종이쪽지를 보는 순간이었어요. 나중의 두 단어에 비하면 처음의 두 단어는 크기도 크고 시원스럽고 강한 모양입니다. 글자의 느낌이 교대로 강했다가 약했다가 하고 있지요? 한 사람이 쓴 게 아니고 두 사람이 교대로 쓴 겁니다. 이 사건을 계획한 주모자가 공범의 변심을 막기 위해 애초부터 함께 일하려 했던 거지요. 나중에 발을 뺀다가나 고발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말입니다. 주모자는 미리 공범이 쓸 자리를 비워 가며 쓴 후에 공범에게 쓰게 했던 겁니다. ”
“주모자가 먼저 썼다는 것은 어떻게 알았나요?”
“먼저 쓴 사람이 비워 놓은 칸이 좁았기 때문에 나중에 쓴 사람은 철자가 긴 단어를 적는 데 애를 먹었어요. 만약 한 글자씩 제대로 써 내려갔다면 가운데가 아닌 마지막 글자의 자리가 모자랐겠지요?”
“오, 놀라운 추리군요.”
감탄사였다. 대령도 소리 내지 않았지만 경이롭게 느끼기는 마찬가지였다.
“전문가들은 필적만 보고 글 쓴 사람의 나이를 비교적 추정합니다. 병이 났거나 몸이 허약한 청년은 노인과 같이 필체가 약하기 때문에 나이를 추정하기 어렵지만요. 이 쪽지 글씨는 대담 하고 힘차지만 다른 쪽은 겨우 알아볼 수만 있을 정도로 힘 없고 구불거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두 사람 글씨가 매우 닮아 있습니다. 두 사람이 혈연관계라는 걸 의미합니다.”
맞붙어 쏜 괴한이 쏜 거라면 옷에 화약으로 그을린 자국이 있어야 하지만 4야드 이상의 거리에서 쏜 것이라면 옷에 아무 흔적이 없을 리 없지요. 커닝 부자가 범인이 곧바로 울타리를 넘어 큰길 쪽으로 도망쳤다고 한 걸 기억하시겠지요? 넘었다는 울타리의 위치가 일치했다는 것도. 비로 월리엄이 쓰러진 자리에서 범인이 뛰어넘었다는 울타리 사이에는 바닥이 축축하고 폭이 넓은 물웅덩이가 있었다는 사시입니다. 그런데 아침 제가 본 바, 그 근처에는 그 어떤 발자국도 없었어요. 도망에 급급했던 범인이 웅덩이를 피하기 위해 돌아갔을 리도 만무, 결국 괴한이란 애당초 존재하지 않았던 겁니다.“
“그럴 수가!”
액튼 씨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낮게 신음했다.
“그렇다면 한 집에 살아온 마부를 왜 죽이려 했을까요? 그리고 실이나 문진들은 왜 가져간 걸까요?”
“서재를 온통 엉망으로 만들 정도로 뒤졌지만 찾으려는 서류를
못 찾자 일반 강도처럼 위장하려고 급한 마음에 앞뒤 가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가져갔던 겁니다.”
“그렇군요.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네요. 현재 그들이 소유하고 있는 토지의 절반이 원래는 내 소유이지만 그걸 증명할 거라곤 달랑 서류 한 장뿐입니다. 만에 하나라도 그게 그들 손에 들어갔다면 만사가 끝장이었겠지요. 변호사가 보관하고 있었던 것이 정말 다행이었군요.”
액톤의 얼굴에 불안과 안도의 빛이 오갔다.
“홈즈 씨, 액튼 씨 댁 강도 사건을 이해되지만 이번 살인 사건과는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
“다시 생각해봐도 시체의 손에서 종이쪽지를 찢어낸 사람은 알렉이 분명합니다. 그는 그 증거를 없애기 위해 죽은 사람에게서 억지로 빼앗기까지 한 것을 다른 사람에게 안 들키려고 사람이 오기전에 잠옷 가운 주머니에 넣었을 겁니다. 그 확인을 위해 그 저택으로 간 겁니다. 기억하겠지만 우리가 부엌문 앞에서 사건 경위를 설명하고 있을 때 커닝 부자를 만났을 때 포레 경감이 알렉의 비웃음을 견디지 못하고 그 종이쪽지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려 하는 바람에 그렇게 되면 중요한 증거물임을 두 사람이 눈치 채고 없애버리면 낭패라서 발작을 일으키는 척하고 사람들 주의를 분산시켜 놓았던 겁니다. ”
“오, 그 발작이 꾀병이었다니 배우를 하셔도 손색이.”
“의사인 나까지 감쪽같이 속였어. 정말 걸작이야.”
“그러면 twelve라는 글자를 잘못 적은 것도 일부러?”
“예, 쪽지에 서 있던 그 글씨와 비교하기 위해 그 글자를 다시 써보게 했지요.”
“나중에 경찰서에서 아들이란 자를 만났는데 권총만 있으면 어떤 사람이든 쏘아버리겠다는 기세였고 아버지는 점잖은 사람이더군요. 커닝 부자가 액튼 씨 댁을 침입한 것을 몰래 뒤를 밟았던 윌리엄이 보고 두 부자를 협박해 돈을 요구하자 아들이 강도극을 꾸며서 월리암을 없애려고, 망설이는 아버지를 꾀어 월리엄을 유인하는 편지를 썼다.
“주머니에 있던 것은 진짜로 잃어버렸던 나머지 부분이었나요.”
그때 홈즈는 하나의 쪽지를 내놓았다.
‘12시 15분 전에 동쪽 문으로 나오면 깜작 놀랄만한 것을 가르쳐 주겠네. 자네에게 좋은 것이 될 거야. 그러니 이 일을 다른 사람에게 말해서는 절대 안 되네.”
찢어진 부분이 완벽하게 일치하고 있었다.
“아무튼 이 종이쪽지 덕분에 범인을 잡을 수 있었어요. 유전의 흔적도 p와 g의 필기체의 끝부분을 길게 늘여 쓰고 있는 것도 두 사람이 비슷해요. I에 점이 없는 것도 커다란 특색이군요.”족지를 들여다보는 홈즈의 눈은 새 장난감을 얻은 아이의 눈, 바로 그것이었다.
④ <보헤미아의 스캔들>
홈즈에게 사건의 의로를 맡긴 의뢰인이 신분을 밝히지 않으려고 복면을 하고 나타났다. 한때 사겼던 프리마돈나 오페라가수에게 보낸 연애편지를 가지고 그녀가 곧 이웃나라 공주와 결혼하려는 왕을 협박하고 있어 홈즈의 도움을 청하러 온 것이었다.
“다 안다고야 할 수 있겠습니까? 하지만 보다 자세히 설명해 주시면 보다 큰 도움이 되어 드리겠습니다. 전하.”
“뭐, 뭐라고?”
백작이라는 자는 홈즈가 ‘전하’라는 말에 깜짝 놀라며 의자에서 벌떡 일어났다. 내가 그 호칭의 의미를 미처 깨닫기도 전이었다. 그는 무언가를 생각하는지 방안을 서성거리기 시작했다. 얼굴에는 핏줄이 서 있었고 각이 진 턱에는 잔뜩 힘이 들어가 있었다. 그러더니 감바기 자포자기한 사람처럼 복면을 벗어 바닥에 팽개쳐 버렸다.
“홈즈, 자네가 제대로 보았네. 나는 보헤미안 왕국의 국왕이다.”
홈즈는 침착한 눈길로 국왕을 보았다. 그는 느린 동작으로 바닥에 떨어져 있는 복면을 주워 책상 위에 놓았다. 정작 놀란 것은 나였다. 자신을 국왕이라 일컬은 사나이는 약간 흥분하고 있었다. 그의 입술이 파르르 떨리고 목소리도 상기되었다.
“이 방에 들어오실 때 한눈에 보헤미아 왕실 전하이신 걸 알았어요. 복면까지 쓰고 오실 정도의 문제라면 신분 높은 분의 스컌들이 분명하지요. 이런 문제는 다른 사람을 시키기보다 당사자가 직접 오기 마련. 게다가 전하가 입고 오신 의상은 보통 사람의 것이라 할 수 없는 것이고 또 보헤미아의 내정을 고려할 때 스캔들 때문에 가장 위험해지는 사람은 전하이기 때문입니다.”
“음, 우리 내정 상황까지 알고 있다니 놀랍군. 바로 그렇다. 정치적 문제라면 대신할 사람이 있지만 이번 일은 워낙 민감한 사안이라 만일 이 일이 반대파들에게 알려지기라도 하면 왕위조차 안심할 수 없게 된다. 그래서 신분을 숨긴 채 자문을 구하러 왔다.”
· 그 사람의 주변을 알고 싶을 때는 그 집 마부들과 친분을 갖는다. 마부들은 동료 의식이 강해 어려울 때 돕고 알자리도 알선해주고 잘 모르더라고 같은 직업을 갖고 잇다는 것만으로 감추는 것이 없지. 그래서 마부들을 고용하고있다는 것을 노려 마부에게 접근해서 말을 솔질하자 그 늙은 마부는 젊은 친구가 일을 잘한다면서 칭찬까지 해 줬다네.
“상황을 제데로 이해하려면 소소한 것까지 알아여한 해서 말인데 지루하지 않나?”
“지루하다니. 재미있게 듣고 있네.”
“디행이군, 그럼 계속함세”
일부러 길을 막히게 마부들을 동원하게 하고 여자가 그 안에 갇히는데 괴한에게 당하는 여자를 구하다 홈즈가 피를 흘리고 쓰러진다. 여자는 동정심에 홈즈를 집안에 들인다.(홈즈가 흘린 피는 싸움에 뛰어 들기 전에 손에 빨간 물감을 묻히고 있다가 한 대 맞는 척하며 얼굴에 물감을 묻혔어. 그리고 가슴이 아픈 척 하며 창문을 열게 한 거야. 창문이 열리거든 연기만 나는 이 로켓을 집안으로 던져. 그러면 내가 불이야. 소리치면 그 여자가 중요한 것부터 끌어내겠지. 그때 왕이 보낸 액자에 든 편지를 봐두는 거였다.)
‘12시 15분 전에 동쪽 문으로 나오면 깜작 놀랄만한 것을 가르쳐 주겠네. 자네에게 좋은 것이 될 거야. 그러니 이 일을 다른 사람에게 말해서는 절대 안 되네.”
⑤ <죽어가는 탐정>
·머리를 들 기운도 없어.“
“자네가 범인을 잡아 감옥에 가두듯이 나 역시 세균을 잡아 감옥에 가둬. 저것들이 바로 그 감옥이지. 선반에 가지런히 늘어서 있는 병과 단지였다.
“스미스씨, 내가 불을 밝혀달란 게 죽어가는 마지막 소원이라고 생각했나? 그것은 경감에게 모든 게 끝났으니 올라오라는 신호였거든 어때. 자신의 손으로 직접 경찰을 부른 소감이?”
어금니를 악무는 듯한 신음 소리가 들렸다. 분을 삭이는 것 같았다.
“네가 아무리 범인으로 몰고 싶어도 증인이 없으니까 무고죄로 고발할 테야. ”
그때 홈즈가 숨어 있는 왓슨을 불렀다.
“중요한 증인을 감춰 둔 걸 깜빡 잊었네. 왓슨 미안하네!”
나중에 홈즈에게 물었다. 자네가 죽을병에 걸렸다는 게 다 연극이었단 말인가?“
“자네가 그렇게 믿어야 저자를 내게 데려올 수 있지.”
“가까이 다가가지 못하게 한 것은 너무 했어.”
“자내가 다가와 체온을 재면 내 꾀병이 들통 날 테니…….. 식은땀은 바셀린을 발랐고, 눈에는 약을 넣어 핏발을 서게 했어, 열이 나는 것처럼 화장을 했지. 허연 입술은 양초를 얇게 깎아 붙였네 그에게 조카를 죽일 이유는 상속 문제였어, 조카의 돌연한 죽음, 고약한 질병 연구하는 그의 취미. 개다가 발신인 없는 소포와 손을 다치게 하는 용수철이 들어 있는 상자. 내게 그 상자가 왔을 대도 나는 조심스럽게 집게로 열어봤지. 손을 안대고. 나를 해치려 한 것을 나는 증거를 잡기 위해 그의 계획을 역으로 이용한 거야. 그의 계략에 말려든 것처럼 가장함으로써 그의 입을 통해 진상을 자백하도록 유도한 거야. 홈즈는 쾌활하게 많은 말을 폭포수처럼 쏟아냈다.
· 그의 손은 물개의 지느러미처럼 볼이 넓고 납작했다.
· 아이들이 있다는 추리는? 보퉁이 밖으로 아이 물건이 비죽 나와 있다. 갓난아이나 가지고 노는 방울 장난감과 그림책. 그 둘을 모두 가지고 노는 아이는 없고 자 사람의 아내는 작은 아이를 낳은 후 산후가 좋지 않아 죽었을 겁니다.
⑥ <그리스어 통역관>
· 구두 반 필담 반으로 이루어진 이상한 대화를 통역해주는 동안 두 사람 협박자들이 그리스어를 통 모르는 것 같았다. 들킼ㅌ디고 해도 문제 되지 않을 내용을 덧붙여 그들의 기색을 살 폈지만 그들은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나는 용기를 내서 좀 더 구체적이고 위험한 질문을 보태기 시작했다. 반창고의 사나이도 내 의도를 금방 눈치 채어 협박자들이 의심하지 않도록 우리의 은밀한 대화는 짧은 형식으로 이어졌다.
“더 이상 고집을 피우면 좋지 안따. 그런데 당신은 누구?”
-걱정마라 런던에 처음 온 -
“죽음을 자초할 생각이냐? 얼마 동안 갇혀 있었나요?”
-상관없다. 3주-
“목숨이 재산보다 중하단 말이냐? 그런다고 해도 너의 것이 되진 않아 무슨 짓을 당한 것입니까?”
-죽어도 악당들에게 넘길 수 없다. 감금, 금식-
“서명만 하면 자유롭게 해 주겟다. 여기가 어딥니까?”
-꿈도 꾸지 마라. 서명을 절대 안한다. 모릅니다.-
“네가 고집을 피우면 그녀를 위해서도 좋지 않을 텐데? 당신 이름은?”
-그녀의 입으로 직접 들어야겠다. 만나게 해달라. 클라티데스-
“서명만 하면 만나게 해 주지. 어디에서 왔나요?”
-그렇다면 만나지 않겠다. 아테네-
중년 남자는 더욱 목청을 높였고 나는 보다 강력하게 엄포를 놓아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나는 조금 더 소리만 질렀을 뿐 남자가 긴장하지 않고 내 질문에 대답할 수 있도록 부드러운 표현으로 말했다. 내가 알아낸 것은 이게 전부다. 갑자기 문이 열리면서 한 여자가 들어왔다. 방이 어두워서 자세히 볼 수 없었지만 키가 크고 검은 머리에 이목구비가 뚜렷한 여성이었다. 짧은 순간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여신이 들어오는 것 같았다.
⑦ <보스콤 계곡>
존터너는 보스콤 계곡의 땅을 거의 가지고 있는 거부다. 친구 매카시는 젊은 날 나쁜 짓하며 산 인연으로 존 터너에게 도움을 받으며 살면서 자주 협박을 하지만 사람들은 서로 좋은 친구 사인줄 알고 있다. 존터너에게는 14살 딸이, 메카시에게는 18살 아들이 있다. 터너양이 메카시 아들을 좋아하지만 아들은 딴 여자와 노느라 거절한다. 터너양 아버지의 재산을 가져오고 싶어 아들더러 빨리 결혼하라고 하고 지내는 데 어느 날 늪가에서 아들이 아버지를 따라가다 아버지가 쓰러진 것을 발견하고 모셔오지만 피해자로 검거된다. 이 사건에 홈즈가 나선다.
·물론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야,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사건 자체보다 해결하는 과정이나 결과가 특이했기 때문이야. 어떤 사건은 피살자의 아들이 용의자로 지목을 받고 있다네.
왓슨, 정황증거라는 것은 보는 각도만 달리해도 전혀 다른 대답이 나오거든, 모든 자료가 그자에게 불리하기는 해. 하지만 현장을 보지 않고서는 단언할 수 없어. 그자 친구들 대부분이 제임스가 그런 패륜을 저지를 사람이 아니라고 증언하고 있다네, 사람들의 직감은 어떤 증거보다 확실할 때가 있거든.“
“분명하다는 것처럼 기만적인 것도 없다네. 사실 목격자라고 해도 죽이는 것을 직접 본 것도 아니고 말이야. 사실 나는 경감이 생각하지도 못할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그의 논리를 단번에 뒤집어 버릴 작정이라네. 나는 그 청년이 무죄라는 가설에서 수사를 시작할 작정이네.
제임스를 좋아해서 제임스의 무죄를 부탁하러 온 터너양은 경감을 보며 말했다.
“당신과는 달리 홈즈 씨는 저에게 희망을 주시잖아요.
“홈즈씨는 조금 성급한 편이지요. 게다가 지금 그 말은 단지 위로를 한 거고 말입니다.”
“그렇지 않아요. 처음부터 경감님은 제임스가 범인이라 생각하셨잖아요. 제임스는 절대로 법인이 아니에요. 법정에서 아버지와 싸운 이유를 말하지 못했던 것도 저 때문이었고요. 우린 서로 사랑하는 사이에요. 제임스 아버지가 당장 결혼하라지만 제임스는 아직 결혼 할 생각이 없다했어요.”
“쓸데없는 희망을 줘서 뭐 어쩌겠다는 거요? 저리 뵈도 이제 겨우 열여덟 살밖에 안 된 어린 아가씨란 말이오. 나중에 상처를 어떻게 감당하라고…….”
“쓸데없다니요? 난 진심으로 한 말이오. 어쨌거나 제임스라는 친구를 만나고 싶어요. 가능하겠소?”
갑작스런 공격을 당해 죽어가는 사람은 정신착란을 일으키지 ㅇ낳는 법이다. 조금이라도 의식이 있는 경우 범인에 대한 단서를 남기기 위해 필사적이다. 그렇다면 분명 무슨 의미가 있을 것이다. 도대체 무슨 뜻이었을까? 사건 현장에 떨어져있던 옷은 제임스의 등장에 급하게 몸을 숨기느라 미처 챙기지 못했던 것이 분명했다.
“캐카시를 죽인 것은 아들이란 말이오. 다른 주장은 희미한 달빛에 지나지 않소.”
“때로는 안개보다 달빛이 밝지요.” 널찍한 지붕은 커다란 새가 날개를 활짝 펼친 것 같이 시원스러웠고 회색의 벽은 노란 이끼로 뒤덮여 있었다. 저수지로 이어진 길은 양쪽에 풀밭이 늘어서 있는 좁은 오솔길이었다. 늪과 가까워져서인지 숲으로 들어감에 다라 땅은 점점 축축해졌다. 그런데 가장자리 풀밭에는 사람들에게 밟힌 것으로 보이는 흔적들이 여기저기 보였다. 홈즈는 빠른 걸음으로 앞장서서 나아갔다. 하지만 곧장 앞으로만 간 것은 아니었다. 풀밭에 들어가 여기저기를 살펴보기로 했고 한곳에 멍하니 서서 한참동안 가만히 있기도 했다. 흥분하고 두 눈은 무섭게 빛났다. 목은 핏줄이 붉어질 정도로 긴장되었고 고개를 숙이고 어깨를 활처럼 굽히고 있었다. 법죄에서 나는 냄새를 하나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 힘이 잔뜩 들어간 콧방울 때문에 그의 코는 평소보다 훨씬 더 커 보였다. 보스콤 늪지는 폭이 50미처 정도로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작았다. 하지만 갈대와 수초가 무성해서 음산한 분위기였다. 늪을 조사하다가 엽총 개머리판 흔적이 보였다. 제임스는 총을 메고 있었던 게 아니라 땅에 짚고 있었군. 제임스의 구두의 칫수를 재었던 자료로 말했다.
“끝이 정사각형으로 된 정말 특이한 부츠로구요. 그런데 발꿈치를 들고 살금살금 접근했어. 왔다가 갔고 또다시 왔어. 제임스의 증언대로 옷을 가지러 왔군. 바로 이자야! 그런데 어디서 온 걸까? 홈즈는 엎드린 채 발자국을 찾아 숲 속으로 들어갔다. 홈즈는 나무 밑에 있던 무언가를 호주머니에서 꺼낸 봉투에 소중하게 집어넣는 것 말고는 그 어떤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바닥이고 나무줄기고 닥치는 대로 확대경을 들이대기 시작했다. 홈즈의 조사는 좀처럼 끝나지 않았다. 마치 풀밭 흙에 떨어져 있는 바늘이라도 찾는 것처럼 그의 조사는 섬세하게 진행되었다. 이끼가 붙어 울퉁불퉁한 돌멩이를 살피다가 주머니에 넣었다. 그제야 홈즈의 얼굴에 만족스러운 미소가 물살처럼 번졌다. 그가 무릎에 묻는 흙을 털고 일어나 허리를 편 것은 발자국들과 흔적이 모두 사라진 큰길에 이르러서였다.
“이게 메카시를 죽게 한 그 무기입니다.”
“뭐요? 그 돌멩이가요?”
보통 풀밭에 있는 돌 밑에는 풀이 없어요. 이 돌 밑에는 풀이 나 있더군요. 그 자리에 놓인 지 며칠 안 되었다는 말이지요. 개다가 이 돌의 생김새가 피해자의 머리에 나 있는 상처 모양과 일치하는 것 같은데 어떤가요?“
“그, 그렇군요.”
경감은 돌멩이를 유심히 들여다보고는 더듬거리며 말했다.
“법인은 키가 크고 왼손잡이며 오른쪽 다리를 약간 저는 사내입니다. 사전 날 법인은 사냥용 부츠를 신고 회색 망토를 두르고 있었습니다. 오른쪽 발자국이 왼쪽에 비해 희미했던 건, 체중을 왼쪽에 더 실었다는 증거. 바로 오른쪽 다리가 불편한 사람이야.” 상처는 뒷머리의 왼쪽에 있었어. 범인은 피해자를 뒤에서 일격에 쓰러뜨렸네. 왼손잡이가 아니고서는 불가능하지.
“범인을 안다면 왜 고민하나? 한시라도 빨리 가엾은 청년을 감옥에서 구해 내지 않고?”
“물론 제임스의 억울한 누명을 벗겨야 한다는 데에는 의의가 없에 그래서 저 멍청한 경감에게 범인의 특지을 말해 주었어. 하지만…….”
“하지만이라니? 사람부터 살리는 게 순서 아닌가? 잘못하다가는 아무 잘못도 없는 청년이 교수형일 텐데.”
그때였다. 난데없이 코크 소리가 난 것이다.
“존 터너씨가 오셨습니다.”
홈즈가 그 노인을 불렀던 것이다.
“제가 댁으로 찾아가면 아무래도 소문을 피할 수 없어서 말입니다.”
“남의 눈을 패해야 하는 일이 뭐요?”
노인은 힘없이 물었다. 이미 홈즈의 대답을 알고 있는 사람처럼 눈에는 절망의 빛이 가득했다.
“저는 매카시를 죽인 진범이 누구인지 알고 있습니다.“
다음 순간 노인은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흐느꼈다.
“그렇소, 다 내가 한 짓이오, 하지만 제임스를 범인으로 몰 생각은 추호도 없었소. 만약 순회재판에서 유죄선고를 받는다면 그 길로 자수하러 갈 생각이었오. 내 딸아이만 아니었다면 곧바로 자수했을 거요. 하지만 그 애가 받을 충격을 생각하니 도저히…….”.
“그런 걱정은 안하셔도 됩니다. 저를 이곳에 오게 된 것도 터너 양이 저를 믿고 불러줬기 때문인데 터너 양에게 피해가 가는 일을 할 수는 없지요. 그렇다고 제임스를 이대로 내버려 둘 수는 없어요.”
“당연하지요. 그런데 나는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오. 오래전부터 당뇨를 앍았는데 의사말로 한 달도 못 살거 하더이다. 차가운 감방 안에서 죽고 싶지는 않구려. 내 집 지붕 아래서 죽고 싶소.”
“제가 당신과 제임스를 돕기 위해서는 먼저 사건의 진상을 자세히 알아야 합니다. 한 마디도 빠뜨리지 않고 받아 적겠습니다. 나중에 서명을 받겠습니다. 여기 있는 왓슨 박사가 증인이 되어 줄 겁니다. 만약 제임스가 유죄가 된다면 이 진술서는 그때를 대비한 것이지만 그럴 경우가 아니며 이 자술서가 세상에 나오는 일은 없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