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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개혁주의 마을 원문보기 글쓴이: 샘터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총회에 '여성 안수'를 도입하라는 요구를 담은 연속 기고가 나옵니다.
연재는 격주로 연말까지 연재됩니다. - 편집자 주
올해 9월 (대략 50~60대 남자 총대로만 구성된)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김종혁 총회장) 109회 총회가 울산 우정교회당에서 열렸다. 작년 108회 총회 둘째 날 여성 사역자에게 강도권(설교권)을 허용하기로 결의했지만, 이틀 뒤 같은 총회에서 앞선 결의를 뒤엎어 '여성 강도권 허용'을 없던 일로 해 버리고 대신 '여성사역자위원회TFT'(여사위TFT)라는 기구를 만들어 이 문제를 (자주 해 오던 방식대로) "한 해 더" 연구하게 했다.
여사위TFT에서 1년 동안 열심히 연구 검토한 끝에 109회 총회 앞에
➀ 여성 강도사(목사 고시 응시 자격이 없는 강도사)와 남성 강도사 구분
➁ 교단 헌법의 '목사 후보생'을, 목사 고시 응시가 제한된 여성 사역자를 아우르는 '목회자 후보생'으로 호칭 변경
➂ 여성 사역자에게 강도권 부여
➃ 이에 걸맞는 헌법과 규칙 선(先)개정 등의 세부 내용을 보고하면서, 여성 강도권을 허락해 줄 것을 청원하였다.
이를 두고 설왕설래(說往說來)하는 과정에서 나왔던 전(前) 총회장 김 아무개 목사의 발언을 역사적인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그대로 인용한다.
"헌법을 개정하는 문제는 '여성들에게 목사 안수직을 줄 수 있는가'라는 전제 아래 심사숙고해야 한다. 구약에서 여성 제사장이 있었는가? 신약에서 감독의 자격에 여성들이 언급되어 있는가? 안수집사 7명 가운데 여성들이 포함되어 있는가? 타 교단이 도입했다고 해서 우리 교단이 따라야 한다는 것은 교단의 정체성에 맞지 않다."
발언을 들으면서 "신약의 12사도 중에 여자가 있었는가?"라는 아주 중요한 말은 왜 빠뜨리는지 많이 궁금했다.
우선, '교단의 정체성'이 정확히 무엇인지는 차치(且置)하고, 예장합동 교단의 헌법이 정하고 있는 '당회-노회-총회'라는 교단의 합법적인 치리회 외에 '증경총회장단'이라는 사(私)조직이 마치 옥상옥(屋上屋)처럼 걸핏하면 교단의 정책을 좌지우지(左之右之)하는 볼썽사나운 흐름의 심각성을 지적하고 싶다.
사역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총회 안에 여러 세부 조직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교단 내부에 그것과 상관없는 극히 정치적이고 세속적인 '사조직'이 너무 많아서 문제라는 것을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증경총회장단'도 그중 하나다. 총회장을 지냈던 은퇴목사들을 예우하는 차원에서 총회에 참석하도록 하는 것 정도는 이해할 수 있으나, 이 사람들이 시도 때도 없이 나서서 총회의 회무 처리에 부적절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다.
작년 총회에서 여성에게 강도권을 부여하기로 결의하고도 이틀 만에 그 결의를 번복(飜覆)함으로써, 교단 총회가 '양아치 총회'라고 무참한 욕을 잔뜩 얻어먹으며 망신을 당하게 된 이면(裏面)에도 이 증경총회장단의 입김이 많이 작용했다는 뒷말이 많았다. 총회 회의 상황을 방청하면서 더 가슴 아팠던 것은, 전 총회장이라는 사람의 이 한심한 발언에 대해 그 많은 총대 중에 어느 한 사람도 '현장에서' 이의(異議)를 제기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전 총회장 김 목사의 말투로 예장합동 교단의 총대들께 되묻겠다.
구약에서, 사사 시대 제2의 모세로 평가받는 사사 드보라(참조: 이광우, <개혁주의 신앙과 여성안수> 40-44쪽)는 남자였는가?
신약에서, 예수님의 십자가 처형 현장을 지켜보던 이들(마 27:55-56)도 남자들이었는가?
남자 사도들에게 예수님의 부활 소식을 전해 주었던 막달라마리아와 다른 마리아(마 28:1),
다시 말해서 '남자 사도들의 사도'였던 이 두 사람은 남자였는가?
성경에 능통했던 아볼로에게 복음을 더 깊이 가르쳐 주었던 브리스길라(행 18:24-26)도 남자였는가?
몇 마디 더 묻겠다. 당신들의 어머니는 남자인가? 당신들의 아내도 남자인가? 당신들의 딸들도 남자인가? 당신들은 어머니 뱃속에서 스스로 선택해서 남자가 되었는가? 아니면 시험 봐서 그토록 자랑스러운 남자의 자격을 취득(取得)하였는가? 성경 어디에 '남자만 안수하라'는 말이 있으며 성경 어디에 '여자는 안수하면 안 된다'는 말이 있는가?
여성 안수 문제가 전적으로 '성경 해석학적인 과제'라는 것을 정말 모르는 것인가? 이 말세(末世)에 주님의 부르심을 받은 여성들이 사역하지 못하도록 악착같이 막아서 당신들이 얻는 것, 지키고자 하는 것이 과연 무엇인가? 장차 여종들의 주인이신 예수님의 심판대 앞에서도 지금처럼 그렇게 허튼 소리를 계속할 자신이 있는가?
전 총회장 김 목사가 뜬금없이 구약의 '제사장' 타령을 하니, 우선 예수님 당시 그분을 치욕적인 십자가 처형의 길로 내몬 주범이 당시 제사장이었다(마 27:1-2)는 사실을 짚으면서 더 물어볼 것이 있다.
한국의 남자 목사들은 유대인인가? 한국의 남자 목사들 중에 레위 지파가 있는가?
한국의 남자 목사들은 날마다 구약의 제사장처럼 피(血) 제사를 드리는가?
예배 시간에 에봇에 흉패(胸牌)를 차고 나와서 설교하는가?
구약의 제사장이 서야 할 성막·성전은 도대체 지금 어디에 있는가?
다시 말해서 구약의 유대인이 보기에 한낱 이방인에 불과한 한국의 남자 목사들이 정말로 구약의 제사장이라고 생각하는가?
신약의 일곱 남자 집사 중에 한국 국적을 지닌 사람이 과연 한 명이라도 있었는가?
평생을 목사로 살고 교단의 총회장까지 지낸 사람의 성경 해석학적인 수준이 이토록 한심하고 천박(淺薄)하다는 것을 만천하에 스스로 까발리고도 후배들 앞에 부끄러운 줄도 모르시는가? 그냥 집에서 편히 손주들의 재롱이나 보며, 차분히 주님 앞에 설 준비를 하며 여생(餘生)을 보내면 도저히 안 되시겠는가?
예장합동 109회 총회 시 여사위TFT의 보고. 뉴스앤조이 나수진
아무튼 예장합동 교단에서 여사위TFT의 의견을 받아 형식상 여성 강도권은 허용하기로 근근이 결의하였지만, 그마저도 2~3년 뒤부터나 시행되는 일종의 '희망 고문'(반드시 그렇게 되리라는 보장도 없다)일 뿐이다.
이번에 통과된 안은
➀ 강도사를 남자와 여자로 분리하여 여성 강도사는 아예 목사 고시를 치르지 못하게 하고
➁ 그것을 교단 헌법에 법제화해서
➂ 여성 안수의 길을 원천적으로 막아 버릴 수도 있는, 좀 자세히 들여다보면 치명적인 독소(毒素) 때문에 복음의 정신에 완전히 역행하는 아주 부당(不當)한 결정이다.
다만, 예장합동 교단이 그동안 "여자는 설교하면 안 된다"던 강고(强固)한 신학적 원칙을 (그 이유가 무엇이든) 마침내 공식 철회했다는 한 가지 의미 외에 현실에서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런데, 그런 명목상의 지극히 형식적인 결의에 대해서조차도 총회 후에 "예장합동 교단이 세속화되었다"는 탄식이 곳곳에서 들려온다. "이 세속화의 물결 때문에 이 교단이 망하게 되었다"고, 마치 내일 당장 지구가 멸망하기라도 할 것처럼 거룩하게(?) 탄식하는 자(者)들이 많다. 여성 안수를 반대해야만 진리를 사수(死守)하는 거룩한 신앙인이 되는 것으로 착각하는 한심한 자(者)들도 아직 너무 많아 보인다.
이들이 말하는 세속화가 정확히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세속화가 '복음의 변질과 교회의 타락'을 의미하는 것이라면, 거룩할 성(聖), '성(聖) 총회'라는 교단 총회에, 세속의 정치인들이 와서 마이크를 잡고 횡설수설(橫說竪說)하는 것이야말로 세속화의 뚜렷한 증거가 아니겠는가. 또한 수많은 총대 가운데 그 누구도 그런 상황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않는 한심한 현실이야말로 교회가, 이 교단이 걷잡을 수 없이 세속화되었다는 뚜렷한 증거가 아니겠는가.
우리가 믿는 복음(하나님나라), 우리가 땅끝까지 전하려는 복음(福音)은 남녀 차별(差別)과 배제(排除)의 복음이 결코 아니다. 우리가 믿는 복음의 기본 정신은 생명, 평화, 정의, 사랑, 나그네와 이방인에 대한 무조건적인 환대, 이 땅의 약자들에 대한 지극한 섬김이 아니던가. 우리 주 예수님이 오셔서 십자가에서 목숨 바쳐 섬기시며 하신 사역이 바로 그런 것 아니었던가. 이 복음의 정신 어디에 '여성 차별과 배제'라는 '누룩'이 발붙일 틈이 있는가.
따라서 극히 비(非)성경적인 조선 시대 '가부장적 남성우월론'에 사로잡혀 여성을 차별하고 배제하며 여성들의 사역을 가로막는 자들 눈에는, '노예 해방'도 세속화이고, 여성에게 '참정권'을 준 것도, 오늘날 여성들이 남자들과 함께 '학교'에 다니는 것도 심각한 세속화로 보일지 모르겠다.
군대에서도 여성이 별을 달고 장군(將軍)이 되는 시대, 여성이 대통령·장관도 되고 대한민국 여성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도 타는 이 시대에, 역량 있는 여성들이 활달하게 사역하지 못하도록 18세기 봉건시대에 멈춘 듯한 교단의 낡은 교리와 헌법으로 무자비하게 묶어 두어야만 이 교단의 세속화를 방지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인가.
세속화, 특히 기독교적 관점에서 보는 세속화(속세의 특질)란 무엇인가.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며 여자들을 집안에 가두어 두고 삼종지도(三從之道) 칠거지악(七去之惡)이라는 비인간적인 굴레로 억압하면서도, 사내들은 버젓이 기방(妓房)을 마음껏 출입하는 것이 호방(豪放)한 미덕(美德)으로 여겨지던 가부장(家父長)적인 썩은 세상, 여자들(딸)은 이름도 지어 주지 않고 글도 가르치지 않고 그냥 평생 '부엌데기', '아들 낳는 기계'로만 여기던 악한 사회제도가 바로 세속화의 악한 열매다.
곧 주 예수님의 복음에 기초하여 세워진 교회 안에서까지 여태껏 끈질기게 위세를 떨치고 있는 유교(儒敎)의 가부장적인 체제 자체가 기독교에서 말하는 '복음의 세속화'다. 따라서 좀 과장해서 말하자면 지금 예장합동 교단은 참사랑의 기독교 공동체가 아니라 '기독-유교(儒敎)' 조직이고 목사 장로들은 복음의 참 일꾼이라기보다는 남존여비(男尊女卑) 사상에 찌든 '기독-유생(儒生)들'이다. 다시 말하지만, 예장합동 교단의 낯 뜨거운 '남성우월론'과 '여성 차별·배제 정책'이 바로 우리 주 예수님으로부터 받은 영광스런 복음의 심각한 세속화, 그 낯 뜨거운 열매인 것이다. 그렇지 않은가?
나도 한때는 총신의 울타리 안에서 건강한 보수 신학을 공부하는 것이 매우 즐거웠고 이 예장합동 교단 소속 목사인 것이 참 자랑스러웠다. 그러나 똑같이 공부하고, 더러는 박사 학위를 받고도 30년 넘게 교단 안에서 '여전도사'로 차별당하며 지내는 내 여성 동기들을 보면서 남자 목사로서 너무너무 미안하고 하나님 앞에 몹시 죄송스러웠다.
그래서… 이 교단의 일부 몰상식한 목사들로부터 "목사 사직하고 여성 안수 하는 다른 교단으로 떠나라"는 아주 무례하고 상스런 욕설을 계속 들으면서도 "부디 여성 안수의 문을 속히 열어 주시라"고 호소하며 총회에 헌의안을 힘들게 꾸역꾸역 올렸다. 그런데도 도대체가 우이독경(牛耳讀經)인 이 교단의 현실 앞에서 오늘은 내가 이 예장합동 교단 소속 목사인 것이 솔직히 세상 사람들 앞에 너무너무 창피하고 치욕(恥辱)스럽다.
교단 총회를 내내 방청하면서 내내 곱씹었던 끈질긴 안타까움이 또 있다. 그것은, 이 예장합동 교단에서는 '성경에 계시된 하나님'이 하나님이 아니라 여자 성도들보다 수가 훨씬 적은 50-60대 남자 목사 남자 장로들(총대)이 하나님이라는 것, 이 교단에서는 교단의 헌법이 성경(聖經)보다 항시 더 높은 권위를 지닌 것처럼 느껴진다는 것이다. 교단의 헌법이 만고불변(萬古不變)의 진리가 못 되기에 헌법 끝에 '헌법 개정'을 위한 '부칙'을 엄연히 두고 있음에도(성경에는 '부칙'이 없다), 이 헌법이 마치 '만고불변의 진리'인 것처럼 악착같이 위세를 부리는 부끄럽고 한심한 현실 앞에, 나는 오늘도 삶은 고구마 열 개를 물 없이 단번에 삼키는 듯 한없이 목이 메어 숨 막히고 가슴 아프다.
하여, 참으로 부끄럽고 슬픈 마음, 내가 믿는 하나님 앞에 몹시 송구스런 마음을 근근이 추스르며 예장합동 교단의 총대들께 엎드려 한 번 더 간곡히 부탁드린다. 교단 헌법과 낡은 교리를 핑계 대며 지극히 비(非)성경적이고 비(非)복음적인 궤변(詭辯)과 수사(修辭)로 이런저런 꼼수 부리지 말고 "여성(장로·목사) 안수의 문을 '즉시' 열어 주시라".
그래야 '장로'가 없어서 당회조차 구성하지 못하여 '미조직 교회'로 주저앉은 시골의 작은 교회들도 다시 일어나 활달하게 사역할 수 있지 않겠는가. 총대 여러분들이나 나나 목사 장로 이전에 예수 믿는 신자의 한 사람으로서 우리들의 주인이신 그분, 여종들의 따뜻한 주인이신 그분의 엄한 심판대 앞에 설 날이 머지않았다.
감히 종 주제에 주인 행세하며 여종들의 소명(召命)을 좌지우지(左之右之)하는 몹시 무거운 죄, 두렵지 않은가? (두렵지 않다면 양심이 이미 불화살 맞아 지져진 것이다.) 빛나는 '총대 자격'을 지니고 총회 안에서 '영생'할 생각이 아니라면, 차별과 배제가 없는 '새 하늘 새 땅'에 대한 소망이 정말 조금이라도 있다면, 이 교단이 '즉시' 여성(장로·목사) 안수의 문을 열도록 속히 그리고 부단(不斷)히 노력해 주시라.
옳은 일이라면, 앞서 가는 다른 교단의 뒤라도 너무 뒤처지지 않게 열심히 따라가야 하지 않겠는가. 그것이 보수 교단의 자랑스런 정체성을 진정으로 지키는 길 아니겠는가. 지금은 18세기 봉건 조선 시대가 아니고 21세기다. 이미 늦어도 너무 많이 늦었다. 여성에게 강도권을 부여함으로써 교회가 새삼스럽게 세속화되는 것이 아니라, 똑같은 하나님의 형상인 여성 동역자들을 끝끝내 차별하며 배제하고 있는 가부장적인 썩은 제도 자체가 이미 아주 심각한 세속화의 쓰디쓴 열매다.
그러기에 여성(장로·목사) 안수는, 이 교단이 오랜 세속화의 어두운 길에서 돌이켜 영광스런 복음의 본질로 신속히 되돌아가는 아주 복된 지름길이다. 명색이 장자(長子) 교단임을 늘 자랑하는 이 예장합동 교단이 세상의 소금과 빛이 되기는커녕, 전도 대상인 세상 사람들로부터 낯 뜨겁게 조롱당하는 일은 제발 이제 그만 끝내도 되지 않겠는가.
2024. 10. 20. 주일 밤
이광우 / 전주열린문교회 담임목사, 총신대학교 법인이사
[출처: 뉴스앤조이] '여성 목사 안수'가 교회의 세속화와 무슨 상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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