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그랜드도 우리의 도(道)에 해당하는 Region(구역)이라는 행정구역이 있다. Shire Country(州)는 군(郡)과 규모가 비슷하다. 프리미어 리그에서 '더비(Derby)'로 유명한 도시가 맨체스터와 리버풀이다. 더비는 '동일 Shire Country에 연고지를 둔 라이벌 팀 사이에 벌어지는 경기'를 뜻한다. 우리에겐 박지성이 소속했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맨체스터 시티 간의 '맨체스터 더비'가 유명하지만 이와 비슷한 역사를 간직한 것이 머지사이드(Merseyside)더비다. 머지사이드 주를 연고지로 한 리버풀과 애버튼의 라이벌전은 구한말 을미사변이 일어났던 1895년에 시작되었다.
그러나 세계인들이 리버플하면 더비보다는 비틀스를 먼저 떠올린다. 잘 알려져있듯이 비틀스는 죤 레넌이 리버풀에서 결성한 전설의 록 밴드다. 부모에게 버림받아 야생(?)에서 청소년기를 보내던 존 레넌이 친구였던 폴 매카토니와 죠지 해리슨, 링고스타와 함께 현대 음악사를 바꿔버린 역사를 간직한 도시다. 그들의 천부적인 음악감성이 음악과 결합하여 대중음악을 새롭게 출발시킨 곳이다.
쇠락한 리버플은 도심뿐만 아니라 스코틀랜드로 가는 도로 주변의 거주지와 상가에서 볼 수 있었다. 리버풀이나 레스터가 위치한 중부지방은 석탄산지가 넓게 분포한 지역으로 초기 산업혁명 때부터 면직과 모직공업으로 번성했던 곳이다. 그러나 2차대전 이후 화학공업이 발달하면서 쇠퇴하기 시작하여 지속적으로 경제규모가 줄어들면서 상주 인구가 감소하고 있는 지역이다. 나중에 방문한 에딘버러나 더블린도 오래된 도시이긴 하지만 최근에 조성된 신시가지나 새 빌딩을 볼 수 있는 것과 달리 레스터는 고색만 창연했고, 리버풀에서는 과거 영광의 흔적을 찾아보기가 어려웠다. 그러나 존과 폴이 청소년기를 보냈던 1950년대 말의 리버풀은 지금과 같이 활럭이 없지는 않았다.
10대 소년들이 조직한 밴드였던 비틀스가 연주활동을 했던 캐번클럽은 소규모 밴드가 연주할 수 있는 무대를 갖춘 술집이 모여있는 골목길에 있었다. 우리로 치면 합정동에 산재하는 유흥가의 골목과 별로 다르지 않았다. 청소년기부터 지금까지도 비틀스를 좋아하는 그들의 팬인 나에게는 헨델의 '메시아'를 초연한 파이프오르간을 보유한 더블린의 성패트릭 성당보다 더 의미 있는 곳이다.
그러나 그들은 성장하면서 각자 추구하는 음악 성향이 다르다는다는 것을 깨닫고 갈등을 겪는다. 특히 존과 폴의 갈등이 커지면서 위기를 맞게된다. 존은 그의 재능으로 엄청난 부를 갖게 되었지만 비주류 계층을 대변하는 운동가로 또는 평화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반전주의자로서 자신의 위치를 포기하지 않는다. 이는 'Imagine'이나 세상에 태어난지 얼마되지 않아서 그를 버린 어머니를 노래한 'Mother'의 가사에서 볼 수 있는 정직한 품성을 그대로 노출시킨 자연스런 일이라고도 할 수 있다.
반면 폴은 변화무쌍한 대중의 음악 감성을 자신의 독특한 방식으로 해석하여 시장에 어필하는 곡을 만들어내는 타입이다. 우리의 박진영씨 같은 스타일이다. 그러서인지 우리 귀에 익은 비틀스의 곡 중에는 레논보다 폴이 작곡한 노래가 더 많다. 존의 'Imagine'과 폴의 'Ob La Di Ob LA Da'를 떠올리면 둘의 감성의 차이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난 존보다는 폴의 노래를 더 좋아한다. 그러나 인간적으로는 존에게 더 끌리는 건 어쩔 수가 없다. 캐번클럽 앞에서 만난 일본인이 한국어로 말을 건네왔을 때 반가움에 손을 덥석 잡았던 것처럼, 대전 중 일본과 영국이 총부리를 상대의 심장을겨누고 싸웠지만 존과 요코가 함께 평화운동을 벌인 것처럼 함께 손잡고 평화로운 세상으로 나아가는 모습을 'Imagine'을 떠올리면서 상상해본다. 0701
첫댓글 저도 폴 매카트니을 좋아하는 한사람~~
회장님 글을 읽고 나니 존레논을
사랑할 것 같네요~~ㅎㅎ
우리 BTS 같은 한류 문화도 다양한 감각과 생각에서 뿌리 갚은 문화로 자리 잡았으면 좋겠습니다... 윤명철 선생님이 말씀하신 대로 우리의 근간을 이루고 스토리가 형성될 수 있는 서사적 스토리는 발굴하고 지금 부터라도 빌드업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외유 잘 끝내시고, 더 많은 스토리 듣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