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일 가는길에 하얀 찔레꽃
찔레꽃 하얀 잎은 맛도 좋지
배 고픈날 가만히 따 먹었다오
엄마 엄마 부르며 따 먹었다오
밤 깊어 까만데 엄마 혼자서
하얀 발목 바쁘게 내게 오시네
밤 마다 보는 꿈은 하얀 엄마 꿈
산등성이 너머로 흔들리는 꿈
엄마 엄마 나 죽거든 앞산에 묻지 말고
뒷산에도 묻지 말고 양지쪽에 묻어 주
비 오면 덮어 주고 눈 오면 쓸어 주
내 친구가 날 찾아도 엄마 엄마 울지마
울밑에 귀뚜라미 우는 달밤에
기럭 기럭 기러기 날러 갑니다
가도 가도 끝도 없는 넓은 하늘을
엄마 엄마 찾으며 날러 갑니다
가을밤 외로운밤 벌레 우는밤
시골집 뒷산길이 어두워질 때
엄마품이 그리워 눈물 나오면
마루 끝에 나와 앉어 별만 셉니다
포크 가수 '이연실'이 부른 '찔레꽃'(가을밤)은
1972년 발매한 독집 앨범 수록곡으로
애초엔 월북 시인 '윤복진'의 시에
'박태준'이 작곡한 1920년대 동요 '기러기'가 원전이며
해방 이후 60년대에 '이태선'이 작사한
'가을밤'으로 재 탄생했고
이 노래의 리듬에다가
다시 '이연실'이 '찔레꽃'이라는 곡명으로
노랫말을 일부 바꿔서 편곡한 가요이다
'이연실'의 맑고 청아한 목소리에
특유의 애절한 창법과 감성이
어우러진 이 노래는
한(恨)이 남다른 한국인의 정서에
엄마에 대한 절절한 그리움과
보릿고개 시절의 애환을
간결한 어쿠스틱 기타 반주에 적절히 표현하여
조용히 듣고 있노라면
필자는 물론
웬만한 남자들도 울컥하며
눈물을 훔치게 만드는 흡인력 강한 곡이다
특히 전체적으로 한 템포 느린 리듬에
후렴구로 사용한 '클레멘타인'의 멜로디에
처연하도록 심금을 울리는
'엄마 엄마' 노랫말과 인트로와 엔딩에서
흘러나오는 개 짖는 소리의 절묘한 조합은
슬픔을 배가시키는 절대 요인으로 작용했다
자칫 동요가 가지고 있는 평이 와 단순을 벗어나
애절한 감정과 짙은 호소력으로 탈바꿈시켜
숙연한 슬픔을 이끌어 낸
'이연실'만의 저력과 독창성은
깊어가는 가을밤의 고독한 정취 속에
가슴 먹먹한 울림을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