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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끄럽다.
세상사람 다 나왔나 싶다.
부산의 재래시장은 유난히 소리가 높고 자유롭다.
2일과 7일에 장이 서는 오시게장(원래는 노포장) 풍경도 그래서 살갑고 정겹다.
신이 난다.
사람의 어깨와 어깨가 정겹게 만나고,목청 높은 부산 사투리가 말을 섞는 곳. 주로 촌로들이 마실 삼아 들러,장국밥 한 그릇 먹고 가는 곳. 노 포지하철역 바로 맞은 편,횡단보도를 건너면 보이는 곳이 오시게 장이다.
장에 들어서니 살짝,풋풋한 풀향기가 코끝을 간지럽힌다.
장 안이 온통 푸르다.
한창 오시게장은 봄나물의 향연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마치 꿀벌의 웅웅거림처럼,혹은 아이의 까르르대는 웃음소리처럼, 봄나물은 이렇게 우리에게 봄의 소리를 들려준다.
봄의 자지러짐 속에서 각각의 앙증맞은 손가락을 꼬물거리며 우리에게 따스한 봄 햇살 한줌 쥐어주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들의 삶은 장엄하다.
겨울을 견딘 봄나물은 우주 생성의 힘을 가지고 있다고 했던가? 언 땅을 뚫고 올라오는 그들의 끈질 긴 생명 앞에 경외심마저 든다.
그래서 봄은 땅 끝 1㎝에서부터 온다고 했다.
이렇듯 봄나물은 계절을 승리한 개선장군으로 당당 히 우리 앞에 서는 것이다.
봄나물이 몸에 좋은 이유도 계절을 이 겨내는 그들의 힘을 우리에게 나눠주기 때문이다.
장을 휘휘 한바퀴 돈다.
외진 구석에 봄나물 전을 편 할머니,손님 에겐 아랑곳 않고 나물 다듬기에 정신을 판다.
당신 손주 다루 듯 애지중지다.
"할머니 이 나물 이름이 뭐예요" "부지깽이풀" 바로 돌아오는 봄 나물 이름 한 가지. 할머니 입에서 살아나는 우리 산과 들의 봄나 물 잔치. 원추리,돌나물,쑥부쟁이,취나물,고들빼기,달래,냉이,머 구(머위),두릅,돌미나리,아시정구지 등…. 할머니의 호명으로 장 안은 돋아나는 봄나물의 쌉쌀한 향기로 가득하다.
장터에서 얕은 언덕 골목으로 오르는 길. 언뜻 보아도 20~30명은 되보임직한 나물전이 늘어서 있다.
이 곳 나물전은 전문 장사꾼이 아닌 시골 촌부들이어서 좋다.
배낭에 정성껏 싸가지고 온 봄나 물을 봄바람에 펼쳐놓고,무슨 할 말이 그리 많은지 수다 떨기에 바쁘다.
봄나물은 봄햇살에 꼬박꼬박 졸고,시골 촌부는 촌부대로 닷새 만 에 만난 이들 안부 묻기에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이렇게 나른한 장의 한나절이 늬엿늬엿 가는 것이다.
부지깽이풀 천원어치와 취나물 천원어치를 산다.
비닐봉지 한 가 득이다.
이천원에 봄을 두 봉지나 사고 돌아오는 길,봄도 내 팔짱 을 끼고 졸래졸래 따라온다.
등 뒤로 지는 저녁놀이 곱다.
최원 준·시인 cowejoo@hanmail.net ◇ 집필자 : 최원준 부산생,1987년 <지평>으로 작품활동 시작, <심상신인상> 수상 시집 <오늘도 헛돌고 있는 카세트테이프>, <금빛미르나무숲> 부산시인협회,부산민족작가회의 이사, <부산시인>편집위원 현재 <도서출판 말씀> 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