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은 바람의 나라 감상기가 되어버리는 군요.
채널 아트(아트 티비)에서 요즘 예당스페셜로
서울예술단에서 2007년에 올렸던 작품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오늘 새벽에 채널을 돌리다가 2007년 바람의 나라가 나오는 것을 보고 정말 기분이 좋았어요.
1년에 약 2주 정도만 올라가는 서예단의 정규 레퍼토리인 바람의 나라,
워낙 9월 경에 충무아트홀에 올라가기로 했던 일정이
공길전과 바뀌어 토월극장으로 옮겨가고 5월인가? 일찍 시작하는 바람에 볼 기회를 놓쳤거든요.
게다가 만화가 김진님의 방대하고 긴 원작 만화에 질릴대로 질려서
(저의 중딩시절부터 시작했던 무시무시한 길이의- -;; 끈기부족인거라죠, 저)
볼 엄두조차 못낸 작품이었던 바람의 나라.
그 상징과 은유로 가득 찬 작품에서,
과연 호영씨의 호동이 어떠했을까 이불을 부여잡고 새벽 관람을 했습니다.
작품 전체에 대한 평가는 극히 개인적인 것이라 패스하고서라도
(하 어려워서 궁합이 좋고 나쁜, 작품과 관객이 극명하게 갈린다는 바람의 나라잖아요^^)
작은 화면으로도 전해지는 조명과 무대의 아름다움은 무척 인상깊었습니다. 역시 무대효과는 서예단 짜앙!!!
기본 이상의 것을 보여주는 서예단의 배우님들의 연기도 역시 좋았구요.
헤어스프레이에서 모토마우스 메이벨역을 하시는 신영숙씨의 시원한 목소리와 노래는 여전히 감동이고,
병아리역의 심정완씨도 멀티역의 이종한씨도 모두 제가 좋아하는 서예단의 배우입니다.
그러고보니 2007년도에 많은 서예단 배우님들이 프리선언들을 하셨네요.
저의 관심의 촛점은 당연히 호영씨의 호동.
최소한 기본 이상은 한다는 서예단 배우들 틈에서
호영씨가 어린 아이 호동으로 온전히 자리잡고 있는가였어요.
배우님들이 여러 작품을 하다보면, 어떤 역을 하더라도 자연스레 자기만의 색깔이 배어나오게 되는데,
그게 그 사람을 다른 배우들과 구별되게 만들면서 자신에게 장점이 되는 개성이 되기도 하지만,
잘못하면 어떤 역을 맡아도 그 역이 아닌 단지 배우라는 존재만 보여 외려 단점이 되기도 한다고 생각해요.
호기심과 우려 반반의 눈으로 본 호영씨는
아니 제가 본 호동이는 참 보살핌이 필요한 어린아이네요.
일찍 어머니를 잃고, 아버지의 애정을 원하고, 잃기 싫어하는 어린 아이.
요즘 만나는 링크와 off stage에서 보는 호영씨랑 완전히 다른 사람.
어찌 사람의 외형조차 아직 10살도 안된 어린 아이처럼 변해있는 건지......
작품의 상징성에 바람의 나라는 분명 내게 어려웠을테지만,
새 어머니 이지의 모함에 그냥 자신의 죽음을 선택하는,
마지막 신에서 스러지는 호동의 얕은 숨을 보면서
또 이 눈물의 여왕, 질질 울고야 말았습니다.
새벽에 잠안자고 tv보고 운다고 동생의 타박을 들으면서 말입니다. (덕분에 아침에 눈 뻘개서 출근)
짧은 공연기간이지만 바람의 나라를 위해서는 역에 대한 해석과
다른 배우들과 다른 존재감을 보여줘야하는 호동역이었기에
이 작품을 계기로 호영씨가 연기 스펙트럼에 변화가 있었을거라
직접 그 기간 목도하지는 못했지만, 자연스레 이해하게 됩니다.
나의 최고 완소배우님 호영씨의 바람의 나라,
혹 저처럼 TV에서 보기 원하시는 분은
이번주 일요일 대략 저녁 6시대에 다시 채널아트에서 보여주네요.
케이블이므로 채널은 지역마다 다를 거구요. 재방송은 간간히 해주리라 기대합니다.
헤어스프레이의 모습과 함께 바람의 나라에서 호영씨 모습을 담게 되어 기쁜 밤이었어요.
덕분에 4시간의 수면에도 가뿐하게 일어나 글 한판 남기고 출근합니다.
모두 좋은 하루 되시구요. 토요일 단관 엄청 기대해봅니다.
첫댓글 정말 사랑스러운 '호동'이었죠..^^
동감^^; 젠장 레이저 발사 의료용 다이아몬드로 바뀐 제 눈 좀 어떻게 해주세요. 으흑
그리운 호영호동~ 다시 보고 싶어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