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의 전신인 해태가 통산 6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91년에는 김응룡 전 해태감독의 모친상이 있었다. 88년에는 고속도로에서 교통사고로 사망한 고 김대현의 영결식이 있었고 이때도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했다.
‘장례식=우승’ 공식을 가장 강력하게 뒷받침하는 사건은 93년 이호성의 부친상이다. 당시 해태는 삼성에 1승1무2패로 뒤져 우승의 꿈이 가물거리던 상황이었지만 한국시리즈 5차전을 앞두고 이호성의 부친상이 있은 뒤로 잠실서 3연승을 거두고 역전우승을 차지했다.
장례식만이 아니라 대형사고가 터진 해에도 기아의 한국시리즈 우승전통은 이어졌다. 89년 김성한(기아감독)은 1루 수비 중 장종훈(당시 빙그레)과 충돌,중상을 입고 병원신세를 졌다. 83년에는 김봉연(극동대 교수)이 여수에서 교통사고를 당해 40일간 입원했다. 사고 때문에 홈런왕을 놓친 김봉연은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스리런 홈런을 포함,5타점을 올리는 활약 끝에 MBC를 5-3으로 눌렀다. 83년과 89년에도 어김없이 우승이 찾아들었다.
기아의 한국시리즈 우승에 힘을 실어주는 일은 올해도 발생했다. 지난 18일 김익환 기아 사장의 빙모상이 그것,김성한 기아감독과 구단 관계자들은 조문을 다녀오며 ‘혹시 올해도…’하는 생각을 품었다는 후문이다.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오히려 악재가 될 법한 장례식과 대형사고를 호재로 전환시키는 기아의 힘이 이번에도 발휘될 것인지 흥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