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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신강림
-by.곰이군
난 지금 16년 반 인생 최대의 고민중이다.
"......씨발."
창가놈이 화내며 나가버리고 능력자는 글썽글썽 이젠 아예 울 것 같다.
아니, 모르는 놈을 모른다고 한게 그렇게 잘못한거야?
서울놈들은 다들 이래?!!!
"신아, 잘 생각해봐. 강림이 모르겠어? 진짜 모르는거야?"
"난생 처음 보는 놈이라 안카나!"
".........으에엥-"
헐, 운다.
능력자 눈에 수분이 과도하게 차더니 결국 흘러버린 것이다.
내가 울린거야? 이강림 놈을 모른다는 게 그렇게 잘못한거야?
으헝엉- 울고 싶은 건 나라고 이 능력자야!!
'콰앙-'
"어떤 놈이 우리 애기 울렸어!!!"
"연서야아~ 으앙~"
엄청난 소리와 함께 나타난 건 머리를 대충 말아올린 초미니 스커트 여학생이였다.
아 참. 이 학교, 남녀공학이다.
여자보다 남자의 비율이 월등히 많을 뿐 분명히 '여자'라 불리는 생명체는 존재한다, 이거다.
남자치고 작은 능력자 놈이랑 여자치곤 큰 등장녀의 키는 비슷했다.
능력자가 아주 쪼끔, 개미 눈알만큼 크긴하지만.
그래도 엄마한테 안기는 아기마냥 등장녀 목을 꼭 끌어안고 눈물 짜는 모습은 그닥 멋있진 못하구나, 능력자야.
어쨌든 등장녀는 능력자를 대롱대롱 달고 능력자 바로 뒤에 있던, 자기보다 20센치는 커보이는 놈의 멱살을 잡더니 자그마한 얼굴을 들이밀었다.
"너야? 니가 우리 현이 울렸어?"
"으허엉~ 어떡해~ 우리 강림이 어떡하냐고오~"
"이 놈이 아니고 또 이강림이야? 왜? 또 칼질했어, 그 새끼?"
"아니야아!!"
"그럼? 지졌냐?"
"아니라고오!! 우리 강림이 안그래!!"
"그럼 뭐냐고!!"
칼질에 지져...허허허....
살고 싶으면 닥치고 기어야겠네.
뭐하니 뇌야. 빨리 그자식에 대한 기억을 제조하도록 해라.
한 번만 더 모른다고 했다간 뒷산에 생매장 당할지도 몰라.
또 나만의 세계로 빠지려는데 눈 앞에 길고 하얀 손가락이 서 있다.
.....뭐지?
오호라, 그래. 능력자 놈이 저 무시무시한 등장녀에게 날 일러바쳤구나.
하하하하하~ 의리가 넘치는 아름다운 세상이야.
"얘야? 얘가 문제야? 야! 너 뭐......여 신?"
엄마야, 얘는 또 날 어떻게 아신대?
"너 여 신 맞지?"
"......응."
"진짜 여 신이야? 야, 반갑다. 실물은 처음이네? 근데 강치현, 얘가 왜?"
"신이는.... 강림이 몰라."
"뭐? 설마."
"진짜 몰라. 그렇게 기다렸는데, 신이는 몰라."
"그 놈아가 스토커질 한 거 아니지?"
"강림이 귀찮아서 그딴짓하느니 죽을 놈인거 알잖아!!"
"근데 왜 몰라?"
"몰라!! 모른다고오!! 으엥~"
또 이강림놈 얘기네.
내가 어디서 그 놈을 만났었나?
언제? 어디서? 왜? 어떻게???
"저기 잠깐만."
"왜?"
"아까부터 대체 무슨 얘긴지 난 도저히 모르겠다. 내가 왜 이강림을 모른다는 별 거 아닌 사실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개입되는거지?"
"별거 아닌게 아니야, 신아. 나랑, 치현이랑, 강림이는 초등학교때부터 친구야. 초중고 한 번도 떨어진 적 없어.그래서 넌 모른다지만, 우린 널 알아. 이강림 놈이 지금 까지 죽도록 기다리던 놈이 너니까."
* * *
"........판 구조론이다. 판 구조론은 맨틀의 대류로......"
눈 감았다 뜨면 고3이라는 시간의 속도가 빛의 속도와 맞먹기에 더 미친듯이 살아야 한다는 고등학교 생활에 이렇게 멍때리고 싶진 않은데, 지금 내 귀에 판 구조론이고 맨틀대류고 귀에 들어올리가 만무하다.
잘 생각하자.
내 한 평생 절대 만날 일 없었을 이강림놈이 왜 날 찾아다녔지?
그 어린 나이부터 날 찾았다니 빚을 지거나 복수를 당할만한 큰 잘못을 저지른 건 아닐테고.
대체 뭐냐고. 뭐길래 사람을 기억도 못하는 나쁜 놈 만드느냔 말이야.
이강림 놈이 날 8살때부터 기다렸댔으니까 8살 이전을 생각해야해.
내가 8살엔...................
'콰앙-'
"헉-"
"뭐..... 전학생!!"
"신아!"
순간 섬광이 눈이 부시게 비쳤다.
그리고 엄청난 두통.
잘 보이지 않는 눈을 겨우 떴을 땐, 난 교실바닥에 누워 날 내려다보는 선생님의 놀란 눈을 봤다.
선생님 속쌍커풀 있으시네요.
그건 그렇고, 머리가 너무 아파서요.... 죄송.....
* * *
"이제 괜찮니?"
눈을 뜨니 바로 옆에 계셨던 듯 하얀 가운을 입은 보건선생님이 다정하게 물어온다.
"네. 괜찮아요."
"보호자분 부를래? 아무래도 전학 첫날이라 스트레스가 과했나봐. 오늘은 조퇴증 끊어줄테니까 보호자분 불러서 집에 가서 푹 쉬어."
"아뇨, 아니예요. 저 혼자 가면 되요."
"머리 안아프니? 아마 어지럼증이 좀 있을거야. 쓰러지면서 머리 박았잖니."
"괜찮아요. 혼자 갈 수 있어요."
벌떡 일어나서 바닥을 밟고 서는데 휘청- 세상이 반바퀴즘 돌았다 돌아온다.
"것 봐! 비틀대잖니. 보호자분 불러, 어서!"
"전부 대구에 계세요. 전화하면 걱정하실거예요."
"....친구는? 반장이라도 불러다 줄까?"
"제가... 데려다 주겠습니다."
언제부터 있었는지 칸막이 뒤에서 이강림놈이 슥 나타나서 선생님이 잡고있는 반대쪽 팔을 잡는다.
"강림이 너 언제 들어왔니?"
"부축할 사람 필요한 거 아니였습니까?"
"그래, 어쨌든 잘왔다. 너도 외출 끊어줄테니까 잘 데려다주고 와. 집에가서 쉬다가 그래도 머리가 많이 아프거나 어지러우면 바로 병원가. 알았지?"
"네."
니 놈때매 딴생각 하다가 쓰러진거잖아!! 라고 응징하고 싶지만 머리가 아프니 패스.
잘 모시거라, 이강림이여.
나 지금 무지 아프거든. 체면이고 자존심이고 그냥 주저앉아서 울어버리고 싶을만큼 아프니까 나 좀 잘 모시고 가라고.
"집 어디야."
학교 건물을 나서는 순간까지 따라붙어서 이래저래 걱정하던 선생님이 조심하라며 당부하고 보건실로 다시 들어가고 운동장을 반쯤 가로지르는데 녀석이 나지막히 물어온다.
그렇게 작게 얘기 안해도 더 아플 머리는 없는 것 같으니 맘껏 얘기하렴.
"**빌라 201호."
"머네. 자전거 타면 안 넘어갈 자신 있냐?"
"없어."
"........기다려라."
휴대폰을 꺼내더니 어딘가 전화를 건다.
풉. 그러고보니 바람직한 놈일세.
아직 면허 딸 나이는 아니니, 자전거를 타고 다니나보다.
생긴건 바이크니 자동차니 무면허로 막 몰고 다니게 생긴 놈이...
"조금만 기다려. 차 올거야."
"큭큭...."
"왜 웃어? 살만한가보다?"
"생긴것과 다르게 바른 청소년이다. 싶어서."
"웃을 힘 있으면 다리에 힘 좀 줘라. 식은땀은 폭포처럼 흘리면서 웃기는."
웃긴놈일세.
지도 자전거랑 지가 얼마나 안어울리는지 아는지 귀만 새빨갛다.
왜 그러냐고 물으면 더워서라고 말할테지.
그래- 더워서 그래.
더워서 니 놈 귀도 빨갛고, 나도 어딘가 몸 속이 간질간질 한거야.
* * *
"고맙습니다."
"친구분 잘 돌보십시오, 도련님."
"그정돈 알아서 해요."
녀석은 꽤나 부잣집 도련님이였나보다.
전화를 끊은지 몇 분만에 우리 앞에 선 자동차는 아빠가 그렇게도 동경하던 엄청나게 비싼 외제차였고, 까만 정장을 입은 아저씨는 녀석을 '도련님'이라 부르며 깍듯이 대했다.
이 놈은 별로 유쾌해 하지 않는 듯 하지만.
어쨌든 꽤나 고급스러운 내가 사는 빌라 입구에서 카드를 대고 들어가 집으로 향할때까지 두리번대던 녀석이 집 앞에 다다르자 드디어 입을 뗀다.
"여기냐?"
"어."
"혼자 사는 것 치곤 으리으리하게 사네."
"혼자 사는 거 아니야."
"아까 부모님 대구에 계신다며."
"응."
"그럼?"
"우리 위무 있어."
"위무?"
'삐빅'
말할 힘도 없어서 카드키를 대고 집으로 들어가니 신발장 앞에서 막아놓은 철장 앞에 엎드려 자고 있던 그레이트 피레니즈 종인 위무가 벌떡 일어난다.
"왕!"
"위무야, 형아 아파. 조용히 하고 있어."
안아달라고 그 커다란 몸으로 안겨드는 녀석의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휙휙 옷을 벗어던졌다.
디자인도 깔끔하고 가벼워 보여서 좋다고 생각했던 교복이 이렇게 무거운 적도 난생 처음이라 흰 티에 속옷만 입은 상태가 되자 홀가분하기 그지없었다.
"주스 줄까?"
"난 다시 들어가야지. 너나 들어가 쉬어라."
"응. 배웅 못해주겠다. 미안. 고마웠다."
"어. 푹쉬어라."
씻기도 싫어서 땀에 전 상태로 침대에 털썩 눕자 삐리릭- 하고 문 잠기는 소리가 들린다.
고마웠어.
니가 날 왜 기다렸는지, 내가 왜 옛날 기억을 하려고 하니 엄청나게 아팠던건지는 내일 물을게.
* * *
일부러 문을 열었다 닫고 커다란 꼬리를 흔들며 놀자는 위무라는 녀석을 쓰다듬는데 갑자기 힘이 쭉 빠졌다.
'내 꼭 니 찾으러 갈끼다! 내 잊으면 안된디!!'
'너나 잊지마. 바보 여 신.'
'.....으엉-'
'울지도 말고. 넌 못난이라 울면 더 못나져.'
꺽꺽대며 우는 7살의 여 신이 아직도 내 눈앞에 그대로 그려지는데 왜 17살의 여 신은 날 잊은걸까.
대체 내가 없는 10년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거야.
무슨 일이 있었길래, 엄마아빠보다 날 더 좋아했던 니가 날 잊은거야.
첫댓글 제가 좋아하는 종류 중 하나, 그레이트 피레니즈네요- 둘이 알고 있던 사이였나요?? 재미있어요~
대박....무슨일이 있었던거죠>>ㅠㅜ
++ 특종이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호라...+_+ 둘이 알고있던 사이였는데 피치못할 사정으로 헤어지게 되었고 몇년이 지난후에나 다시 만나게 되었는데 중요한건 여신이가 강림이를 기억을 못한다... 강림이가... 속 좀 타겠네요;;;ㅎㅎㅎㅎㅎ
그동안 무슨일이 있었나봐요.... 여신아 기억좀 해봐~~ㅎㅎㅎ
담편이 기대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