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생이 3가지 이상 악기 연주하며 단원으로 활동 각종 연주회 활동, 전국서 주목…2년 만에 학생 2배 껑충 생태교육·골프·한국화 그리기 등 다양한 활동도 병행 학교를 살려낸 기적의 오케스트라. 강릉시 연곡면의 작은학교 신왕초등학교 챔버 오케스트라가 창단 2년만에 이뤄낸 성과들을 보면, 과연 이 표현이 과장은 아니다.
▲지난 11일 ‘강릉 유스 심포니 페스티벌’에서 공연을 펼치고 있는 신왕 챔버 오케스트라 학생들.
2012년 가을 신왕초등학교의 학생은 불과 18명이었다. 폐교를 걱정해야 하는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이었다. 당시 막 부임한 권오이 교장(전임)은 신왕 챔버 오케스트라 창단을 추진했고, 불과 2년 만에 학생수가 42명으로 늘었다. 전국을 누비는 연주회와 지역사회 곳곳에서 소외된 이웃들과 함께 하는 효콘서트 등을 통해 지역사회는 물론, 전국에 신왕초등학교를 알린 대표 브랜드가 됐다. 학교는 오케스트라 창단과 운영에 파격적인 지원을 했다. 전교생이 사용할 수 있는 고가의 악기들을 구비했고, 각 악기마다 학생들이 제대로 연주를 할 수 있도록 방과후 프로그램을 오케스트라 악기 연습 일정 중심으로 배치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각 악기마다 시립교향악단 연주자들을 직접 강사로 초빙해 연습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콘트라베이스나 클라리넷 같은 악기는 연주 학생이 2~3명뿐이라 사실상 개인교습 수준의 지도를 받을 수 있었다. 학생들의 실력은 급격히 늘었다. 창단 3개월 만인 2013년 2월 졸업 콘서트를 시작으로 정기 콘서트 2회, 강릉시 3개 학교 연합 연주회, 코레일 심포니 오케스트라와의 연합 연주회 등 다양한 연주회를 진행했다. 학생들을 초청하는 사례도 늘었다. 지속가능 발전 강원대회 축하연주, 강릉 시민의 날 연곡면 대표 참가, 초등교장 협의회 초청 연주회 등 학생들은 학교 밖에서의 연주회를 통해 자신감과 자부심이 커졌다. 무엇보다 학생들이 뿌듯해 하는 것은 ‘찾아가는 효 콘서트’다. 이미 강릉시 내 어르신들 사이에서는 인기스타나 다름없다. 학교 인근 지역의 마을회관과 요양원 등 10여 곳이 넘는 곳을 찾아가 어르신들과 몸이 불편한 이웃들을 위한 즐거운 음악 연주를 선보였다. 자신이 배우고 잘 하는 것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는 것을 아이들은 당연하게 생각했고, 거기서 뿌듯함을 느꼈다. 6학년 강효근 학생은 “우리 연주로 즐거워하시는 어르신들 앞에서 연주하는 것이 너무 재미있다”며 “나중에 커서도 오케스트라 공연을 다녔던 재미있는 경험들이 기억에 남을 것 같다”고 말했다. 신왕 챔버 오케스트라의 숨은 공로자는 김세황 교사다. 현재 4학년 담임인 그는 오케스트라 창단 당시 학생 때 밴드 활동을 했었다는 이유로 오케스트라 단장이 됐다. 그는 아이들보다 더 열심히 공부하고 연습해야 했다. 창단 2달 만에 처음 하게 된 합주 때 소름이 돋았다는 김 단장은 “밴드 활동을 하기는 했지만, 클래식 악기에 대해서는 기초적인 걸 빼고는 처음부터 배우면서 시작했다”며 창단 당시를 떠올렸다. 3년째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있는 김 단장은 오케스트라의 효과를 가장 몸소 체험하고 있는 장본인이다. 오케스트라 창단 이전과 이후 아이들이 모습이 확연히 달라졌고, 시간이 갈수록 더 성장해가는 모습을 보게 된다는 것이다. 김 단장은 “오케스트라 초반만 하더라도, 아이들은 산만하고, 의욕이 없는 모습이었고. 악기도 낯설고 했기 때문에 어떻게든 시간만 때우자는 식으로 성의도 별로 없었다”면서 “실력있는 선생님들의 열정적인 지도가 계속되고, 연주의 재미를 알아가고, 여러 연주회를 통해 무대에도 서 보면서 아이들은 자신감도 늘었고, 무엇보다 스스로 너무 재밌어하고, 더 잘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면 뿌듯하다”고 말했다. 악기를 연주하면서 학생들이 도전정신이 생겨나 점심시간을 이용해 혼자서 연습하거나, 선생님이나 선배들에게 도움을 청하기도 하고, 자신들끼리 모여서 공연 계획도 짜는 등 적극적인 면모들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학생들 서로에 대한 배려와 유대감도 커졌고, 욕설이나 폭력 등이 사라졌다고 한다. 오승기 교장은 “올 초 부임하면서 학생들을 보면서 놀랐던 점 가운데 하나는 아이들이 싸우고나 욕설을 하는 경우가 없다는 점이다”라면서 “오케스트라를 통해 서로 다른 것을 인정하고 존중해야만 연주가 가능하다는 것을 아는 아이들인만큼 일상 생활에서도 서로 돕고 배려하는 모습을 보인다”고 말했다. 5학년 심영훈 학생도 지난해 신왕초로 전학오면서 이런 점을 느꼈다고 말했다. “신왕초등학교에서는 싸움도 없고 다들 친하게 지낸다”면서 “처음에 전학 와서 악기가 서툴러 고생하기도 했지만, 나를 소외시키거나 하지 않고 선생님과 친구들이 많이 도와줘서 지금을 잘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위기의 작은학교를 살리기 위한 노력은 오케스트라 말고도 여러 가지가 시도됐다. 폐교 위기를 겪던 당시 학교 교직원들은 아이들이 평생 건강하고, 즐겁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교육을 해보자는 차원에서 오케스트라 창단과 골프 교육, 한국화 교육을 진행했다. 골프 교육을 위해 학교 한켠에 골프 연습 시설을 설치하고, 매주 토요일 프로골퍼인 강사를 초빙해 교육을 하고 있다. 또 신왕초 1회 졸업생이기도 한 최귀남 작가를 통해 학생들은 한국화를 배우기도 한다. 골프와 한국화 교육은 신왕초의 노력에 공감한 강사들이 재능기부 형식으로 거의 무료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강효근 학생(6학년)은 “학교에 오는 것이 너무 재미있다. 수업이 없는 토요일에도 골프와 기타를 배울 수 있고, 한국화를 배우고 나서는 멋진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돼 너무 뿌듯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학생들은 모든 학생들이 바이올린을 필수적으로 배우고, 오케스트라를 위해 악기를 하나 더 배운다. 그리고 토요일에는 골프 연습과 더불어 기타나 타악기도 배운다. 악기를 다루기 시작하면서, 음악과 관련한 꿈을 꾸는 학생들도 늘어났고, 악기 연주를 잘하기 위해 도전정신과 적극성도 커졌다. 반별로 이뤄지는 꽃밭 및 텃밭 가꾸기 역시 학생들이 즐거워하는 학교 프로그램 가운데 하나다. 오승기 교장은 지금 운영되고 있는 오케스트라를 지속적으로 잘 운영될 수 있도록 함과 더불어 자연 친화적인 교육을 보다 강화할 계획을 갖고 있다. 소금강과 연곡해변 등 산과 계곡, 바다로 둘러싸인 학교의 자연환경들 속에서 학생들이 보다 많은 것을 보고, 듣고, 느낄 수 있는 체험활동을 늘려갈 계획이다. 또, 내년부터는 학교 내에서 승마교육을 시도할 계획이다. 과거 평창 거문초등학교에서 승마교육을 도입해 많은 성과를 얻었던 경험을 신왕초등학교에서도 도입하려는 것이다. 승마교육을 통해서 동물과 교감하고 이해도 높인다는 목표다. 뿐만 아니라, 학교생활의 재미와 더불어 학생들의 자세 교정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오 교장은 “신왕초는 지금껏 소규모 학생수로 위기와 어려움을 겪었지만 지금은 많이 개선됐다”며 “지금의 성과를 잘 이어가서 앞으로는 가장 교육효과가 크다고 하는 한 반에 10여명의 학생들이 함께 공부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기 위해 더욱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