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에 입학한 그해, 이명박이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학교에서는 국민의 생명과 신체의 안전을 보호하는 것이 국가의 의무라고 배웠지만, 현실은 교과서와 달랐다. 국가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국민을, 심지어 국가가 국민을 죽음으로 내모는 뉴스를 자주 볼 수 있었다.
고등학교 2학년, 야자를 빠지고 용산 참사를 다룬 영화 <두 개의 문>을 봤다. 매캐한 가스가 붉은 화염으로 가득한 스크린을 뚫고 극장 안으로 들어오는 듯했다. 17년 동안 내가 알고 살던 세상은 일부에 불과했구나. 나는 우물 안 개구리였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대학에서 만난 할아버지 교수님은 손주 달래듯 나지막한 목소리로 물었다.
“지난주에 세월호 집회에 다녀온 학생이 있나? 있으면 손 들어볼래?”
친구들과 나는 서로 눈치를 보다가 결국 손을 들지 않았다. 아무도 손을 들지 않자 교수님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집회는 하러 가는 거 아니라고 말했다. 손을 들지 않았던 게 다행이었다고 생각했다.
중학생 때 만난 이명박, 고등학교와 스무 살을 함께한 박근혜. 그들이 내 친구들에게 알려줬던 것은 이기적으로 사는 법이었다. 돈과 권력 앞에 어떤 범죄도 부정도 처벌받지 않았다. 실망하고 좌절하는 것보다 순응하는 게 더 쉬웠다. 그게 세상이고, 세상을 살아가는 법이라고, 그 시대를 살아가던 어른들도 그렇게 말했다.
2014년 이후 밤바다를 보고 예쁘다고 말하지 못하게 됐고, 배를 다시 탈 수 있게 되기까지 7년이 걸렸다. 매년 4월 16일에는 마음껏 웃어 본 적이 없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우리 세대에게 세월호는 아물지 않는 상처다.
완연한 어른이 된 지금, 세상엔 여전히 상식이 뒤틀리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10.29. 참사를 지켜본 수많은 아이들이 나와 같은 상처를 안고 살아갈 것이다. 어른이 된 나는 그들에게 무엇을 해 줄 수 있을까.
각자도생이 모토인 세상에 무슨 희망이 있을까요. 적폐들은 각자도생 하느라 우리끼리 서로 짓밟고 경쟁하는 모습을 기대합니다. 고루한 단어이지만 지지, 연대, 교육, 이런 건 해방 이후 지금까지 한번도 중요하지 않은 적이 없었어요. 그런 것들을 통해 공동체의 가치와 힘을 회복시키는 게 지금 가장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중학생 때 만난 이명박, 고등학교와 스무 살을 함께한 박근혜. 그들이 내 친구들에게 알려줬던 것은 이기적으로 사는 법이었다. 돈과 권력 앞에 어떤 범죄도 부정도 처벌받지 않았다. 실망하고 좌절하는 것보다 순응하고 내면화하는 게 더 쉬웠다. 그게 세상이고, 세상을 살아가는 법이라고, 그 시대를 살아가던 어른들도 그렇게 말했다.
곁에 있는 모두가 경쟁자였다. 세상살이에 대해 이야기하는 독서 모임은 인기가 없었다. 모든 활동의 전제는 스펙이던 시절이었다. 그렇게 경주마처럼 앞만 보고 달리는 친구들이 점점 늘어났다. 달리지 않으면 도태될 것만 같은 공포감이 캠퍼스를 감돌았다.
첫댓글 저도 이상합니다.
세월호참사는 아직까지도 부끄러운데,
이태원참사는 벌써 멀어져 가는 것 같습니다.
이것이 그들이 바라는 것일까요.
아님 제 예상 안에 있었기에
제 감성이 무뎌진 것일까요.
아님 늙은걸까요 ㅠㅠ
Dr.J님께 많은걸 배우고 본 받고자 합니다만...
감사합니다.
사실 이젠 지칠 때도 됐죠. 그래도 서로를 독려하며 힘을 내봐야죠.
이 게시글이 올라간 시간이 하필 또 10.29 네요. 😥
좋은 글 너무 감사합니다. 이제는 분노해야 할 때라는 걸 느낍니다.
한 사람의 작은 소회가 많은 사람에게 큰 울림을 주네요.
글너무 잘읽었습니다. 저런 교수님한테 듣는 수업은 들을 필요가 없겠네요
덕분에 좋은 글 잘 봤습니다 소개해주셔서 감사해요
읽어주셔서 제가 더 감사합니다.
성인이 되기전 아직 미성숙한 학생일때 저런 상실감과 좌절감을 느끼면서 성장한 세대들의 마음이 이해가 가는 글입니다
각자도생이 모토인 세상에 무슨 희망이 있을까요. 적폐들은 각자도생 하느라 우리끼리 서로 짓밟고 경쟁하는 모습을 기대합니다. 고루한 단어이지만 지지, 연대, 교육, 이런 건 해방 이후 지금까지 한번도 중요하지 않은 적이 없었어요. 그런 것들을 통해 공동체의 가치와 힘을 회복시키는 게 지금 가장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중학생 때 만난 이명박, 고등학교와 스무 살을 함께한 박근혜. 그들이 내 친구들에게 알려줬던 것은 이기적으로 사는 법이었다. 돈과 권력 앞에 어떤 범죄도 부정도 처벌받지 않았다. 실망하고 좌절하는 것보다 순응하고 내면화하는 게 더 쉬웠다. 그게 세상이고, 세상을 살아가는 법이라고, 그 시대를 살아가던 어른들도 그렇게 말했다.
곁에 있는 모두가 경쟁자였다. 세상살이에 대해 이야기하는 독서 모임은 인기가 없었다. 모든 활동의 전제는 스펙이던 시절이었다. 그렇게 경주마처럼 앞만 보고 달리는 친구들이 점점 늘어났다. 달리지 않으면 도태될 것만 같은 공포감이 캠퍼스를 감돌았다.
한 5년정도 제가 빠른 세대인데 딱 저분위기가 맞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