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빛
성난 소를 탔는지 숨이 넘어간다
나 언제 이런 등에 업혀볼 수 있으랴
이국땅 하루 저녁을 훔쳐낼 수 있으랴
필사적
1.
텍사스 35번 국도 방향은 한 줄이다
이유를 알 수 없는 검은 개의 역주행
클랙슨 파열음에도 겁 없이 달려든다
2.
승강장에 진입하는 열차의 물빛 소리
의자 위 먹구름이 선로로 뛰어내렸다
열차는 정지했으나 이유는 낭자했다
바람을 끌어 덮는 하늘 끝을 보았다
층층이 덧칠하며 짙어오는 석양 아래
뜨겁게 무거워지다 거칠게 식어갔다
목숨값
오스틴 외곽 도로 앞차에 치인 노루
한 방울 슬픔 없이 보험료가 계산되자
저만큼 서녘하늘의 눈자위가 붉어졌다
마른장마
문밖을 서성이다 돌아서던 연인처럼
꼭 그런 기척으로 잠시 다녀간다
슬며시 풀린 스카프 여미는 시늉으로
그 바람에 꽃잎 몇 장 환하게 지는 아침
쓸데없는 생각이나 다지듯 적시면서
꽃나무 우듬지 쪽에 헛손질만 서너 번.
부겐베리아
마치 압화壓花처럼 이미 눌려 납작해진
하와이 크리스맛 따끈한 햇살 아래
후~불면
찢길듯 얇은
맹세로나 피는 것이
끝내 뱉지 못한 혀끝 유리 조각에
바람도 베일까봐 다문 입술 저 진다홍
지킬 것
지켜내느라
외로 틀며 피는 것이
카페 게시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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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은 시집 『분홍입술 흰뿔소라』
개밥바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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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29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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