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저는 괜찮아요. 오히려 제가 죄송해,해요. 말도 없이 이렇게 갑자기..."
징그러운 놈.
내가 그런 수법에 속아넘어갈 줄 알고?
"놔!"
[탁]
"누가, 누가 너 보고 위로해달래? 어허허엉헝헝..."
어제 입고 왔던 가디건만 간신히 걸치고 뛰쳐나가 버렸다.
덜덜덜... 어디로 가야돼지.
얼어죽겄다.
.................
아! 승태집! 승태가 오늘은 주말이니까 집에 있겠지?
아주 초고속으로 올라가버려야지.
엄마가 쫓아오면 골치아플꺼야.
뭐 그럴일은 없겠지만-.
아. 나가버렸다.
그렇게 내가 싫은가...?
앞으로 같이 살 땐 어떡하려고.....
이제 결혼이 딱 3일남았는데.
어쩌면 이렇게 급박하게 약속을 잡아야했던 내 잘못이 너무 큰지도 몰라.
..........다음엔 얼굴을 어떻게보지.
아버지께 너무 죄송하기도 하고...........오늘 여러가지로 일이 꼬이는군.
[띵동-,띵동]
"누구세요."
아, 역시 집에 있었어!! 나이스!!
하루종일 죽도록 버스탄 보람이 있어.ㅠㅠ
"강승태! 나 순자."
너무 반가워서 눈물마저 나려고 했다.
"문 열렸다."
[철커덕.]
문을 열고 들어가자 하얀 매트릭스위에 누워있는 승태가 보였다.
"잤어?"
"쫌.... 우리 순자 왔어?"
이그그... 이렇게 지저분한 승태가, 나 없이 어떻게 살려고 그래. 어떻게.
"응!응! 오늘 우리 자기랑 놀려고 시골에서 올라왔어."
"그랬구나. 돼지! 나랑 오늘 놀자. 나도 순자없어서 심심했어... 근데 왠일로 내려갔 어?"
"엄마가 불렀어. 그냥 불렀어-, 놀러가자. 놀러. 나 갑갑해서 어디든 가고 싶어."
"후, 밖에 추울거야. 목도리라도 해."
갈색 뜨게질목도리를 다정하게 매줬다.
따뜻한 승태의 숨결이 찬찬히 느껴졌다.
"어, 어디로 갈껀데?"
"시내 가자."
"강승태...!, 천천히 가자. 헉,헉."
"빨리 와. 빨리. 이 때가면 재밌는 거 많이 한단말이야."
거의 질질 끌려가는 수준이다.
다리가 너무 길어서 도저히 못따라가겠다. 헉,헉. 헉...
"뭐, 뭔 재밌는건데?"
"음..., 커플게임같은 거. 나 너랑 그런거 한 적 별로 없잖아."
빨간 네온사인이 사방군데를 밝게 비춰서 낮같았다.
음. 낮에 달이 뜬 정도?
시내는 정말 오랜만이다.
승태랑 이렇게 다정하게 손 잡고 놀러간지도.
"자, 일등 경품은.......,"
오오, 그건가보다, 정말.
커플대회. 나 이런거 처음 본다.
밝게 비춰지는 무대위엔 커플 여러쌍이 있었다.
"아저씨, 이거 뭐하는 거에요?"
승태가 한참 구경중인 아저씨의 어깨를 툭 치며 물었다.
"커플대횐가 한다네. 돈이 남아도는 구만. 경품이...."
뚱뚱하고 키가 작은 그 아저씨는 배를 벅벅 긁더니 사람들 속으로 사라졌다.
"이제 이 커플뿐인가요? 자, 그럼......,"
"저기요,! 우리도 있어요. 잠깐만요."
승태는 나의 손을 꽉 잡아 올려서 흔들었다.
"다, 다음에 하자. 승태야."
"다음에가 어딨어. 넌 하란대로 해."
승태는 내 손을 꼭 잡고 인파속을 헤쳐 당당하게 나를 끌고 무대로 올라갔다.
밝은 무대아래 사람들이 다 우리를 쳐다봤다.
"김순자, 우리도 잘 해보자? 엉?"
"어, 어..."
"자, 그럼 이 커플로 끝인 걸로 알겠습니다. 이제 게임을 시작하겠습니다-,"
승태한테 내 모든 것을 의지하고 내 혼을 쏙 빠져 도망쳐버린 것 같았다.
그나마 꽉 잡은 손 덕분에 내 존재를 느낄 수 있었다.
"자, 먼저 신문지위에서 두 사람이 얼마나 버틸 수 있는가ㅡ,하는 게임입니다."
신문지를 최대한 넓게 펴서 승태와 내가 나란히 손을 잡고 섰다.
머쓱하게 웃기만하는 커플도 있었고, 벌써부터 확 안아올린 커플도 있었다.
나는 얼굴이 너무너무 빨개져서 심장이 쾅쾅 뛰었다.
승태한테 고백받을 때 처럼.
으아아..... 어떻해야 될지 아무것도 모르겠어.
"오, 이제 한명도 제대로 서 있기 힘든 넓인데요, 과연 커플들이 어떻게 행동할지 궁금 하군요."
나는 애써 태연한척 하면서 승태의 발을 꾹 밟고 올라섰다.
이럴 줄 알았으면 살이라도 좀 뺄껄.
승태발가락 뼈가 아주 제대로 나갈거야. 흑.
"아아아! 2번 커플도 떨어졌습니다. 안타깝군요."
이제 하나, 둘 떨어지기 시작했다.
승태도 숨소리가 거칠어져 가고 있었다.
나를 꽉 안아서 받쳐주기 때문에 정말 힘들거다. 정말.
미안해서 얼굴도 제대로 못 볼 것 같다.
"김순자... 순자. 김순자.... 나 좀 봐봐라."
"아,알았어. 나 살 빼....."
정말 한 순간이였다.
내 후드티모자를 확 낚아채서 나에게 씌우더니,
모자를 꼭 잡고 키스를 해버렸다...
너무 한순간이여서 고개를 돌릴 틈도 없었다.
달콤한 승태의 혀가 내 입안을 부드럽게 훑었다.
이대로 딱 눈감고 싶었건만.
정말. 이대로. 눈 꾹감고 모른 척 하려고 했는데.
눈을 감으려는 순간 무대옆에 지나가는 그 외국인이 보였다.
악! 난 몰라.
초조하게 입을 떼려고 했다.
하지만 승태는 너무 세게 모자를 잡고 있어서 고개를 돌릴 수도 없었다.
"읍, 으브브.으,"
"하아...... 왜 그러냐, 너?"
약간 투정스런 얼굴로 승태가 입을 떼고 쳐다봤다.
"그, 그게... 그게....."
정말 심장이 거세게 뛰는데도 내 떨리는 눈은 그 외국인을 쫓았다.
금방이라도 고개를 돌려 우리는 쳐다볼 것 같았다.
"모, 모르겠어. 오늘은..... 다음에 놀자, 미안해 강승태. 진짜 미안해..."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서 승태의 팔을 뿌리치고 무대에서 뛰어내려왔다.
[타닥.뚝!]
"아아악..... 아파."
하이힐 굽이 뚝 부러져 버렸다.
정말 쪽팔리고 울고 싶었다.
"김순자! 같이 가!"
승태가 쫓아올까봐 미친듯이 구두를 손에 들고 달려가 버렸다.
오늘따라 왜이리 일이 뱅뱅 꼬이는 지 모르겠다.
승태도 없으면 난 어떻게 살지. 누구랑 놀지.
다시 내 조그만 옥탑방으로 돌아왔다...
이게 처음이였으면 좋겠다.
시골로 내려가기 전, 승태랑 헤어지기 전.
이게 처음....이게.......
한숨이 푹 나오면서 매트위에 벌렁 누워버렸다.
[엄마 미안해 내가 안]
"후....."
[탁]
문자를 엄마핸드폰에 보낼려다가 그냥 핸드폰을 닫아버렸다.
어차피 안 쓰는 핸드폰인데 보지도 않을거고.....
바보같은 아빠. 나를 몰라도 왜 이렇게 몰라.
[드르르르드르르]
아으으으....
눈을 뜨자 내 머리맡 맨바닥에서 열심히 돌고 있는 핸드폰이 보였다.
[순자엄마]
헉!!! 엄마구나!!
재빨리 전화를 받았다.
"어,엄마.......!!!"
"김순자. 너 3일후에 결혼이다. 이제 3일후면 신부가 될 사람이라고. 너 행실이 왜 그 래?"
..........서, 설마 어제?
"너 어제 시내에서 다 봤다, 이년아."
"그건 승태랑......."
"엄마랑 니 남편이랑 거기로 갈테니까 만나야겠다. 어디로 갈까?"
여, 여기로?!
아악-, 난 몰라!!
"니 묵는곳으로 간다. 알았냐? 딴 소리하지 말고. 엄마도 지쳤다. 지쳤어."
"그, 그럼 내 집말고...,"
[뚜.뚜.뚜.]
허탈하게 대화가 끝나버렸다.
멍한 눈으로 핸드폰을 직시하다 홱 던져버렸다.
"아아악!! 내가 엄마땜에 못 살어!! 그러다 갑자기 승태가 오기라도 하면! 그 땐!"
머릿 속이 빙빙 돌고 돌았다.
그 외국인 얼굴은 또 어떻게 본담.
온 볼이 후끈후끈 거렸다.
아..........그래그래!
난 재빨리 핸드백을 챙겨들고 그 곳으로 달려갔다.
첫댓글 으앙어떠케요순자주겄다
잼잇어욬ㅋㅋㅋㅋ담편원츄
재밌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