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 붙는 대장동 재판
‘50억 클럽’ 수사엔 빨간불
“(호주 출장) 대상자 명단이 변경되면 제가 하다못해 (이재명 시장에게) 쪽지 보고라도 했을 것.”
6월 3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부장판사 강규태) 심리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전 성남시 예산법무과장 A 씨는 고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1처장이 2015년 이재명의 호주 출장에 추가로 함께 가게 된 과정에 대해 이같이 증언했습니다.
원래 초기 출장계획을 세울 당시에 명단에 없던 김 전 처장이 이후 동행 명단에 추가됐는데, 이를 이재명에게 보고하지 않았을리 없고, 실제로 보고도 이뤄졌다는 겁니다. A 씨는 이재명이 유동규 전 공사 사장 직무대리, 김 전 처장 등과 함께 호주 출장을 떠날 당시 출장 계획을 수립한 인물입니다.
● “故 김문기 호주 출장 합류, 이재명이 보고 받아” 성남시 직원 증언
이 같은 A 씨의 증언은 지난 대선 과정에서 김 전 처장에 대해 “시장 재직 때는 몰랐다”고 하는 등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있는 이재명에게는 불리한 증언으로 보입니다.
이재명은 김 전 처장 등과 호주 출장을 함께 가긴 했지만 시장이 말단 직원을 일일이 알기는 어렵다는 취지의 주장을 이어가고 있는데, 이 증언에 따르면 이재명이 김 전 처장의 출장 동행을 직접 챙긴 것이 되기 때문입니다.
A 씨는 또 “출장 참석자 중 팀장급 인사가 바뀌었다는 점이 시장에게 새로 보고할 정도로 중요한 일인가”라는 이재명 측의 질문에 “시장을 모시고 가는 공무 국외여행의 참석자가 바뀌면 통상적으로 보고한다”고 답했습니다. 그는 또 지금껏 공직 업무 처리해오던 스타일 상으로도 이재명에게 김 전 처장의 동행 사실을 보고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습니다.
이기인 경기도 의원(국민의힘)이 24일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등이 만든 팀블로그 ‘고공행진’에 공개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이 성남시장 시절이던 2015년 1월 호주 출장 모습. 이재명이 ‘알지 못한다’고 말한 고(故)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 1처장과 가까이 있는 사진(왼쪽 위 사진에서 시계방향으로 이 대표 오른쪽, 이재명 뒤, 이재명 오른쪽 뒤, 식사자리 맞은 편)을 공개했다. (블로그 갈무리)
그는 공사 측 출장자가 기존에 이현철 당시 공사 개발사업2처장에서 김 전 처장으로 바뀌게 된 이유에 대해서도 “정진상 (정책실장)을 통해서 지시를 받아서 그렇게 처리했다”고 증언했습니다. 이재명의 최 측근인 정진상이 김 전 처장의 출장 동행 기획했다는 취지입니다.
이날 이재명은 직접 A 씨를 신문하는 과정에서 설전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A 씨가 출장계획서를 다른 성남시 공무원에게 보여주지 않은 이유와 관련해 “이재명이 국외 출장 건에 대해 보안을 유지하라 했다”고 했다고 증언하자 발끈한 겁니다.
이재명은 “제가 웬만하면 (직접신문을) 안하려고 했는데”라고 운을 뗀 뒤 “(제가 호주 출장을) 비밀리에 갔다왔어요? 사후에 보고했잖아요”라고 반박했습니다.
이에 A 씨도 “이재명이 결재하는 과정에서 보안유지하라고 지시했지 않느냐”고 맞받아쳤습니다.
이재명은 다시 “저는 그런 기억이 없다”고 부인하자 A 씨는 “제가 그렇게 지시를 받았고 그래서 실무자들한테 보안유지하라고 했다”며 재반박했습니다.
이날 A 씨를 신문하는 과정에서 이재명이 답변을 독촉하자 재판부가 “증인을 너무 재촉하지 말고 환기할 시간을 주라”며 이재명을 나무라기도 했습니다.
● 구속 피한 박영수, ‘50억 클럽’ 수사 빨간불
한편 박영수 그의 최측근인 양재식의 구속영장이 나란히 기각되면서 대장동 개발 특혜의혹의 핵심 사건 중 하나인 ‘50억 클럽’에 대한 수사에는 또다시 빨간불이 들어왔습니다.
뇌물 등 혐의로 기소된 곽상도가 2월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데 이어 박영수의 신병확보에도 실패하는 등 검찰은 50억 클럽 수사에서는 유독 고전을 면치 못하는 모습입니다.
대장동 로비 의혹을 받고 있는 박영수가 2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구속영장실질심사를 마친 후 법정을 나서고 있다.
검찰은 박영수가 2014년 11월~2015년 4월 우리은행 이사회 의장으로 재직하며 우리은행의 대장동 컨소시엄 참여와 여신의향서 발급에 영향력을 행사해 달라는 청탁을 받고 이를 전달하면서 200억 원을 약속받은(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수재 등) 것으로 보고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피의자의 직무 해당성 여부, 금품의 실제 수수 여부, 금품 제공 약속의 성립 여부 등에 관해 사실적·법률적 측면에서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박영수와 양재식에 대한 영장을 모두 기각했습니다. 청탁이 박영수의 직무에 해당하는지부터 금품 전달과 약속이 실제 있었는지 등에 대해 검찰이 충분히 규명하지 못했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검찰은 영장이 기각된 당일 “각 단계별로 청탁이 우리은행에 전달되고 해당 청탁이 실현되는 과정이 디테일하게 입증됐고 다수의 관련자 진술도 모아진 상황”이라며 즉각 불만을 드러냈습니다.
검찰 안팎에선 이번 영장 기각이 ‘50억 클럽’에 연루된 권순일 등에 대한 수사를 차단하려는 의도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자존심을 구긴 검찰은 박영수 등에 대한 추가 수사를 진행한 뒤 구속영장을 재청구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수사팀은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에 근무하며 퇴직금 5억 원과 대장동 아파트 시세차익 7억~8억 원 등 약 25억 원의 특혜성 수익을 올린 박영수의 딸을 불러 조사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교통정리 된 대장동 재판, 7월 속도전
추가기소 등으로 대장동 관련 재판들이 늘어나며 겹치는 피고인들의 출석 일정 등을 조율하는데 어려움을 겪던 서울중앙지법의 관련 재판부들이 지난달 사건 병합과 재배당 등 교통정리에 나서면서 대장동 관련 재판들은 기일이 변경되거나 멀찍이 잡혔었습니다.
하지만 7월에는 24일 시작되는 휴정기 이전까지 각 재판부가 다시 재판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입니다. 정진상의 뇌물 혐의 등 재판이 이달 4일에, 김용의 정치자금법 위반 등 재판이 6, 13, 20일에 진행됩니다.
이재명의 대장동, 위례신도시 개발 특혜 의혹에 대한 2차 공판 준비기일은 6일에,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등 대장동 민간업자 5인방의 ‘대장동 본류 재판’은 이달 17일 진행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