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2월 27일 서울 강남구 KH그룹 사무실. 이날 서울중앙지검 강력범죄수사부(부장 신준호)와 수원지검 형사6부(부장 김영남)는 알펜시아리조트 입찰 방해 의혹과 불법 대북송금 의혹 등으로 KH그룹 사무실 등 20여 곳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이 해외 도피중인 배상윤 (KH 그룹 회장)의 가족으로 수사망을 넓히며 배상윤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강력범죄수사부(부장 신준호)는 최근 배상윤의 두 번째 부인인 정모씨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내렸다.
정씨는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 후반까지 활동한 유명 힙합 그룹 출신이다. 한 법조인은 “검찰이 정씨에 대해 본격적인 내사에 착수했다는 의미”라고 풀이했다.
검찰은 정씨가 KH 그룹 경영에 관여하며 배상윤의 범행을 도운 것으로 의심한다. 배상윤은 평창 알펜시아 리조트 인수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650억원대 계열사 자금을 빼돌리고 4000억원대 손해를 끼친 혐의를 받는다.
또한 경제적 공동체로 평가되는 김성태(전 쌍방울 회장)와 함께 이재명 경기도의 불법 대북송금 의혹에도 연루돼 있다. KH 계열사들의 주가를 조작해 부당한 이득을 얻은 혐의도 있다.
검찰은 정씨가 배상윤이 머물던 베트남으로 건너가 리조트에서 휴양을 즐기며 요트를 타는 등 ‘황제 도피’를 거들며 최근까지 배상윤과의 접촉을 이어온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배상윤의 도피 기간 정씨는 우태규 KH 그룹 총괄부회장 등으로부터 생활비 1억원가량을 받은 것으로도 조사돼 있다.
김성태(왼쪽)와 배상윤. 경제적 공동체로 불리는 이들은 이재명 지사 시절 경기도의 불법 대북송금 혐의 등을 받고 있다.
검찰, 배상윤 피해자인 수노아파 호텔 난동 사건 39명 기소
한편에서 배상윤의 귀국을 압박하기 위한 카드를 늘려온 검찰은 배상윤을 상대로 폭력을 행사한 조직폭력배 수노아파 수사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이날(30일) 검찰은 ‘2020년 그랜드하얏트서울 난동사건’에 관여한 검찰은 12명을 포함해 총 39명의 수노아파 조직원을 기소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9명은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이날 발표에서 호텔 난동 사건의 성격을 ‘폭력조직 간의 이권 다툼’으로 규정했다.
배상윤은 조폭 신영광파 부두목 출신으로 1990년대까지 채권자의 사주를 받고 채무자를 납치·강도 하는 등의 강력범죄를 저지른 전력이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배상윤이 2019년 12월 사모펀드를 통해 그랜드하얏트서울을 6000억원가량에 인수하는 과정에서 수노아파 부두목 조직원 등 2명이 투자를 했다가 손실을 보자 손실금을 회수할 목적으로 호텔에 보낸 조직원 10명이 “60억원을 떼먹은 배상윤 나와라”고 소리치는 등 소동을 피운 것이 검찰이 밝힌 호텔 난동 사건의 전말이었다.
2020년 10월 조직폭력배 수노아파 조직원 10명이 그랜드하얏트서울에서 3박 4일간 난동을 부린 것으로 호텔 CCTV에 포착됐다. 서울중앙지검
이번 수사로 120명가량 규모의 수노아파는 사실상 와해했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수노아파는 1980년대 후반 전남 목포시에서 결성된 이후 1990년대 중반 서울로 진출했고 2000년대 들어 국내 10대(大) 조폭으로 성장했다.
유흥업소 운영과 철거 용역 등이 주된 사업 영역이다. 2009년에는 용삼 참사에 연루되기도 했다.
수사를 이끈 신 부장검사는 “수노아파를 포함한 전국의 주요 폭력조직들이 계파를 초월하여 온·오프라인 상에서 정기적으로 ‘또래 모임’이라고 불리는 회합을 하면서 연대를 강화하고 있는 실태도 확인했다”라고 말했다.
2022년 12월 한 식당에서 수노아파를 비롯한 전국 조직폭력배 모임이 진행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