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에 임박하기까지 선거구제 확정문제를 놓고 밀고 당기기를 거듭하는 정치권의 행태는 정말 한심하다. 매번 이러는 걸 보면 이젠 고질병이 된 것 같다. 선거구제는 각당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걸려 있어 쉽게 결론날 사안이 아니다. 경기가 시작되려 하는데 운동장을 확 바꾸고 경기규칙도 고치자고 주장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노무현 대통령이 어제 선거구제 개편을 골자로 한 정치개혁 입법 관련 서한을 국회에 전달했다. 중.대선거구제와 도농복합선거구제, 권역별 비례대표제 등 세 가지 방안 중 하나를 택해 달라는 내용이다. 이런 방안을 도입하면 특정지역에서 한 당이 싹쓸이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어 지역구도 완화에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선거를 코앞에 둔 시점에 받아들여질 것으로 생각해 제안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국회 의석 과반수를 가진 한나라당이 소선거구제를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니 대통령이 한나라당을 '지역주의에 편승한 정당'으로 몰아가려고 정치공세를 펴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바로 전날엔 열린우리당 김원기 공동의장이 盧대통령과 같은 주장을 했다. 청와대와 열린우리당이 사전조율한 결과다. 아무리 명분이 그럴듯하다 해도 盧대통령이나 열린우리당에 불리한 선거결과가 예상됐다면 이런 제안을 했을지 의문이다. 현 정당구도에서 중.대선거구제나 도농복합선거구제를 시행하면 한나라당 의석수는 상당히 줄어들 것이고,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면 인재풀이 많은 여권이 비교우위를 차지할 수 있을 것이란 계산을 하지 않았다고 장담할 수 있는가. "나는 명분과 이득을 챙길 테니 너는 손해를 보라"고 한다면 타협이 될 리 없다.
선거구제 문제는 예측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내년 4월 총선 직후부터 협의해 빨리 확정하는 게 바람직하다. 지금은 그런 정치공방보다는 정치자금 투명화와 관련한 정치개혁 입법이라도 서둘러 매듭지을 때다.
첫댓글 정치권은 항상 예측치못한 일들이 벌어지는 판이어서 무슨일이 일어날지 모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