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옥 '논어' 논쟁 서지문
서지문 고려대교수, 김용옥 논어 해석 비판
“공자는 없고 소인(小人)만 있다. 논어의 도(道)는 사라지고 기교와 말장난만 남았다.”
지난해 10월 시작된 KBS1TV ‘김용옥의 논어이야기’를 둘러싼 논란이 또다시 장안의 화제다. 도올 김용옥(金容沃)씨의 TV 강의에 대한 논란은 어제오늘 이야기가 아니지만 최근 한 대학교수의 강도 높은 비판이 이어지면서 김씨의 대응과 그 귀추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서지문교수
서교수는 “김씨는 공자마저 자기의 문하생이나 되는 듯 ‘공자가 나한테 점수 땄어’라고 말했는데 이런 사람이 소인이 아니면 누구를 소인이라고 하겠는가”라고 밝혔다.
▲徐씨 "강의속 비속어 남발"
서교수는 “김씨는 공자가 제시했던 군자상의 지극한 아름다움을 한번도 느껴보지 못한 사람”이라고 말한 뒤 “중년을 넘긴 어른이 비속어를 남발하는 것은 젊은이들에게 재롱을 떠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포화를 퍼부었다.
김씨는 이날 밤 방송된 TV 강의에서 “나에 대한 여러 비판이 있는데 9단이 9급하고 바둑을 둘 수 있느냐”고 말해 세간의 비판을 일축했다. 그러나 이날 강의는 서지문교수의 칼럼이 나가기 며칠 전 녹화된 것이어서 서씨의 글과 직접 관련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서교수는 이에 대해 12일 다른 일간지에 김씨를 비판하는 글을 발표했다. 서교수는 이 글에서 “김씨가 정말 동양학 9단이라면 그런 표현을 쓰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동양의 대사상가들은 그런 식으로 자기를 높이는 인간을 가장 배우지 못한 인간으로 치기 때문”이라고 공격했다.
서교수는 이 같은 글을 발표한데 대해 “김씨의 강의를 보면서 문제가 많다는 것을 느꼈고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서교수는 “이 칼럼이 나간 뒤 ‘속 시원하다, 고맙다’는 전화를 많이 받았다”고 밝혔다.
김용옥씨
김씨는 13일 저녁 서울 여의도 KBS 스튜디오에서 이번주 금요일 방영될 TV강의의 녹화를 끝낸 뒤 기자와 만나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金씨 "내강의 인정받아"
그는 “서지문 교수의 글은 알지 못한다”면서 “내 강의에 대한 비판에 대해서는 ‘9단이 9급에게 무슨 말을 하겠느냐’는 말밖에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김씨는 또 “나의 논어에 대한 해석은 학문적으로 가장 올바른 해석이라고 자부한다”고 말하면서 “내 강의 내용은 유교의 본산인 성균관대 교수들도 인정하고 있으며 내 강의로 인해 유교문화를 다시 세울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들 말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비판에 대한 반박은 이번 TV강의가 완전히 종료된 뒤로 미루겠다”고 말했다.
한편 김씨는 김우중(金宇中)전 대우그룹 회장과 함께 아프리카를 여행하면서 나눈 이야기를 담은 책 ‘대화’(통나무출판사·1991년 출간)에서 김 전 회장을 가리켜 “한국기업사에서 새로운 전기를 이룩한 성인(聖人)”이라고 평가한 적이 있다. 이 책은 대우의 몰락에 이어 최근 김 전 회장의 비자금 사건이 불거지면서 또다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이경숙씨(42)가 ‘노자를 웃긴 남자’(자인출판사 출간)라는 책을 통해 김씨의 지난번 EBS 노자강의를 “엉터리 삼류 개그쇼”라고 비판하는 등 김씨의 TV강의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이광표기자>kplee@donga.com
▣부록:용어해설
비자금(秘資金)
무역과 계약 등의 거래에서 관례적으로 발생하는 리베이트(사례금)와 커미션, 그리고 회계처리의 조작으로 인해 생겨난 부정한 돈을 세금추적이 불가능하도록 특별관리해 둔 자금을 통틀어 말한다.
이 용어가 등장한 것은 1987년 4월 범양상선(汎洋商船)의 불법외화유출사건에 대한 국세청의 발표에서였다.
비밀 적립금이라고도 불리는 비자금은 공식적인 기업의 재무제표 감사에서도 쉽사리 드러나지 않는다.
비자금은 기업에서는 공공연한 비밀로 되고 있다.
외형누락과 순이익 조작 등으로 탈세 및 외화유출을 행하는 업체가 많다는 것.
외국기업도 마찬가지인데 영어로는 `침전된 자금(watered stock)'이라 한다.
정치자금도 이 항목에서 지출되며, 보통 `B'표시의 메모지를 통해 회사경리에서 타낸다
(자료:동아일보.2001.02.14,수요일,제24747,A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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