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여야 대선주자 할 것 없이 부동산 가격 안정화 및 주택공급 정책으로 "토지임대부 주택"을 내세우고 있죠?
최근 SH공사 사장으로 지목된 김헌동 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부동산건설개혁본부장도 제2의 대장동 사건을 막기 위해서는 "토지임대부 주택"이 해법이라고 말합니다.
그렇다면 토지임대부 주택이 무엇인지, 토지임대부 주택이 진짜 무주택자들의 내 집 마련 희망이자 주택가격 안정의 대안이 될 수 있는지 알아봅시다.
1. 토지임대부 주택이 뭔데?
아파트의 구성요소는 크게 "토지(대지)"와 "건축물(아파트 건물)" 2가지로 나눠집니다.
여기서 "토지"는 국가 또는 지자체가 소유하고, 토지 위에 세워진 "건물"만 분양하는 방식의 주택을 "토지임대부 주택"이라고 말합니다.
아파트 분양가는 "대지비"와 "건축비"의 합에 기타 요소들을 감안하여 책정되는데, 여기서 대지비가 제외되기에 상대적으로 온전한 아파트에 비해서 저렴하게 분양받을 수 있지만, 수분양자는 대지에 대한 임차료를 매월 내야 합니다. 사실상 국가나 지자체를 임대인으로 한 유사임대 아파트죠.
2. 우리나라에 토지임대부 주택이 있어?
네, 우리나라에도 이미 토지임대부 주택이 있습니다. 나머지는 뒤에서 썰 풀어야 하니까 일단 2000년 이후에 공급된 단지들만 말씀드려 볼께요.
2000년 이후 LH공사 주도로 2007년 군포 부곡지구, 2011년 LH서초5단지(우면동), 2012년 LH강남브리즈힐(자곡동) 총 3개 단지가 공급되었습니다.
이 중 군포 부곡지구는 입지도 안 좋은데다가 분양 후 20년간 전매가 금지되고, 매매조차도 LH공사에만 가능하도록 분양조건이 나와 총 804가구 중에 미계약 물량이 743가구나 나왔던 토지임대부 주택의 대표적인 실패 사례입니다. (LH공사는 미계약 물량을 해결하지 못해 결국 일반 공공분양으로 전환하고 나서야 미계약 물량을 해결 할 수 있었죠)
그렇다면 다른 강남3구에 공급된 LH서초5단지, LH강남브리즈힐은 어떻게 됐냐구요?
존재하지 않는 이미지입니다.
1억 4천 470만원 가량에 분양됐던 LH서초5단지 전용 59m2는 올해 최고 13억 2,500만원에 거래되면서 10배 가깝게 올랐고, 2억 2천 200만원 가량에 분양됐던 LH강남브리즈힐 전용 84m2은 현재 매물이 14억 5000만원~15억 5000만원 사이에 올라와있습니다. 역시나 주택가격을 안정화시킨다는 목적은 달성하지 못하고 수분양권자들의 분양이익 독식으로 역시나 토지임대부 주택은 실패로 돌아갔습니다.
입지 좋은 곳은 로또가 되서, 입지가 나쁜 곳은 미분양이 되서 토지임대부 주택은 약 10년간 정부에서 사장된 정책이 됩니다.
3. 이번에 나오는 환매조건부 토지임대부 주택은 뭔데?
시장의 쓴 맛을 본 높으신 양반들께서는, 토지임대부 주택 수분양자들의 불로소득을 막겠다며 2020년 12월 9일 토지임대부 주택 환매의무화를 담은 주택법 개정안을 본회의 통과시킵니다. 앞으로 공급되는 모든 토지임대부 주택은 "환매조건부"로만 공급됩니다!
환매조건부란 말 그대로 아파트를 매도할 때 국가나 LH공사에만 팔아야 한다는 겁니다.
그럼 얼마에? 시세는 개나 주고 공급원가에 일부 이자비용 정도를 얹은 수준으로 팔아야 합니다. 애시당초에 주택가격 안정만 생각하고 만든 주택정책이니 당연히 시세대로 쳐 줄 생각은 없다고 봐야겠죠?
4. 반 값에 분양하면 좋은거 아냐?
수분양자 입장에서 토지임대부 주택은 여러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첫째, 입주민 입장에서 가장 먼저 살에 와닿는 것은 매월 "토지 임차료"를 내야 한다는 겁니다.
2011년 서초구에서 토지임대부로 공급한 '서초LH5단지'는 전용 84㎡의 분양가가 2억460만원, 토지임대료는 매월 45만2000원에 달했습니다.
분양가는 당시 시세의 3분의1 정도였지만 매년 내야 하는 임대료는 542만4000원(임대료 상승분 미적용 시) 수준이고, 토지 임대료를 절반으로 줄이려면 별도로 보증금 3300만원을 납부해야 합니다. 사실상의 월세죠.
둘째, 팔 때는 피눈물 흘리면서 헐 값에 정부에 팔아야 합니다. (감가상각은 덤이야!)
위에서 설명드렸다시피 2020년 12월 9일 주택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이제부터 공급되는 토지임대부 주택들은 전부 "환매조건부"가 의무입니다. 위에서 애시당초에 정부는 시세대로 되사줄 생각이 없다는건 설명드렸죠?
이게 끝인줄 알았죠? 응 아니야~
건축물에 대한 소유권만 있는 반 쪽자리 아파트인만큼 수분양자의 자산가치는 감가상각"만" 두드려 맞습니다. 토지소유권이 없이 철근콘크리트조 덩어리만 소유하므로 장기적인 자산가치는 사실상 없다고 봐야합니다.
법인세법 시행규칙에 따른 철근콘크리트조 아파트의 내용연수는 하한 30년~상한 50년을 평균내서 통상 40년으로 봅니다. 도정법상 규정된 재건축 연한은 30년이죠. 사실상 40년이 지나면 건물로써의 자산가치는 "제로(0)"라고 봐야합니다.
그렇다면 정부가 아파트의 감가상각에 따른 수분양자의 손해를 보전해 줄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아직 어떤 대책이나 보상방안도 명시적으로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토지임차료+감가상각비+건축물에 대한 재산세까지 감안하면 사실상 월세살이보다 못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으신가요?
셋째, 리모델링이나 재건축은 꿈도 꾸지 마십쇼
아까 위에서 2000년 이후에 공급된 토지임대부 주택을 설명해드리면서, 나머지는 아껴놨다가 썰 풀어드린다고 말씀드렸죠?
사실 저 3개 단지가 우리나라 최초의 토지임대부 주택은 아닙니다. 잠깐 서울대학교의 슬로건을 패러디해보겠습니다.
존재하지 않는 이미지입니다.
"누가 토지임대부 주택의 미래를 묻거든 고개를 들어 중산시범 아파트를 보게 하라"
용산구 이촌동에 위치한 중산시범 아파트는 1970년대에 지어진 우리나라의 가장 오래된 "토지임대부 주택"입니다. 무려 준공한지 50년이 넘었죠.
이미 25년전 용산구청에서 재난안전진단 D등급을 받은 이 아파트는 아직도 재건축을 못하고 있습니다.
중산시범의 건물 부지는 서울시, 건물 사이의 도로 용지는 용산구청 소유라 재건축을 하고 싶어도 서울시와 용산구청으로부터 땅을 매입하는 게 우선이라 무너지기 직전인데도 재건축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거든요.
서울시와 용산구청이 매각을 안하겠다고 했냐면 그것도 아닙니다. 서울시가 각 동에서 75% 이상의 토지 매입 동의율을 확보해오면 해당 부지의 매각을 심의위원회에 상정해주겠다고 했지만 동의율을 확보하더라도 다음 절차로 넘어가는게 쉽지 않습니자.
만약에 서울시나 용산구청이 해당 토지를 "공시지가"로 매각하겠다고 하면 해당 아파트는 투기꾼들의 놀이터가 되거나 특혜매각 논란에 시달릴 것이고,
"시세"대로 매각하겠다고 하면 아파트 소유주들의 재원 마련이 쉽지 않아(용산구 한강변 토지의 시세면 말 안해도 어느정도 가격인지 감이 오시죠?) 매입동의는 물건너 갈 수 밖에 없거든요.
이런 이유로 중산시범아파트 재건축추진위는 2004년에 승인됐지만 17년이 넘는 세월 동안 이후의 재건축 절차를 밟지 못하고 지역의 흉물로 남고, 소유주분들은 소유주분들대로 몸고생과 마음고생을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넷째, 반 쪽짜리 주택이여도 분양은 분양이라 "청약통장"도 "무주택기간"도 함께 날아갑니다.
사실상 토지임대부주택이 싸게 "내 집 마련" 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하고 계시는 분들한테는 가장 치명적인 부분이죠.
사실상 콘크리트 덩어리만 분양이지만 "분양"은 분양이라서 당첨되면 청약통장이 날아가는 것도 똑같고, 동시에 무주택자 지위를 잃어버려 무주택기간도 날아갑니다.
이걸 내 집 마련이라고 할 수가 있나요?
이게 지금 정치인들과 서울시가 떠들고 있는 토지임대부 주택의 실체입니다.
정치인이 아닌 전문가들은 뭐라고 하는지 알아볼까요?
홍익대 윤주선 건축도시대학원 교수는 "특히 사회주의 정부인 '중국'에서도 토지임대부 정책은 실험을 거듭하다 결국 실패했으며 토지임대부 주택은 토지 가격과 주택 시장을 안정화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인터뷰 한 바 있고,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도 "주택 수요자 입장에서도 주택 보유·매매 수익을 나누다 보니 장기간 보유할 메리트가 부족하다"고 말했죠.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토지임대부 주택의 경우 감가상각이 되는 데다 향후 집값이 떨어지면 이런 정책 상품의 가격이 가장 먼저 떨어지기 때문에 자산 증식 면에서 메리트가 부족하며, 향후 재건축 단계가 됐을 때 후세대가 짊어져야 하는 부담이 크고 분쟁의 소지도 많기 때문에 이런 부분들을 제도적으로 보완·개선해주지 않는다면 주택시장 안정 효과는 미미할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강남, 서초 토지임대부 주택의 경우 머지 않아 재건축 얘기가 나오고, 사업이 삐걱 거리면 누구도 이 문제에 대해 책임지지 않으려 할 것”이라고 향후 미래에 대해 우려스러운 전망을 내놓았죠.
마지막으로 서울시 도시행정 최고 권위자이자, 다년간 도시행정 실무를 두루 경험해보신 오세훈 시장님의 시장 후보시절 인터뷰로 이 글의 끝을 화려하게 장식해보고자 합니다^^
으잉?!
지금 토지임대부주택을 추진하고 계시는 오세훈 시장님이 불과 1년 전에 토지임대부주택을 "헛공약"이라고 말씀하셨네요?
혹시 그 때 오세훈씨와 지금 서울시장인 오세훈씨가 동명이인인가요?
국민들은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게 해달랬더니, 이 나라 정치인들과 공무원들은 공산주의 국가인 중국에서도 실패한 토지임대부 주택을 들고 나와서 국민들에게 "월세살이"를 강요하고 있습니다.
시민들의 내 집 마련 꿈을 악용한 포퓰리즘, 현재 세대의 문제를 미래 세대에게 떠 넘기는 무책임한 정치의 결과물, 공산주의 국가인 중국조차 포기한 주택공급방식, 이게 토지임대부 주택의 실체적 진실입니다.
[출 처] 브동산 스터디 : 송파 원주민님의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