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승이 10대이던 시골 초등학교 4학년경
여섯 누나 중에서 부산 살던 네째 누나가 세상을 떴다는 전보를 받아든 시골 소년.
불행히도 누나 얼굴을 한번도 본 적이 없어서일까.
설움같은 것이 북받혀 올라선지
뜨거운 눈물이 소년의 두뺨을 타고 내렸다.
누나는 평생 거울 앞에 돌아온 그리운 얼굴로
소년의 마음에 국화꽃 향기로 짙게 남아 있는 것이다.
미당 선생이 지어낸
섣달 그믐 밤 하늘엔
푸른 겨울 하늘의
삼엄한 기상이 서린다.
동천(冬天 )
서정주 [ 徐廷柱 (1915 ~ 2000) ]
내 마음 속 우리 임의 고운 눈썹을
즈믄 밤의 꿈으로 맑게 씻어서
하늘에다 옮기어 심어 놨더니
동지 섣달 나르는 매서운 새가
그걸 알고 시늉하며 비끼어 가네.
-<현대문학>(1966) 발표, 1968년 시집 <동천>의 표제시이다.
"이 작품은 한 여대생 제자를 짝사랑하는 마음으로 창작했다고 한다." - 한국민족문화대백과
겨울 하늘의 투명하고 삽상한 공간에 시의 화자는 자신이 사랑하는 님의 눈썹을 천(千)날 밤의 꿈으로 씻어서 걸어 놓았다고 진술한다. 그랬더니 추운 겨울밤을 나는 새도 자신의 지극한 정성을 알아보았는지 그 눈썹의 모양과 비슷한 모습으로 피해가더라는 것이다.
미당(未堂)은 1915년 5월 18일 전북 고창군 부안면 선운리 진마마을에서 태어났다.
어릴 때 한학을 배우고 중앙불교 전문강원 수학 뒤 1936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벽'이 당선되어 문단에 등단했다.
김광균, 김달진, 김동리 등과 함께 동인지 '시인부락'을 주재하면서 본격적인 작품 활동을 했다.
그는 악마적이며 원색적인 시풍으로 문단의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토속적인 분위기가 배경인 요악한 그의 작품 경향은 한국시사에서 일찍이 보지 못한 시의 아름다움에 대한 확대 재발견을 도모하고 있다.
시집 '귀촉도'는 초기의 악마주의적 생리에서 벗어나서 동양적인 사상으로 접근하여 영겁의 생명을 추구하는 '인생파"시인으로 면목이 일신되어 심화된 정서와 세련된 시풍으로 민족적 정조와 선율을 읊어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시집으로는 '화사집(1941)', '신라초(1960)', '질마재 신화(1975)' 등이 있다.
<전북 고창군 아산면 선운사가는 길 서정주 시비, 시제는 '선운사 동구에서'>
禪雲寺 洞口
* 선운사 동구에서 /서정주
선운사 골째기로
선운사 동백꽃을 보러 갔더니
동백꽃은 아직 일러 피지 안 했고
막걸릿집 여자의 육자배기 가락에
작년 것만 상기도 남었읍디다
그것도 목이 쉬어 남었읍디다
첫댓글 테너 엄정행님의 목소리를오랫만에 들으니
반갑네요
서정주 시인의 시를 읽으며
지금 시와는 차원이 다른 느낌을
받네요
오늘도 좋은 정보를 주셔서
고맙습니다
미당 시인의 언어 다룸은
참으로 연금술사 다운
신묘한 재주와 아름다운 멋이 있습니다.
어쩐지 작금 아이들은
언어유희를 하는듯 , 말장난을 하는듯...
코멘트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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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국 정신대를 피하여
아버지도 출국하고 없는 때
결혼식도 없이 야밤중 시집보내졌다는 가련한 ....
한번 출가외인은 남의 집 사람인데다
교통이 비행기 타기보다 어려웠던 시절이니
안타깝고 설운 가난의 시절 사정은 그 뿐이 아니었을 것입니다.
좋아요님
이것은 노래로 듣기보담
제 시낭송이 더 좋아요.ㅋ
국화 옆에서
한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하여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
한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하여
천둥은 먹구름속에서
또 그렇게 울었나보다.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
머언 먼 젊음의 뒤안길에서
이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선
내 누님같이 생긴 꽃이여
노오란 네 꽃잎이 피려고
간밤엔 무서리가 저리 내리고 내게는 잠도 오지 않았나 보다.
수우님 읊조리시는 애조띈 詩律~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
머언 먼 젊음의 뒤안길에서
이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선
내 누님같이 생긴 꽃이여................
고맙습니다.
ㅠ 어인 일로 누나 얼굴을 10살이 넘도록 못 봤나요?
게다가 부고 소식??
아 슬퍼라~~
시대가 시절이
그러했던 것처럼
죄다 운명이려니....
한은 소년이 늙어 죽을 때 까지
가슴속 푸른 멍으로
남아 있으리...
기복과 부침이 많았던 금년도
참으로 많은 노고가 많았습니다
다사다난했던 한해라고들 하죠.
감사합니다.
누나와
나이 차이도 많은데
결혼후 얼굴도 못 보고?
사망소식을 들었으니
소년의 어린 마음이 어떨까
잠시 생각해 봅니다..ㅠㅠ
그 옛날은
먼길 시집가면
말 그대로 출가외인이 되었던 거 같아요.
겨울의 찬 하늘과 바다는 아주 맑고 짙푸른 색으로 다른때와 다릅니다.
그 맑은 하늘에 누님의 얼굴 그려보며 애통해 하였을 소년 윤ㅎㄱ....
이제는 모두 창공에 고이 접어 임인년과 함께 고이 보내소서...
내일이면 새해라고 하니, 새로운 희망으로 활력을 되 찿으시기 바랍니다. 금년 한해 수고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몇시간 후면 2023년.
새해는 우리 들샘님의 해가 되시길요.
더욱 건강하시고
삶이 즐겁고 행복하시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