딴섬에서 삼랑진으로
삼월 중순 목요일은 이웃에 사는 문우들과 봄바람을 쐬러 길을 나섰다. 지난 이월 하순 내가 용추계곡으로 들어 노루귀꽃을 완상하고 나왔더니 이분들이 동행을 요청해 같이 한 번 더 가서 탐방했다. 이후 그날 동참했던 넷은 김해 진례로 나가 분청도자박물관을 둘러 평지 저수지 둘레길을 걷고 쑥을 캐왔다. 번개 만남의 이런 묘미에 한 문우와 다시 얼굴을 보자는 연락이 오갔다.
날이 밝아온 아침 학창 시절 소풍 가는 기분으로 옛 도지사 관사 앞에서 만나 나는 뒷좌석에 합석해 도청에서 창원대학을 뒤를 넘어가는 정병산 터널을 통과했다. 이분들은 으레 나에게 행선지를 위임해 이동 중 어디가 좋을지 떠오른 선택지를 제시했다. 동읍의 주남저수지와 본포 강가는 너무 근접 거리라 조금 더 외곽인 삼랑진 근처로 나가보십사고 했더니 흔쾌히 동의해주었다.
1차 목적지는 화포천이 낙동강 본류로 합류하는 배수장을 지난 김해 생림의 딴섬생태공원으로 정했다. 그곳 가는 도로 사정이 여의치 못해 진영에서부터 구불구불한 공장 지대 길을 지났다. 노 대통령 생가로 가는 본산리에서 한림 들판으로 나가 시산리에서 신촌을 지나니 화포천이 낙동강으로 드는 배수장이 나와 차를 세워두고 갯버들이 연두색 잎이 물드는 강변 풍광을 바라봤다.
한림 모정마을에서 마사로 가는 고개를 넘어 예전 경전선 폐선 철길이 자전거길로 바뀐 생태터널 주차장에 차를 멈추었다. 창원에서도 소답동의 예전 경전선 신풍터널을 산책로로 바꾸어 놓았듯 김해에서도 폐선 철로 터널을 자전거길과 보도로 단장해 놓았더랬다. 우리는 마사마을에서 아까 고갯길로 넘어온 모정까지를 직선으로 단숨에 걸어 왕복하고 들판 건너편 딴섬공원으로 갔다.
삼랑진의 지명에서 세 갈래 물길임이 판별되는 김해 생림 딴섬 일대였다. 낙동강 본류는 한림 술뫼를 거쳐와 뒷기미를 빠져나온 밀양강이 합수하는 곳이다. 거기는 지금은 낙동강 하굿둑으로 다대포 조수가 가로막혀 밀려오질 않는다만 예전에는 만조의 바닷물은 삼랑진 부근까지 밀려와 영향을 뻗친 곳이다. 마사마을 앞 강둑은 생태공원이 조성되고 둔치는 드론 연습장으로 활용했다.
우리는 생태공원 정자에 올라 각자 가져간 간식을 펼쳐 들면서 야외로 나온 소회와 함께 소소한 일상을 화제로 담소를 나누었다. 일행들과 어떡하던 하루를 종일 함께 보내야 해서 아침나절은 청정 지역에서 부여된 과제부터 수행하도록 했다. 우리는 농가에서 한참 떨어졌고 자동차 매연과 농약 오염으로부터도 자유로운 강변의 둔치를 거닐면서 때로는 허리를 굽혀 쑥을 캐 모았다.
낙동강에 가로질러 놓인 경전선 철길 교각으로는 간간이 열차가 통과했다. 강변의 갯버들은 연초록 새잎이 돋아나 싱그러웠다. 산책로를 따라 걸으며 검불에 보이는 쑥을 캐면서 제방으로 올라 본격적으로 쑥 캐기에 몰입 집중해 봉지를 얼마간 채웠다. 점심때가 다가와 차를 몰아 삼랑진으로 건너가 송지 장터와 역전을 지나 만어사로 가는 길목인 우곡리 삼거리 국숫집으로 갔다.
토속 분위기가 나는 간이식당에서 아침나절 쑥을 캔 노동에 상응하는 국수와 반주를 곁들였다. 점심 식후 오후 일과는 삼랑진 사찰 순례와 고적 답사 일정이었다. 식당을 나와 진달래가 물드는 산비탈 길을 따라 만어사로 올라 신비한 만어 종석을 두드려보고 미륵전 바위 부처도 살펴봤다. 절에서 바라보인 강과 머리 조아려 다가오는 산들은 낙조가 아름다울 듯했으나 때가 일렀다.
일행은 골짜기를 달리하는 삼랑진 양수발전소 안태호에서 금오산 기슭 행곡으로 향했다. 30여 년 전 창건한 여여정사는 한글로 된 주련이 독특했다. 불로전 동굴 법당의 규모와 엄숙함에 두 손을 모으고 나왔다. 귀로에 임진왜란 당시 밀양 관문에서 치열한 교전을 치른 작원관과 낙동강 물길을 바라보고 창원으로 돌아와 도청 후문 한 식당에서 짜글이를 시켜 저녁을 들고 일어났다. 23.03.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