彈風(탄풍), 朴風(박풍), 老風(노풍) 등 각종 바람에 의해 지지율이 오락가락하고, 「巨野(거야) 부활론」과 「巨與(거여) 견제론」이 맞서면서 서로 「지고 있다」는 엄살만 난무했던 17代 총선에서 결국 열린우리당(이하 열린당)이 과반수를 약간 넘는 의석으로 원내 제1당으로 올라섰다. 한때 50여 석이란 초라한 의석 수에 그칠 것으로 보이던 한나라당은 개헌저지선 이상을 확보하는 데 만족했다.
이번 총선은 「롤러코스트 票心(표심)」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지지율이 선거기간 내내 심하게 요동쳤다.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던 4월2일까지만 해도 이번 선거는 탄핵 逆風(역풍)으로 인해 열린당의 손쉬운 압승이 예상됐다. 그때까지 각 언론사의 여론조사 결과를 종합하면 열린당은 비례대표를 포함해서 200석을 훌쩍 넘기는 반면, 한나라당은 60~70석에 그칠 것으로 보였다.
공식 선거전 돌입으로 여론조사의 공표가 금지되기 직전인 3월30일에 실시한 갤럽조사에서는 盧武鉉(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 가결 이후 급등했던 열린당의 지지율 高空 행진에 제동이 걸린 것이 확인됐다. 반면 朴槿惠(박근혜) 대표 선출 이후 한나라당의 지지율은 바닥을 치고 반등하는 기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때 정당 지지도는 열린당(42.4%)과 한나라당(18.4%) 차이가 24%포인트로 탄핵 직후인 3월17일 갤럽조사의 31%포인트 차이보다 많이 줄어들었다.
공식 선거전에 돌입하기 하루 전인 4월 1일. 열린당 鄭東泳(정동영) 의장의 「노인폄하 발언」이란 변수가 돌출했다. 鄭의장의 『60~70代는 투표 안 해도 괜찮다.집에서 쉬셔도 된다』는 발언에 대해 「세대갈등을 부추겼다」는 비난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탄핵 역풍이 가라앉으면서 兩黨의 지지율이 좁혀지던 시점에 터진 鄭의장의 돌출 발언은 결과적으로 지지율 격차를 더욱 줄이는 촉매제 역할을 했다는 것이 여론조사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이날 한나라당 朴槿惠 대표는 전통적인 텃밭인 대구와 부산을 잇달아 방문, 시민들의 뜨거운 환영을 받았다. 朴대표의 선출 이후 결속조짐을 보이는 TK(대구·경북)의 지지를 확고하게 다지면서, 흔들리는 PK(부산·경남) 민심을 다잡기 위한 강행군이었다.
4월3일. 鄭東泳 의장은 부산으로 내려가 범어사와 양로원 등을 잇달아 방문하고 자신의 발언에 대해 또다시 사죄했다. 한나라당 朴槿惠 대표는 영남권 유세로 일기 시작한 「朴風」을 총선 최대의 승부처인 수도권에 몰아오기 위해 주말 이틀 동안 수도권 공략에 나섰다.
한편, 민주당 秋美愛(추미애) 선대위원장은 光州(광주)에서 사죄의 三步一拜(삼보일배)를 하는 것으로 선거운동을 시작했다. 秋위원장은 5일까지 2박 3일 동안 전남도청 앞에서 5·18 국립묘지까지 약 13km를 三步一拜로 행진할 것이라고 민주당은 말했다. 이에 대한 반응은 「동정론」과 「정치적 쇼」로 엇갈렸다.
선거전 사흘째인 4월4일. 영남권의 「朴槿惠 효과」와 鄭東泳 의장의 「노인폄하」 발언 파문 등으로 총선 판도가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兩黨은 수도권과 PK(부산·경남) 지역이 최대 접전지역이라고 판단, 전략 재조정에 나섰다.
당시 미디어리서치, TN소프레스 등 여론조사 기관들은 『대구·경북에서는 이미 한나라당 지지율이 상당히 올라간 상태이며, 부산·경남도 변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수도권을 비롯해 전국적인 정당 지지도는 그다지 변하지 않았다』며 여전히 열린당이 전국적으로 강세를 보인다면서 朴風의 수도권 상승이 언제쯤일지 촉각을 세웠다.
4월5일. 鄭東泳 의장은 「老風」 이후의 수세에서 공세로 선거전략을 전면 전환했다. 한나라당 朴槿惠 대표에게 총선 후 「탄핵안 철회」를 요구하며 이를 위한 兩黨 대표회담을 제안했다. 朴槿惠 대표는 자신에 대한 열린당의 공격과 鄭東泳 의장의 대표 회담 제의 등에 일절 응하지 않은 채 지역행군을 계속했다. 朴대표는 강원지역에 가서 2014년 동계올림픽의 강원유치를 공약으로 내거는 등 각 지역별로 특화된 이슈를 제기하기 시작했다.
4월6일. 중앙일보가 자체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선거전 돌입 이후 열린당 지지율은 정체인 반면, 한나라당 지지율은 8%포인트 상승했다. 「朴槿惠 효과」가 가장 먼저 나타나기 시작한 영남부터 한나라당이 1위를 탈환하는 지역구가 늘어났다.
한국갤럽이 부산진甲과 해운대 기장乙 등 부산의 일부 지역구에 대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서는 열린당 후보에게 뒤지고 있던 한나라당 후보들이 선거전 돌입 이후 모두 역전을 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전날 三步一拜를 마친 민주당 秋美愛 선대위원장은 광주와 전주를 돌며 호남 바람몰이를 시도하면서 「민주당이 DJ 계승 정당」임을 집중 홍보했다.
4월7일. 리서치&리서치의 정당 지지도 여론조사에서 열린당 42.7%, 한나라당 23.7%, 민주노동당(이하 민노당) 10.6%, 민주당 5.3%, 자민련 1.9% 등이었다. 탄핵 직후 50%를 상회했던 열린당의 지지율이 40%대 초반까지 낮아졌지만, 여전히 한나라당과는 20%포인트 격차를 유지하고 있었다. 민주당은 秋美愛 선대위원장의 三步一拜에도 불구하고 도무지 지지율 상승의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반면, 10%를 상회하는 민노당의 상승추세는 여론조사 전문가들까지 놀랄 정도였다. 그러나 각 정당과 선거 전문가들은 열린당의 「과반수 이상 의석 확보」에 대해서는 의문을 달지 않는 상황이다. 한나라당이 회복세를 보이고는 있지만, 기존의 격차가 워낙 컸기 때문이다.
일주일 만에 한나라당 가파른 상승세
선거전 돌입 일주일째를 맞은 4월8일. 전국 20여 곳의 접전지를 대상으로 실시한 갤럽조사 결과, 한나라당의 가파른 상승세가 확인됐다. 대구 동구甲에서 한나라당 주성영 후보는 선거기간 전에는 4%포인트 뒤지던 열린당 이강철 후보를 9%포인트 차이로 역전시켰다. 인천 남동甲의 한나라당 이윤성 후보도 7%포인트 뒤지다가 열린당 이강일 후보를 6%포인트 차이로 추월했다.
한나라당 자체 조사결과에서는 지지율이 낮았던 양천乙, 노원乙, 분당甲 등에서 수도권에서 오차범위 내의 치열한 접전지역이 많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열린당 측은 『선거전 직전까지 여론조사에 의하면 우리가 수도권 싹쓸이를 해야 하는데, 이제는 30석까지 잃을 각오를 해야 한다』는 신중론을 제기했다.
4월9일. 코리아리서치 조사에서도 열린당의 하락세와 민노당의 약진이 드러났다. 열린당은 30%대 후반, 한나라당은 20%대 중반, 민노당은 무려 15%였다. 이때부터 여론조사기관들 사이에는 열린당이 과반수에 미달할 수 있다는 의견이 조심스럽게 나오기 시작했다. 반면, 한나라당은 100석 이상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전망이 점점 현실화되고 있었다.
총선을 앞둔 마지막 주말인 4월10일. 朝鮮日報와 한국갤럽 조사에서도 열린당은 37.1%, 한나라당은 24%로 3월 중순 조사에 비해 兩黨의 차이는 31%포인트에서 13%포인트로 크게 줄었다. 당시 민노당의 비례대표 정당 지지율(13.1%)은 처음으로 10% 이상을 기록하면서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포함해 10석 이상 차지할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됐다. 민주당은 지지율이 5% 정도에 멈춰 있었다.
한국갤럽의 서울·호남 20곳 여론조사 결과, 서울은 많은 지역에서 접전 양상인 것으로 나타났고, 호남 일부지역에서는 민주당 후보의 선두인 열린당 후보에 대한 추격이 만만치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코리아리서치의 영남지역 20곳 조사에서는 5∼6곳을 제외하고 영남 68개 지역구의 대부분이 한나라당이 승리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일보가 경기·인천 및 충청·강원 20곳을 대상으로 한 자체 여론조사에서도 한나라당 후보들의 지지도 상승이 확인됐다.
4월11일. 선거전이 중반을 넘어서면서 판세가 조금씩 윤곽을 드러냈다. 한나라당은 69곳, 열린당은 122곳에서 우세를 확신했다.
빌고, 굶고, 머리깎는 이상한 선거운동
동아일보와 코리아리서치의 여론조사에서 한나라당 지지도는 열흘 만에 20.8%에서 27.3%로 올라갔고, 열린당은 44.4%에서 34.1%로 낮아졌다. 兩黨의 차이는 7%포인트로 크게 좁혀진 셈이다. 경향신문과 ANR의 여론조사에서 정당 지지율은 열린당(32%)과 한나라당(22%) 지지율이 10%포인트 차로 좁혀졌다. 약 열흘 전 조사에 비해 한나라당은 8.3%포인트 상승, 열린당은 2.6%포인트 하락했다. 특히 투표결과의 바로미터로 주목받는 40代 지지율에서 한나라당(25.7%)과 열린당(27%)은 거의 근접했다.
선거를 사흘 앞둔 4월12일. 열린당 鄭東泳 의장은 「노인폄하」 발언 이후의 지지도 하락과 이에 따른 판세 변화에 책임을 지고 선대위원장직과 비례대표 후보직을 사퇴했다. 鄭의장 사퇴로 각 지역구의 지지율이 어떻게 변할지 관심이 쏠렸다.
TN소프레스 조사에서 열린당은 6일 41.6%, 12일 38.4%로 낮아지는 추세였고, 한나라당은 6일 20.7%, 12일 25.6%로 상승하는 추세를 보였다. 상황이 이렇게 바뀌자 여론조사기관들도 각 당의 예상 의석 수를 조정하기 시작했다.
선거전에 돌입할 때 200석 이상도 획득이 가능해 보였던 열린당의 예상 의석 수가 불과 열흘 만에 150석 안팎으로 크게 낮아지면서 과반 의석 획득 여부가 가장 큰 관심거리로 떠올랐다. 반면 한나라당의 예상 의석 수는 60∼70석에서 120석을 넘보는 수준까지 급증했다. 당초 6∼7석에 그칠 것으로 보았던 민노당과 민주당의 예상 의석 수도 10석 안팎으로 상승했다.
4월13일. 열린당 閔丙두 총선기획단장은 『열린당과 한나라당이 125∼140석 사이에서 치열한 1당 싸움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열린당 柳時敏 의원은 『민노당에 던지는 표는 창원乙 등 2곳을 제외하면 모두 死票(사표)』라면서, 민노당에 대한 「사이버」 선전포고를 했다. 민노당의 비례대표 지지율뿐 아니라 서울과 영남 등에서 지역구 후보 지지율의 막판 급등에 대한 경계령이었다. 민노당은 『盧武鉉 대통령이 「민주당 찍으면 한나라당 된다」고 했는데, 이번에는 「민노당 찍으면 한나라당 된다」인가』라며 『우리를 물고 늘어지지 말고 왜 자신들을 지지해야 하는지 국민들에게 설득하라』고 말했다.
4월14일. 「빌고, 울고, 굶고, 머리 깎고, 농성하는」 이상한 선거운동으로 시종했던 17代 총선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한국갤럽의 14일 정당 지지도 조사에서 열린당은 37.4%, 한나라당은 28.2%였다. 4일 전에 비해 한나라당은 4%포인트 상승했지만, 열린당은 정체 상태였다. 이틀 전 鄭東泳 의장의 선대위원장 사퇴는 열린당 지지율 하락에 제동을 걸었지만, 한나라당 지지율 상승을 막지는 못했다. 따라서 13일간 선거기간 동안 兩黨의 지지율 차이는 24%포인트에서 3%포인트로 줄었다.
총선 하루 전날, 주요 여론조사 기관 관계자들은 열린당의 과반 의석(150석) 획득 여부가 가장 관심거리라고 입을 모았다. 이 같은 예상은 대체로 적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