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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리조나 원정경기 세 번째 등판에서 2승을 거둔 류현진. 그러나 승수보다 3안타를 때린 타격 솜씨가 더 큰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사진=순스포츠 홍순국 기자) |
메이저리그 데뷔 후 가장 짜릿했던 하루였습니다. 타석을 겸하는 내셔널리그에서 뛰는 덕분에 한국에서는 경험하지 못할 여러 가지 일들이 벌어지고 있네요.
어제 애리조나 원정경기에서 세 번째 선발등판에 나섰다가 메이저리그 데뷔 2승을 거뒀습니다. 그런데 감독, 코치, 선수들은 물론 가족, 지인들 까지 투수인 저한테 ‘잘 던졌다’는 말은 없고 모두 ‘잘 쳤다’는 칭찬만 하시더라고요. 제가 투수임은 분명한데 말이죠. 어제 경기 끝나고 야구장을 나가면서 애리조나로 원정 응원 오신 부모님과 형을 잠깐 동안 볼 수 있었어요. 부모님이 베이징올림픽에서 금메달 땄을 때보다 더 좋아하시더라고요^^. 2연승이 아닌 3안타 때문이었죠.
이상하게 세 번의 등판 모두 화제가 된 부분이 타격이네요. 데뷔전 때는 최선을 다해 뛰지 않았다고, 두 번째 때는 스윙하다가 방망이가 날아가는 바람에, 그리고 이번에는 3타수 3안타를 때린 덕분에 한국에 계신 팬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한 것 같습니다.
'무슨 방망이를 사용해야 홈런이 나올까?' 타석에서 성적이 좋으면 마운드에서도 부담이 덜한다는 류현진. 꾸준함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사진=순스포츠 홍순국 기자) |
3안타는 정말 예상하지 못했던 기록입니다. 전에도 한 번 언급했지만, 투수 입장에선 상대 투수의 직구만 노릴 수밖에 없거든요. 그게 좋은 타이밍으로 연결돼 저한테 행운을 안겨줬네요. 덕아웃 분위기도 아주 뜨거웠습니다. 선수들이 장난으로 이런 말을 하더라고요. 앞으로 애리조나 이언 케네디가 선발로 나오면 네가 4번 치라고. 하하
어제는 평소보다 더 많이 베이스를 밟고 뛰느라 막판에는 체력 고갈이 심했습니다. 그래도 타석에서 톡톡한 재미를 본 탓인지 몸은 힘들어도 마운드에 오르면 기분이 날아갈 듯이 좋더라고요. 뛰는 가슴을 진정시키고 표정의 변화 없이 피칭감을 잃지 않으려고 나름 애 많이 썼습니다. 제 본업은 타격이 아닌 투수이니까요.
지인들은 투타를 겸하는 지금의 시스템이 부담스럽지 않느냐고 물어보는데, 장단점이 있는 것 같아요. 삼진 먹고, 땅볼아웃된 후 마운드에 오르면 저도 사람인지라 기분이 좋지 않아요. 반면에 어제처럼 안타가 나오고 계속 주루를 돌면서 땀을 흘리면 몸이 식지가 않아 투구할 때 더 도움이 되더라고요.
12일 샌디에이고와의 경기에서 벌어진 벤치클리어링에 대해 짚고 넘어갈 게 있습니다. 우리 팀 잭 그레인키가 샌디에이고 카를로스 쿠엔틴과의 몸싸움으로 수술까지 받는 불상사가 벌어졌는데요, 그 상황은 무조건 상대 타자의 잘못이었습니다. 투수가 이기고 있는 가운데 투스트라이크 쓰리볼에서 몸에 맞히는 공을 던진다는 게 말이 되나요? 메이저리그의 벤치클리어링이 이토록 과격했나 싶을 정도로 엄청난 광경이 눈앞에서 펼쳐지는 바람에 조금 무서울 정도였습니다.
고등학교 때도 한 경기에서 3연타석을 때린 적이 없었다고 말하는 류현진. 그의 불방망이로 인해 조용했던 다저스 덕아웃에 웃음꽃이 만발했다.(사진=순스포츠 홍순국 기자) |
다음날 기자들이 저한테 그런 상황이 닥칠 경우 어떻게 하겠느냐고 묻기에, 농담 삼아 도망치겠다고 말씀드렸는데, 속마음은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찬호 형처럼 이단옆차기를 해서라도 기선 제압을 할 거예요. 돈 매팅리 감독이 저한테 물으시더라고요. 너한테 그런 상황이 닥칠 경우 어떻게 하겠느냐고요. 그래서 바로 발차기 하는 모습을 보여드렸습니다. 많이 웃으시더라고요^^.
어제 경기는 마운드에서 카운트를 유리하게 가다 보니 편하게 던졌고, 타자들이 유인구에 많이 속는 바람에 승부 걸기가 좋았습니다. 메이저리그 마운드가 조금씩 친해지는 기분이 드는 걸 보면 아직까지는 그런데로 적응을 잘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어제 승수를 챙기면서 개인통산 100승을 기록했는데요, 그 기록이 주는 의미보다는 앞으로 그 숫자에다 100 이상을 더 챙기는 게 중요하다고 봐요. 그래야 찬호 형의 기록을 뛰어넘을 수 있으니까요. 꾸준함이 관건이겠죠. 이런 감각을 다음 경기, 그 다음 경기에서도 유지하고 보여줘야 하는 게 메이저리그 데뷔 해를 성공으로 만드느냐, 실패로 귀결시키느냐의 분기점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애리조나 경기장에 직접 응원 온 한국 팬들. 류현진은 원정경기를 다닐 때마다 경기장에서 응원해주는 한인들의 응원에 큰 힘이 난다고 말한다.(사진=연합뉴스) |
원정경기를 다니면서 많은 한국 팬들을 만나게 됩니다. 그분들의 열띤 응원이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몰라요. 이래서 외국 나오면 다 애국자가 되나 봅니다. 한인 분들이 태극기를 들고 흔드시는 모습만 봐도 가슴이 뭉클하니까요. 많은 응원 보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그 응원들에 보답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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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류현진 경기 잘 보고 있습니다. 응원합니다!!!
ㅋㅋ 류뚱짱
보고있나 한화
류현진 화이팅!!
파이팅 류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