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램 생산량 증가 속도..수요와 비례 - 고용량 D램 필요한 채굴기 판매 급증 - 가상화폐 성장이 메모리 견인할듯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이데일리 양희동 기자] 지난 12일 오후 ‘비트코인’ 등 주요 가상화폐를 사고파는 국내 최대 온라인 거래소인 ‘빗썸’의 서버가 1시간 이상 접속 장애를 일으켰다. 이날 하루 전 세계 가상화폐 거래량은 올해 최대치인 26조원 이상을 기록했고, 빗썸에서만 6조 5000억원 상당의 거래가 이뤄졌다. 가상화폐의 한 종류인 ‘비트코인캐시’의 거래 가격이 불과 이틀 새 3~4배나 폭등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저금리 시대에 투자처를 잃은 유동자금이 가상화폐 시장으로 급격히 몰리면서, 그 열풍을 등에 업은 메모리 반도체 호황도 내년 이후까지 이어질 거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올 연초까지도 전통적인 PC수요 감소 등으로 향후 성장세 둔화가 예상됐던 D램은 가상화폐 ‘채굴기’(가상화폐 생성 전용 컴퓨터) 및 서버 수요 등이 맞물려 가격 상승세가 상당기간 지속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내년 D램 생산 증가는 수요 확대 수준에 그칠듯
14일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 미국 마이크론 등 D램 업체들의 2018년 공급 증가율은 전년 대비 19.2%로 예측된다. 업계에선 현재 가상화폐 열풍과 맞물려 예상치를 웃돌고 있는 서버 D램의 수요 증가세를 감안할 경우, 내년에도 메모리 공급 부족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말 올 3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다자간 전화회의)에서 세계 최대 규모로 조성한 평택 반도체 공장에서 D램 공정전환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힌바 있다. 애초 삼성전자는 평택 공장을 V낸드(3D 낸드) 전용 생산 시설로 계획했지만, D램 수요가 연초 예상과 달리 증가세를 보이면서 추가 증설에 나선 것이다. 이로 인해 D램 시장 2위인 SK하이닉스도 이천 M14공장 2층 클린룸 절반을 D램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일각에선 삼성전자가 공격적인 D램 라인 증설에 나선 배경을 두고 점유율 50% 이상의 확실한 시장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치킨 게임’에 나섰다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D램 수요 증가를 감안, 수익성 극대화가 목적이란 견해에 더 무게가 실린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삼성전자 등 상위 3개 회사가 약 90%를 점유하고 있는 D램 시장에서 공급 증가는 제한적”이라며 “공정미세화 측면에서도 D램의 10나노대 진입 기술의 난이도가 높고 투자비도 많이 들기 때문에 공급량이 수요 이상으로 늘긴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가상화폐 채굴기 및 서버 등 D램 수요 견인
주요 업체들의 생산 확대 가능성 속에 지난 8~9월 보합세를 유지하던 D램 메모리 가격은 10월 다시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시장조사기관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기준 D램(DDR4_4Gb_512Mx8_2133MHzPC향 범용제품 기준) 고정거래가격은 3.5달러로 전달(3.25달러)보다 7.69% 상승했다. 작년말(1.94달러)와 비교하면 80% 이상 급등한 수준이다.
업계에선 D램의 가격 상승세에 가상화폐 열풍이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를 직접 얻을 수 있는 채굴기가 인기를 끌면서 서버 및 그래픽용 D램 수요 증가세를 견인하고 있는 것이다. 채굴기는 고도의 연산 처리를 통해 가상화폐를 직접 획득할 수 있는 장치로 빠른 데이터 처리를 위해선 고용량·고성능 D램 탑재가 필수적이다. 성능이 우수한 채굴기는 수 백만원 이상을 호가하지만 판매량은 계속 늘고 있다. 가상화폐 업체인 ㈜에스엠은 지난 10월 강원도 홍천에 1만 3200㎡(약 4000평) 규모의 국내 최대 가상화폐 채굴공장을 설립하기까지 했다. 이 공장에 투입된 채굴기는 5000여대에 달한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허구성 논란에도 불구하고 가상화폐에 투자해 실제 수익을 내는 사례가 계속 늘고 대규모 채굴 공장까지 생겨나고 있다”며 “가상화폐용 서버와 채굴기 등이 D램의 새로운 수요처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가상화폐 채굴기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를 생성하기 위해 필요한 컴퓨터의 일종. 주로 고성능 CPU(중앙처리장치), 그래픽 카드, 고용량 D램 메모리 등을 결합해 제작되며 고도의 연산을 통해 가상화폐를 만들어낸다.
가상화폐에 대한 투자 열풍이 일반으로 확산되면서 채굴기에 필수적으로 탑재되는 D램 등 메모리 수요 증가세를 견인하고 있다. 가상화폐 채굴기 모습. [게티이미지뱅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