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절주절))
어이구, 벌써 한시삼십분이 다되어가네요.
요즘 저 일렉기타에 푹 빠져 산답니다.
아니, 요즘이라기 보다는,
한때 일생의 꿈이었던 그것을
다시 꾸어간다고 할까요?
#001
*현 공원
"어? 바다야! 여기야, 여기!!"
바다를 향해 손짓하는 한 남자. 머리는 살짝 푸른빛깔의 느낌이 나고,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하얀피부와 웃을때 눈이 반달모양으로 변하는
그런 귀여운 외모를 지닌 남자.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왼쪽어깨에는
기타가방으로 보이는 커다란 가방을 매고 매력적인 웃음을 띈다.
"민이야. 많이 기달렸지?"
백옥같이 흰 피부보다는 약간 검은빛의 얼굴색을 지녔고,
그런 검은 얼굴색을 비웃기라도 하듯 더 검은 빛갈의 머리칼이 인상적인 여자.
왠지 모르게 차가워 보이는 눈매. 그리고 그와 상반되는 부드러운 성격을 가진
바다가 민를 향해 웃으며 다가온다.
그럴 수록 점점 더 환한 웃음을 짓는 민. 왠지 슬퍼보이는 웃음.
그리고 그 웃음을 짓다가 짓다가 바다가 바로 자신의 앞으로 다가오자,
자신보다 많이 작지도 크지도 않은 바다를 와락 안아버리는 민.
"으와, 보고싶었잖아요."
"민이도 참, 여기 보는 사람들 많잖아."
"에이, 뭐어때!"
바다가 벗어나려하면 할수록 바다를 더 강하게 안는 민.
그러더니 바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기분 좋게 웃는다.
그리고 그제서야 바다를 놓아준다.
"민아, 오늘은 민이가 친구 소개시켜 주기로 한날이지?"
"응? 응…."
아까와는 달리 정말 풀이 죽은 모습으로 변해버린 민.
그런 민을 바다가 잠시 당황한 듯 바라보자,
이내 바다를 향해 또다시 씨익 웃어준다.
그런 민을 보자 안심이 되기라도 했는지
가벼운 웃음을 짓는 바다.
*카페 Cloud
'딸랑딸랑'
가벼운 카페의 종소리가 그들을 맞이한다. 정말 많이 행복한 듯
꼭 잡은 손을보며 약속이라도 한것 같이 웃음 짓는 바다와 민.
그리고 카페의 구석쪽에 자리를 잡는다.
"바다야, 이번에 소개할 친구 이름은 산이야. 김산."
"으와. 민이랑 같이 이름이 외자네."
"응응, 민이가 정말 좋아하는 친구야. 정말 정말 멋지게 생겼고,
축구도 정말 잘해. 그리고……."
"그리고?"
잠시 멈칫거리더니 이내 씨익 웃으면서 말하는 민.
아니, 한없이 슬퍼보이는 이별을 예고하는 모습으로 말하는 민의 모습은
정말 슬퍼보였지만, 그 누구도 그 슬픔을 알아챌 수 없었다.
"그리고 되게되게 착한걸?"
'딸랑딸랑'
그렇게 민이가 하는 산이의 소개가 모두 끝나기가 무섭게
우연의 일치였는지 아니면 필연이였는지
딸랑거리는 방울 소리와 함께 들어온 한남자.
말로 쉽게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의 멋진 외모를 지닌 남자.
숨막힐 정도로 깊어보이는 눈동자와 뚜렷한 이목구비.
그리고 염색이라도 한건지 흔히 거리에서 띄는 머리색깔이 아닌
빨간색의 머리를 자랑하며, 자연스럽게 내린 머리.
그리고 마치 코디라도 있는 양, 정말 멋진 패션까지
구사하고 있는 그남자가 들어온 그순간.
그순간이 단 한 마디로 밖에 표현할 수 없었다.
그것은 다름이 아닌 '정적'…….
그리고 그 정적을 깨낸 것은 다름이 아닌 민이의
밝고 명쾌한 언제들어도 기분 좋아지는 목소리.
"으와, 산이야! 여기야!!"
이내 시선은 모두 민이와 바다에게로 향하고,
산은 잠시 멈칫하더니 머리를 헝클어트리고,
민과 바다가 있는 테이블로 향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를 잡고바라보던 시선 역시
모두 민이와 산이 그리고 바다가 차지해버린다.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수근되는 소리.
"권…… 민…?"
"응응! 으와, 오늘 우리 산이 완전 멋있는데?"
"……."
아무 말 없는 과묵함이 더 어울려보이는 산은
이내 민과 바다가 앉아있는 반대쪽 의자에 덜컥 걸터앉았고,
그로인해 모두의 시선은 제각각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숨막히도록 아름다운 두남자사이에서 바다는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안녕…? 김 산이라고 했니?"
약 3초간의 공백을 유지하던 그는
이내 그 무거운 목소리로 말한다.
"어…."
그런 그의 모습에 약간은 당황한 바다가 우물쭈물거리면서
민을 보자, 이내 민은 웃으며 익숙하게 말한다.
"자, 산아. 이쪽은 내 여자친구. 이름은……."
"안녕. 김 산? 나는 서바다라고해."
민이 말을 모두 하기 전에 먼저 선수를 치는 바다.
그리고 그런 바다를 보고 피식 웃음짓는 민.
또 정반대로 어이없다는 듯 조소를 흘리는 산.
그런 둘을 번갈아보다가 다시 웃으며,
이야기를 이어나가는 바다.
"원래… 그렇게 말이 없나봐?"
"어…."
"아, 그래? 그럼 너는 어디고등학교다녀?"
"동아한국고등학교."
동아한국고등학교. 흔히 동한고라고도 불리며,
민과 바다가 그리고 산이 다니는 학교이다.
남여공학이지만 반은 따로따로 있어서,
실상 남학생들에겐 남고, 여학생들에겐 여고나 다름 없는 곳 이다.
"동한고?"
"어. 동한고… 다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