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전 냇바닥을 따라
삼월 셋째 주말을 맞은 토요일은 자연학교 행선지를 냇가로 정해 도시락을 챙겨 이른 아침 길을 나섰다. 집 앞에서 101번 시내버스를 타고 마산역 광장 농어촌버스 출발지로 갔다. 진동으로 나가 진전천 천변을 걸을까 싶다. 역 광장으로 오르는 노점에는 여러 가지 푸성귀들을 펼쳐 놓고 손님 맞을 채비를 했다. 집에서 도시락을 준비해 번개시장 들머리 김밥은 사지 않아도 되었다.
어시장과 댓거리를 거친 버스는 밤밭고개를 넘어 동전터널을 지나 진동 환승장을 둘러 나왔다. 진북면 소재지에서 율티를 넘어간 오서에서 내렸다. 거제에서 통영과 고성을 거쳐온 국도 14호선과 진주 발산재를 넘어온 2호선이 합류하는 데였다. 오서는 진전면 소재지로 창포 바다와 얼마간 떨어졌고 그렇다고 둔덕과 같은 깊숙한 산골도 아닌 논농사 경작지가 펼쳐진 들판 지대였다.
오서는 규모가 큰 촌락으로 동대는 안동 권씨 세거지 경행제 재실을 비롯한 고택이 더러 보였다. 해방 전후 카프 계열 시인 권환을 배출했으며 노무현 대통령 장인이 살았던 마을로 더 알려진 데다. 서대는 진동 일대 유력 성씨인 밀양 박씨들이 집성촌을 이루었다. 국밥집은 한 군데 보였으나 면 단위 기관이 있는 곳임에도 찻집이나 술집이 없는 전국에서 유일한 지역이지 싶었다.
진전천이 흘러온 하류에 놓인 오서교를 건너 천변을 따라 걸었다. 국도 2호선이 지나는 남향에는 태양광 발전 집열판이 길게 이어졌다. 냇바닥에는 드러난 자갈돌과 함께 시든 달뿌리풀을 비롯한 검불이 무성했다. 간간이 보이는 파릇한 잎줄기는 겨울을 넘긴 두해살이 돌갓으로 날씨가 따뜻해지니 잎줄기를 불려 키웠다. 꽃이 노랗게 피면 유채꽃처럼 보여 생태계 교란종은 아니었다.
천변을 따라 걸으니 용댐계곡이 나왔다. 용담이 아닌 용댐으로 불림에는 농업용수 공급을 위해 보가 설치되어 그렇게 부르는 듯했다. 보에 가로막힌 물웅덩이가 있는 개울 건너 바위산은 경치가 좋고 물이 깨끗했다. 여름철에 더위를 식히려는 이들이 다수 찾아오는지 주차장이 널찍하고 화장실도 갖추어 있었다. 주말이라 외지에서 차를 몰아와 텐트를 친 야영객들이 더러 보였다.
용댐계곡에서 냇바닥으로 내려가 흐르는 개울물을 비켜 자갈돌을 밟으며 걸었다. 물살에 닳아진 돌멩이를 밟으니 신발 바닥으로는 자연스레 지압 효과가 나타났다. 봄을 맞은 파릇한 싹들 가운데 쑥을 캐면서 냇바닥을 거슬러 오르니 2호선 국도의 동산교차로가 나왔다. 동산은 온천으로 알려진 양촌과 이웃한 마을이었다. 농로가 없는 천변 방둑을 따라 걸으니 산책로가 나왔다.
양촌마을 앞 천변에는 지역민을 위한 산책로가 개설되어 조경수로 자라는 산수유는 꽃이 피어 절정을 지나고 있었다. 다시 냇바닥으로 내려가 쑥을 캐 모으다가 배낭을 벗어 가져간 도시락을 꺼냈더니 온기가 남아 있었다. 냇바닥 자갈에 퍼질러 앉아 이른 점심을 먹고 배낭을 추슬러 둘러메고 일암으로 가는 다리를 지났다. 대정마을이 가까워진 천변에는 넓은 캠핑장이 나왔다.
진전천은 2호선 국도가 발산재로 넘는 백암마을 앞에서 예각으로 꺾여 심심산골로 향했다. 양파 농사와 냇가에 왕버들 숲으로 유명한 거락마을을 앞둔 금산마을에 이르렀다. 오래전 폐교된 시골 중학교 터는 야영장으로 바뀌어 있었다. 농촌에서 가끔 보는 사설 우체국도 있었는데 주말이라 휴무였다. 여항산 둔덕과 서북산 상평에서 나올 버스를 기다리다가 찻길가 식당으로 들었다.
식당에는 오곡재를 넘는 도로 확장 공사 현장 인부들이 점심을 먹고 일어섰다. 어딘가에서 들일을 했을 중년 부부가 흙이 묻은 옷차림으로 뒤따라 들어섰다. 나는 아까 냇바닥에서 도시락을 비웠지만 김치찌개를 시켜 맑은 술을 잔에 채워 비우고 나와 종점 둔덕을 출발해 마산역으로 가는 버스를 탔다. 차창 밖 시골 풍경을 바라보다가 잠시 잠이 들었다가 깨었더니 시내에 닿았다. 23.03.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