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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바지가 12만원이라고요? 지난달 유럽 가보니 같은 물건이 반값도 안 하던데요?" 양씨는 매장 직원과 승강이를 벌인 뒤, 집에 돌아와 자주 가는 인터넷 카페에 '자라, 너무 비싸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몇 시간도 안 돼 댓글 40여개가 달렸다. 그로부터 반년 뒤인 최근 같은 매장에 들른 양씨는 가격표에 다시 놀랐다. 상당수 제품 가격대가 작년 대비 거의 절반으로 떨어진 것이다. 직원은 "현지 가격과 거의 비슷하다"고 설명해 줬다.
◆현지 가격과의 비교를 통한 온·오프라인 항의
세계적인 패스트패션(트렌드에 맞춰 자주 신상품을 내놓는 것) 브랜드인 '자라'는 20~30대 여성의 폭발적인 호응 속에 2008년 국내 입성했지만, 열기는 예상보다 미지근했다. 아무리 세금 등이 붙더라도 유럽보다 거의 2배 가까운 가격은 이해할 수 없다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매장 항의는 기본이었고 각종 블로그 등을 통해 '한국 소비자가 봉이냐'는 등의 항의를 쏟아냈다. 당황한 '자라'측은 세일 등 각종 대안을 논의했지만 '비싸다'는 인식을 되돌리기 어려웠다. 결국 본사와 협의해 가격을 대폭 내리기로 했다.
미국의 유명 브랜드 갭과 갭 키즈(kids), 바나나 리퍼블릭은 이번 봄·여름 상품부터 전년 대비 20~30% 인하, 현지가격의 120~130% 정도로 맞췄다. 과거 '해외 원정쇼핑족'이라는 조어(造語)를 탄생시킬 정도로 인기가 높아 2007년 국내 입성 당시만 해도 현지 가격의 170~180%에 달했던 그들이 이렇게 '백기'를 든 데엔 소비자의 힘이 있었다
더 나아가 가격을 미국 수준과 비슷하게 내리기도 했다. 갭 남자 셔츠의 경우 59.5달러짜리가 7만5000원으로 미국의 104%(환율 1200원 기준) 정도다